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방치했던 이곳에 왜 자꾸 오는지 모르겠다.
글에 찍히는 좋아요가 너무 짜릿해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역병으로 밖을 못 돌아다니니 이렇게라도 세상과 연결이 되고 싶어 그럴 수도, 아니면 지금 내가 왜 이러고 사는 건지 답답해서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길을 잃은 어른이다.
몇 년 간 헌신한 커리어가 있지만 번아웃이 와서 하루에도 몇 번씩 때려치우고 싶다. 하지만 30대 중반이 넘어가니 돈의 맛과 무서움을 깨달아 리스크가 큰 모험은 못한다. 사실 일에만 번아웃이 온 게 아니다. 그냥 삶 자체에 번아웃이 왔다. 사는 데 힘을 들이고 싶지 않다. 노력도 목표도 의지력도 자기 계발도 투잡도 다 신물 난다. 잠깐 1년 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팽팽 놀면 충전이 될 거 같기도 한데, 아니 1년은 부족할 거 같다. 한 3년은 쉬고 싶다.
살아도 사는 거 같지가 않아서, 다시 새로 시작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거 같아서 24시간 울먹이는 표정으로 살아간다. 살려고 시작한 운동이지만 힘든 건 힘들다. 근육이 늘면서 식욕도 늘어 살만 올랐다. 일 할 때 한숨이 늘었다. 역병 탓을 안 할 수가 없다. 10의 노력을 투입하면 천 원을 받았는데, 이젠 20을 투입해도 500원을 받는다.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근본적인 회의와 번아웃이 안 올 수가 없지 않은가? 바닥을 기는 나새끼를 이리 달래고 저리 달래서 결국 출근을 하고 밥을 먹이고 하루를 끝낸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라치면 가슴이 답답해 쉬이 잠에 들 수가 없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좀 쉬면 안 될까? 에라이.
직장에 정말로 밉상인 사람이 있다.
객관적인 밉상은 아니고, 그냥 내가 싫어하는 인간이다. 늘 생각하는 건데, 난 그 사람보다 절대 결코 네버 먼저 퇴사하고 싶지가 않다. 서로 불편한 사이고 인사도 안한다. 내가 나가면 그 사람은 어휴 저 인간 나갔네~ㅎㅎ 하면서 맘편하게 다닐 거 아닌가? 그건 싫다. 그 사람이 날 계속 불편하게 여기면서 직장에 왔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그 밉상 때문이라도 퇴직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난 너무 힘들어 쉬고 싶다. 이런 망할.
요즘은 매일 운다.
혼자 글 쓰다 울고, 고양이를 만지다 울고, 애인한테 안겨서 운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알아도 내가 갈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모두가 힘들게 버티며 살고 나도 그런 사람들이었다. 이젠 다 모르겠다. 코로시발인지 코로옘병인지 진짜 돌아버리겠다. 마음이 힘들어 매일 이곳에 온다. 이렇게라도 세상에 엿을 맥이고 싶어서다. 근데 내 글이 어떻게 엿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그냥 쓰고 나면 약간 이긴 기분이다.
약 먹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