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속상한 이유
아침 출근 등교 등원 준비를 하는 데
“저리 가!!” 하는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터덜터덜 동생의 발길질에 화장실로 향하는 첫째
연초부터 학기 초까지 사람 피를 만들리며
짜증을 내던 둘째는 마음 읽어주기(?)로
극적 변화를 보여 이쁜 다섯 살이 되는 듯싶더니
다시 짜증이 많은 아이로 돌아왔다.
마음 읽어주기로 효과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는지 그냥 우연이었는지
이번엔 별 효과가 없다
그나마 같이 짜증 내봐야 시간만 길어지고
울음을 부르고 난 더 힘들어질뿐란 학습의 결과로
그래그래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그래도 이쁘게 말하자
누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좋아할까
라며 마음속 화를 꼭꼭 눌러본다
어르고 달래 식탁 앞에 앉혀
몇 숟갈이라도 입에 넣어보려고 하는데
대뜸
“오늘 4시에 데리러 와”
요즘 레퍼토리다.
4시에 데리러 와.
유치원으로 옮긴 후 친구들이 모두 같은 시간에 하원하고 몇몇만 남아 방과 후 교실로 이동한다
단축근무 후 서둘러 데리러 가도 4시 반인데
툭하면
“4시에 데리러 와 “
괜히 미운 다섯 살이 아닌지
말투도 어쩜 직장상사가 아랫직원에게
“이거 내일까지 정리해 놔”와 별만 다를 바가 없다
사무실 사람들에게
엄청난 배려를 받으며 단축근무 중인데
그걸로도 해결이 안 되면 난 어쩌란 말이니?
엄마가 빨리와도 4시는 안돼, 그래도 서둘러 갈게~
싫어~ 4시에 데리러 와! 친구들 다 4시에 가잖아~
양보란 없다
다섯 살다워 좋다만
(너네 오빤 그때 좀 더 늦게 오라고.. 왜 이렇게 일찍 오냐고 했던 거 같은데….)
다섯 살이 엄마의 사정을 이해하는 것도 이상하지
“근데 왜 4시야?
친구들 하원할 때 재밌는 것도 보고
강당에서 친구랑 언니랑 재밌게 놀잖아! “
실제로 정작 4시 반에 데리러 가도 밝은 얼굴이다
다만 가끔 반차를 활용해 4시에 데리러 가면
매우 밝은 얼굴이긴 하다만..
“4시에 와! “
답정녀!
요즘 친구들은 수영장 갔데 난 왜 안 가?
수영장에서 잠도 자고 그랬데 나도 그런데 갈래라며
친구와 비교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원인일까?
“혹시 친구들이 다 4시에 하원해서 놀이터 노는데 못 놀아서 그래? 4시 버스 타는 친구도 유치원 놀이터에서 못 놀잖아! 그 친구들도 다 집 앞 놀이터에서 놀아! “
“엄마 나 양치할게”
그녀가 고분고분해졌다. 세수를 하는데 기분이 좋다
“엄마 이렇게 깨끗이 씻어야지!”
정답이었나?
너의 속상함은 혼자만 유치원 놀이터를
즐기지 못하는 서러움이었나?
이번엔 다행이다 엄마의 오답만 있는 게 아니라
다음엔 너만 너만을 오직 속상하게 만드는 그런 오답은 없길..
너의 속상함이 엄마로 인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