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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Sep 14. 2020

SNS 계정을 다 삭제했다

그곳에 접속해있는 내 시간이 누군가에겐 돈이다



넷플릭스 <소셜미디어>는 약 90분 정도의 작품이지만 난 20분 정도만 보다가 결국 꺼버렸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깔린 모든 SNS 계정을 삭제하고 앱을 지웠다. 내친김에 지난 한 달간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던 앱들도 다 삭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남겼다. “정보획득”이 명분이지만 맘 같아선 그것들마저 다 없애고 싶다.


난 애초에 저 프로그램을 볼 생각도 없었다. 그저 “추천 영상” 목록에 떠서 ‘우연히’ 발견하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우연’이 정말 우연이었을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SNS 계정을 운영하며, 상당히 많은 시간을 그곳에 접속하며 보낸다는 걸.. 그리고 그 회사들이 우리의 주의와 시간을 뺏기 위해 온갖 수단을 쓴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나도 여러 책과 매체를 통해 알고 있던 이야기였다. 실리콘밸리의 백인 20-30대 남성들이 만들어놓은 알고리즘에 전 세계인들이 노예가 되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실제 구글, 페북, 트위터 등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나와 인터뷰를 한다. “수익을 창출”하는 업무를 맡았던 담당자가 적나라한 사실들을 직접 이야기한다. 우리가 앱에 접속한 상태로 하는 모든 행동들이 초 단위로 분석되고 데이터베이스가 되며 유저들이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사이트에 머물게 하기 위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전방위 전략이 사용된다고 말한다. (다큐 중간중간에 배우들이 나와서 직접 연기를 하는데, SNS가 인간의 어떤 심리를 특히 건드리는지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우린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 SNS를 쓴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SNS 플랫폼은 사기업이 만든 서비스다. 근데 우린 그것을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왜 우린 인스타그램에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일까? 구글에 그 많은 메일과 사진을 업로드해놓았는데, 영상까지 올리는데 그 모든 것이 왜 무료란 말인가?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내 글을 잘 빠진 사이트에 정갈하게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해주는데 브런치는 오히려 나를 “작가님”이라고 추겨세우며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이상하다. 네이버 블로그도, 트위터도, 페북도 다 그렇다.


“우리가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상품 그 자체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말해 유저들이 상품이기 때문이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브런치는 내 글을 자신들의 콘텐츠로 삼아 브랜드 가치를 올린다. 블로거들이 네이버에 맛집 리뷰를 올리면, 네이버의 검색 결과가 많아지고, 브랜드 신뢰도 또는 정확성이 높아진다. 틱톡에 재미있는 영상을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가입하고 틱톡에 또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준다. 그리고 유저들의 행동과 심리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SNS 회사는 이것을 팔아 이익을 낸다. 광고주들에게 유저들의 나이, 성별, 심리상태, 정치적 성향, 사는 곳, 소득 수준까지 고려한 정확한 타깃 마케팅을 제공한다. 유저들이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들의 자산이다. 계속 머물러라. 여기 계속 접속해. 들어와서 보고 만들고 메시지를 보내. 우린 적절한 때 광고를 띄울게. 네가 지겨워질 때쯤엔 또 재미있는 걸 “추천”해줄게. 네가 뭘 좋아하는지 다알아. 그럼 이걸 사는 건 어때? 이 시간에 외롭고 우울해하더라. 이걸 보고 이걸 사용해봐!


결국 사람들은 수시로 스마트폰을 잠금 해제하고 이 알고리즘 속에서 수십 분, 수시간을 즐기게 된다. 끝이 없다. 각국의 유저들이 만든 흥미로운 콘텐츠는 수천 수억개가 있다. 그들이 그 시간을 “즐긴다”는 게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즐긴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위 내용이 <소셜미디어>의 초반부 20분에 쏟아져 나오는데,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나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어서 더 이상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든 SNS 탈퇴를 했고, 앱을 지웠다.

(브런치도 탈퇴할까 했지만, 브런치에서 난 “잘 팔리는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그들이 나를 통해 딱히 큰 수익을 얻을 거 같지도 않아서 일단 계속 써보려고 한다. 출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파는 브런치. 보고 있나 담당자?)


꽤 오랜 시간 몇몇 SNS의 꾸준한 사용자로 지냈던 나로선 그것들 없이 틈새 시간들을 어찌 보낼까 싶기도 하고, 어딘가 뒤처지지 않을까, 이따금씩 소통했던 ‘이웃님들’은 잘지낼까, 유행도 모르는 노인네가 될까 두렵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도 심리 마케팅 아니겠는가.



앞으로 더 많은 차를 마시고, 독서에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자주 몸을 움직이며, 고양이를 만져주고, 날씨와 계절을 느끼는 데 주의를 쏟아야겠다 다짐해보는 밤이다. 지는 기분이지만 브런치는 좀 더 자주 방문하고 싶다. 쓰고 싶은 게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


너무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바치고 살았다. 더 이상 내 삶을 가난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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