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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U Jul 14. 2020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사랑스러운.

너의 두번째 생일.



나는 너처럼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사랑스러운 존재를 알지 못한다. 머리카락 한 올부터 잘려나간 손톱 한 조각까지, 마치 사막의 모래알처럼 곱고 여린 생명이 깃든 듯 하여 나는 가끔 그것들을 손 안에 움켜쥐고 오랫동안 바라보고는 한다. 


죽은 것으로부터 느껴지는 생의 온기. 네가 쉬지 않고 자라고 있다는 증거. 직전까지 너의 숨결이 닿았던 탓에 괜스레 아쉬워 한번 더 시선을 두게 되고 만다.


봉긋한 이마와 가느다란 속눈썹, 오동통한 발등과 제법 단단해진 발 뒤꿈치, 블루베리처럼 단단하고 물렁한 작은 콧망울, 아주 부드러운 최고급 샤무드 원단보다 더 보드라운 배, 가장 작은 마스크를 씌워도 헐렁하게 남아 눈 밑까지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꽉 차는 작은 얼굴, 왼쪽에 가마를 틀어 언제나 한 방향으로 가르마를 타고 내려오는 머리칼, 태명처럼 앵두같이 발그레하고 도톰한 입술. 아주 작은 이제 막 탄생한 아기 새를 바라보는 듯 너는 이제 막 신의 품을 떠나 지상에 착륙한 작고 나약한 고귀한 생명이다.   


끝이 아래로 처진 눈썹이라던가 귓등이 엘프처럼 뾰족한 걸 보면 영락없이 내 얼굴에서 옮겨놓은 티가 나고, 볼에 움푹 패인 보조개나 나와 다른 얼굴형은 제 아빠에게서 내려온 모습이 그대로 담겨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너를 처음 만난 날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행위에 아주 많은 힘이 든다는 것을 알았고 꼭 감겼던 두 눈에 담긴 새까만 눈동자를 마주하던 찰나의 순간, 나는 짜릿하게 전율했다. 


나의 두 손가락보다도 작은 너의 쭈글쭈글한 발과 길쭉길쭉한 손가락을 바라보며 너의 특징을 하나씩 새기던 그 때. 나는 네가 참 낯설었지만 너와 한 공간에 있던 그 순간, 너 외에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손 닿으면 부서질까 두려워 잘 만지지도 못했던 시기를 지나 어느덧 맞이한 너의 두 번째 생일. 너는 그새 제법 머리도 많이 자라 머리를 묶지 않고 밥을 먹으면 머리카락이 국에 담겨 축축해 지기도 하고, 발도 15cm나되고, 갈색 무스탕과 빨간 구두를 가장 좋아하고, 아빠 엉덩이를 때리며 장난치는 걸 즐기고, 자기 전 내게 이불을 꼬옥 덮어주고 토닥거리는 시늉을 하는 아이가 되었다. 


너와 나의 의사소통이 가능해 지고 나서 찾아온 경이로운 순간들. 네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큰 성취감과 행복을 준다. “엄마가 물줘떠” 처음으로 두 문장을 연달아 말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너는 계속해서 자라고 있구나. 


너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고백하건대 고통스러운 나날들 이었다. 

그러나 네가 나에게 살면서 가장 큰 기쁨을 알게 하고 나를 더욱 나은 사람으로 살고 싶도록 해주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랑한다는 말에 차마 담지 못하는 깊은 울림.
나는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그리고 또 사랑한다. 



                                                                                                                              


                                                                                                                              2020.3.29 am 3:19 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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