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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익수 Sep 30. 2023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이브 헤를드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이 책의 제목은 필연코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을 어떻한 방법으로든 더 오래 살게하려는 최첨단 의공학 융복합 기술로 인간의 수명이 더욱 늘어나는 시대에 뜨거운 화두를 던져준다. 이 책을 다 읽은 베이붐 세대 친구들이 낮에 모여서 죽음에 대하여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계기를 가졌다.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극한까지 강화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를 트랜스 휴머니즘(Trans Humanism)이라고 한다. 1927년에 최초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 용어는 전통적인 신체 능력을 가진 인간이 포스트 휴먼(Post Human)이라는 상위 단계의 존재로 이행하는 과정을 뜻하기도 한다. 이 책의 영문 제목 Beyond Human은 이러한 인간 강화를 지향하는 변화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인간의 신체적인 능력을 생물학적으로 강화시키면서 완벽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인간의 문명이 시작된 이후로 지속되어 왔다. 화장, 성형, 의수/의족, 인공 수정체 등의 전통적인 강화 방법은 이미 우리 주변에 흔해졌고, 최근에는 인공 장기, 로봇 공학, 인공 지능과 같이 첨단 의료과학과 융복합 기술로 말미암아 인간 강화가 더욱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방식의 인간 강화는 종교적 보주주의에 의하여 인간의 삶을 주관하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오만으로 비난 받기도 한다.


이 책은 여러가지 인간 강화 시도 중에서 ‘무의미한 생명의 유지’ 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지적한다. 생명이 위협받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의학적인 입장에서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환자의 생명을 더 길게 유지하는 의사결정과 노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상황은 삶의 종착점에 도달한 수 많은 환자에게 오히려 불필요한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지금의 전통적인 사법체계와 의료체계는 생명의 유지가 무의미한 사람이 헛된 의학적인 노력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고 존엄하고 평화롭게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 희망을 인정하지 않는다.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사람 앞에서 의사, 환자, 가족 중의 어느 누구도 어떻게 죽을을 맞이해야 할지 결정하는 부담스러운 책임을 떠맡지 않으려고 하면서, 죽음의 문제를 서로 회피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어떻게 존엄스럽게 죽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내 앞에서 고통받고 있는 동물을 ‘잠들게(죽게)’ 해주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반면에 고통받는 인간에게 무의미한 치료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완고하게 저항한다. 동물과 사람의 동일한 수준의 육체적인 고통에 대하여 사람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융합기술이 진정 인간을 해방하려면 더이상 삶을 연장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될 때 누구나 죽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사회가 수용하여야 한다. 죽음에 대해 논의하는 것 보다 더 날리 펴져있는 금기는 없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정해진 죽음을 맞아서는 안 된다는 의학적인 편향은 확고하기만 하다. 더이상 치료해봐야 소용이 없고 고통만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그렇다.


이 시간에도 트랜스 휴머니즘은 다양한 방식을로 진행중이며 우리는 이미 그러한 결과를 삶속에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비하여 인간의 수명과 능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는 변화에 공정하고, 합리적인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생명 연장을 위하여 인체에 심어진 인공 이식장치를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비활성화 시킬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체외 생명유지장치를 포함하여 사람의 생명을 구하거나 강화하는 이식장치를 환자 스스로 비활성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포스트 휴먼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죽을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를 다루어야만 하며, 각자의 죽을 권리를 반드시 인정해야만 하며, 좋든 싫든 그 결과에 순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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