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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Jul 10. 2024

사람이 괜찮다고 하는 일이 다 맞는 건 아니다

영화 <소울>(2021, 픽사)은 따뜻한 메시지로 명성이 높다. 극심한 경쟁과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고, 너무 빡빡하게 살 필요 없다, 꼭 큰 꿈을 가질 필요 없다, 그렇게 뭔가 성취하기 위해 인생을 갈아넣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이다. 좋은 내용이긴 하다. 하지만 난 그 영화를 보며 확신한 게 하나 있다. 정작 이 영화를 기획하고 만든 사람들은 인생을 갈아넣었기에 픽사라는 영화사에 취직하고, 이렇게 재밌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 거다. 냉정하게 보면 이 영화는 인생을 갈아넣어 성공한 사람들이 '너희는 굳이 노력해서 성취하려고 하지마, 그냥 되는대로 살아'라고 말하며 심리적으로 사다리를 걷어차는 위선일 수 있다. 다른 사람들도 계속 열심히 해서 <소울>보다 멋진 영화를 만드는 경쟁자가 되면 곤란하니까.


우연히 집어든 책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팀장들을 위한 리더십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메타(페이스북)의 마케팅 분야에서 일한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꽤나 유명한 듯 하다. 책도 쉽고 내용도 좋고 문장도 쉬워서 술술 읽힌다. 밝고 긍정적이고 주변 사람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람인 게 느껴진다. 하지만 <소울>을 보면서 느낀 싸함이 또 발현됐다. 이 책의 주제의식과 그의 일터가 주는 괴리감 때문이다. 이 책 때문에 이 글도 쓰게 됐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인류의 기계적 진보를 이끈 혁신이 분명하지만, 사람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생활하게 하고, 필터버블과 확증편향의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극심한 외모 경쟁 속에 청소년들의 자기비하와 우울증 증가에 한몫하고 있고, 극심한 평균 올려치기로 사회구성원 전반의 정신 세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밖의 혐오 정서와 가짜뉴스 등 부작용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 앱을 운영하는 본체인 회사는 공익보다는 수익 추구에 집중하는 모습이고, 이용자들의 건강한 삶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보인다.


저자가 책에서 강조한 표현 중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온라인이 아닌 마음으로 연결되는 우리의 기억의 장소. 우리는 그곳에서 채운 다정함으로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다양성, 공평함 그리고 포용, 편견을 다스리는 것." 이 단어들은 나의 삶에서 무척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저자는 마케팅, 즉 어떻게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사람들을 붙잡아두고, 돈을 쓰게 만들도록 궁리하고 전략을 짜는 사람이다. 가짜뉴스를 단속하는 것보다 트래픽을 올리는 데 집중하고, 1분짜리 숏폼을 돌여보며 하루를 통째로 낭비하게 만들고, 필터로 범벅된 외모로 자신을 속이게 만들고, 여성의 권리 향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살해와 강간 협박을 담은 DM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도 방치하는 회사에서 말이다.


물론 그 사람은 매우 매력적이고 통솔력이 있을 것이다. 같이 일하는 회사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책을 읽을 집중력이 있고, 사색을 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대면 소통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열심히 일한 결과는, 이용자들이 책을 읽기 힘들어하고, 사색을 하지 않고, 전화로 짜장면 한그릇 주문하는 것도 부담스러워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들의 삶을 메마르게 만드는 일을 하면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면 리더로 인정받는 건 비단 이 분야만의 일은 아닌 듯 하다. 사업이나 정치에서 나름 대표나 리더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대체로 매력적이다.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 없이 집단을 이끌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열심히 하는 결과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생각하고 판단해보고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존경했으면 좋겠다.


*20분 만에 후다닥 쓰니 글에 두서가 없네요. 꾸준히 성의 있게 글쓰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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