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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Dec 21. 2022

브런치 공모전 탈락 후기

나의 브런치북 <스윗남의 맨박스 탈출 표류기>(이하 스윗남)이 공모전에서 탈락했다. 나름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고 생각했지만 발표를 앞두고 사전 연락이 없어 그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나보다 글을 잘 쓴 사람이 50명보다 더 많기 때문이겠지만, 그것 말고도 몇 가지 생각이 들어 그냥 끄적여 본다.


첫째, 주제의 참신성 부족. 젠더 이슈는 여전히 핫하지만 오래된 소재다. 나는 저자가 남성이라는 점, 같은 분야의 다른 책들에 비해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포인트가 참신한 부분이 있으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내 희망사항일 뿐이었던 것 같다. 브런치 공모전은 심각한 사회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해결 방안을 생각하는 것 보다는, 화제가 될만하고 사람들의 새로운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 같다.


(여담이지만, 브런치 공모전은 매번 화려한 모습으로 작가들을 유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90년생이 온다>를 제외하고는 메가히트작이 없다. 그조차 순수한 공모전의 위력이라기 보다는 외부인사의 추천이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해당 책의 저자인 임홍택 작가와 함께 <2000년생이 온다> 연재를 시작한 것도 선정작들의 아웃풋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았던 카카오의 고민이 묻어나오는 지점인 것 같다.)


둘째, 남성연대에 대한 부담. 나는 스윗남에서 밝혔지만 이 책을 남성들도 읽어주길 바라면서 썼다. 하지만 마녀사냥을 일삼는 온라인의 남성연대 투사들은 토론을 거부하고 고함만 지른다. 나름대로 많은 관심이 쏠리고, 무려 카카오의 이름이 걸리는 공모전인데 이들에 대한 위험부담을 안고 내 책을 선정하기에는 부담스럽지 않았나 싶다. 내가 브런치 운영진이나 출판사라고 생각해도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셋째, 내 삶은 파란만장하지 않다. 내 인생에 좌절이란 임용고사에 낙방해 백수생활을 했던 것 뿐이다. 특별히 어려운 가정환경이나 경제적 상황에 빠지지 않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해 어여쁜 자식들을 낳고 비교적 잘 살고 있다. 남들이 가지지 않은 인생의 경험을 풀어낼 소재가 딱히 없다. 남들과는 다른 아픔을 겪지 않았고, 다른 곳에 살고 있지 않고, 접하기 어려운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다.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며 연민의 대상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그저 내가 관찰하고 생각한 이야기를 적을 수밖에 없다.


단번에 주의를 끌만한 소재를 원하는 브런치에게 평범한 4인 가족의 교사 아버지는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 학교라는 공간도, 카카오의 트래픽 한켠을 차지할 수는 있어도 공모전에서의 경쟁력을 가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브런치 공모전은 이번이 첫 도전이었지만, 아마 마지막 도전이 될 것 같다. 만들어둔 브런치북은 응모할 수 있겠지만 공모전을 겨냥해서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나름대로 이 공간을 활용하면서 나는 성장했고, 내세울 정도는 못되지만 나름대로 작은 기회도 있었고 호의적인 제안도 받았다. 이제는 굳이 한 매거진을 반드시 책으로 나올 수 있는 구성으로 만들어야만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 편하게,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공모전 날짜와 개최 여부에 휘둘리지 않고 널널하게 이 공간을 활용할 것이다. 언젠가 또다른 기회가 불현듯 찾아올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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