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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Sep 10. 2023

치매간병팁) 배회증상, 실종 방지

코로나 기간 중, 동생 지인의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실종된 지 일주일 만에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아버지를 찾아 헤맸던 그 일주일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도저히 제정신으로 잠들 수 없었을 시간. 그리고 그렇게 아버지를 영영 잃어버린 후 결코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3년간 실종자 3명 중 1명은 치매 환자라고 한다. 많은 어르신들이 길 위에서 가족을 잃어버린다. 치매 간병을 하는 많은 가족들은 환자의 배회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고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었을 것이다. 


배회증상에 대한 간병팁과, 치매로 인한 실종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1. 집에 가겠다고 난동을 부릴 때는 같이 걷자.

          

집에 있으면서도 자꾸 집에 가겠다고 야단이었다. 치매가 중기로 접어들면서 아버지는 배회증상이 심해져 하루에도 몇 번씩 집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이를 막아서면 창문을 다 깨부수겠다고 협박을 하고 문을 발로 차기도 했다.           


종이에 써서 이곳이 집이라고,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 잠시 잠잠해지기도 했다. 저녁이 되었으니 식사하고 가시라고, 저녁밥을 먹고 난 후에는 밖이 깜깜하니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가자고 달랬다.            


아버지가 집에 가겠다고 하는 이유는 종종 달랐는데. 어느 날은 이곳에서 자고 가면 돈이 들 텐데 자신은 돈이 없다며 걱정을 했다. 이곳은 밥도 잠자는 것도 다 공짜라고 반복해서 안심시켜 주었다. 아버지의 마음을 들어봐서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대화로 안심시켜 주는 게 효과가 있을 때도 있었다.  

          

아버지가 격한 몸싸움을 불사할 때는 같이 밖으로 나갔다. 걷다 보면 아버지의 답답한 마음이 좀 해소가 되는 듯했다. 대체로 그렇게 걷다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은 보람 없게도 집에 돌아온 지 몇 분 만에 또 집에 가겠다며 신발장 앞에 서기도 했다. 또다시 아버지와 산책 시작이었다.     



2. 소지품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놓기           


치매 초반부터 동생은 아버지에게 미아방지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치매는 어제 할 수 있었던 일이 오늘은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매일 다니던 길을 어느 날부터는 헤맸다. 아버지는 자신의 이름, 딸의 연락처가 적힌 펜던트의 목걸이를 항상 차고 있었다. 


그리고 동생은 아버지의 지갑과 호주머니에 자신의 명함을 넣어두었고, 아버지 옷 안쪽 세탁 방법이 적혀있는 택에도 자신의 전화번호를 네임펜으로 적어 두었다. 아버지가 가족들이 잠든 새벽에 홀로 거리에 나갔을 때도 다행히 아버지 슬리퍼에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 옷에 연락처를 직접 쓰는 방법 외에 배회 인식표를 부착하는 방법도 있다. 

< 배회인식표 >

실종 위험이 있는 치매환자 및 만 60세 이상 어르신의 옷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스티커 형의 인식표를 부착(인식표에는 어르신별로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것. 다리미로 열을 가해 옷에 붙여 사용한다. 치매안심센터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배회인식표


          

3. 위치추적기  

           

아버지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시기에는 위치추적 앱을 깔아 연동해 두었다. 하지만 이는 휴대폰을 두고 나가면 무용지물이었다. 


몇 년 전 경찰청에서 치매 노인에게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배회감지기를 무료로 받았다. 그때 받았던 배회감지기는 스마트 워치와 비슷하게 생겼고, 보호자의 휴대폰과 연동해서 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다. 손목에 차거나 주머니에 넣을 수 있었는데 당시 아버지 손목에 차 드렸지만, 크기가 꽤 컸다. 분별력이 떨어진 아버지는 손목이 불편하다며 이틀 만에 고무 밴드를 잘라버렸다. 크기가 좀 더 작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외출 시에 아버지 호주머니에 넣어드렸는데 이 또한 몇 번 사용하다가 번거로워서 그만두었다.

최근에 현재 어느 지자체에서는 신발에 착용할 수 있는 ‘세이프 깔창’을 제공해 준다고 하는데 위치추적기로는 가장 좋은 형태인 듯하다. 


*배회감지기 신청 방법 (2023.9월 기준) 

1) 무료 

- 경찰청, 보건소에서 무료로 주는 위치추적기는 배부 중단 

-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주는 곳도 있으나 센터보급 상황이 다르다. 아버지가 등록되어 있는 치매안심센터로 연락해 보니 무료이지만 현재는 재고가 없으니, 신청명단에 올려두었다가 재고가 들어오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1년 무상으로 대여해 주고, 이용을 안 할 시에는 반납.  

* 다른 구 치매안심센터에는 배회감지기가 있을 수 있지만, 그곳으로 이관해야만 이용 가능하다. 치매안심센터는 거주지 기준으로 등록을 하게 되어있고 이관은 일 년에 두 번만 가능하다.



2) 유료

- 복지용구 업체에서 위치추적기를 대여할 수 있다. 이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 목걸이형, 열쇠고리형, 매트형 등이 있고, 신발 깔창형이 있는지 문의했을 때는 등록된 제품이 없다고 했다. 제품에 따라서 한 달 이용료는 880원~3480원 사이. 위치추적기는 찾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취급하는 복지용품 업체가 많지는 않다고 한다.     



목걸이형 위치추적기


열쇠고리형 위치추적기



4. 실종 방지 지문 등록


치매 노인들은 미리 지문 등록을 해두길 꼭 추천한다.  아버지도 경찰서에 가서 등록을 해두었고 최근 들어 안전드림 홈페이지에 사진과 인적사항을 다시 올려두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실종 등 사건 발생 시 사전등록 한 경우 발견 소요시간이 아동의 경우 평균 46분 수준으로 미등록 시보다 126배나 빠르다고 한다.* 


< 지문등록 방법 >

1) 안전드림 앱에서 사전등록 신청과 지문등록 모두 가능 

2) 안전드림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사전등록 신청 - 파출소에서 지문등록    

 홈페이지 주소 : https://www.safe182.go.kr/index.do 

3) 파출소, 경찰서 방문

      

5. 도어록 설치           


아버지를 두 번 잃어버렸는데, 두 번 다 가족이 잠들었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두 번째 실종 이후 인터넷을 뒤져서 도어록을 새로 설치했다. 밖에서 들어올 때는 기존 도어록처럼 번호키나 스마트키를 대면 열리지만, 안에서 그냥 문이 열리지 않고 스마트키를 대야만 문이 열린다. 스마트키 사용 방법을 모르는 치매환자들은 혼자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밤에 집 밖으로 나가는 증상이 심한 치매 환자에겐 이런 기능이 있는 도어록 설치가 도움이 된다. 


*우리 집에 설치한 도어록은 유니터치라는 제품이다.

                     





한참을 걷던 아버지는 다리가 아파오자 주저하며 날 돌아봤다. 머뭇머뭇하더니만 눈치를 보며 내 뒤를 쫓아 걸어왔다. 아버지 때문에 땡볕에 한참을 걸어야 했던 나는, 짜증이 나서 아버지 손을 붙잡아주지 않고 혼자 걸어갔다. 


비슷한 일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아버지도 치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이었는데 그 순간에는 나도 너무 힘들어서 아버지에게 화를 내고 야속하게 굴었다. 지금은 화가 났던 내 감정은 다 휘발되고 안쓰러운 아버지의 모습만 기억에 남았다. 당시 쭈뼛대며 쫓아오던 아버지의 표정. 잡아 주지 않았던 손. 날 놓칠까 봐 망설이던 발걸음이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아버지에게 미안해서 가슴이 아려온다. 

 

만약 아버지도 이 일을 기억하고 있다면 아버지는 내게 뭐라고 말할까. 아마도 아버지는 내게 못된 딸이다 혼내지 않고, 아빠가 힘들게 해서 미안했다 하며 날 이해해 줄 것만 같다. 스스로를 용서치 못했지만 아버지는 날 용서해 줄 것 같다. 이일로 힘들어하지 말라고 아빤 괜찮다며 내 등을 도닥여 줄 것 같다.  







*지문인식 관련 기사출처 : http://tnnews.co.kr/archives/27250




동생이 운영하는 "아빠와 나" 유튜브입니다. 아빠와 나 유튜브와, 뭉클의 브런치 구독과 좋아요 는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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