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1호
바지락 칼국수가 맛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네다섯 번을 가도 질리지 않는 맛이라고.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다던 바지락 칼국수 집은 정말 긴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면 바로 코앞이었다. 친구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왕만두도 먹자고 했다. 가만히, 칼국수가 나오기만을 기다리자 친구는 흔들렸다. 어쩌면 그전부터, 어제오늘 한 구석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다른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내내 언니를 생각하고 있었는지 불쑥 언니를 회상하는 말을 꺼냈다.
“자꾸 언니가 웃던 모습이 생각나”
화장기 없는 친구의 얼굴 위로, 감정의 민낯은 더 잘 드러났다. 친구가 두 손으로 눈을 한 번 훔치자, 눈 주위가 빨갛게 변했다. 휴지를 꺼내 건네는 수밖에 없었다. 맛집의 미덕인지 막걸리를 무료로 먹을 수 있던 그곳에서 우리는 작은 잔의 반 잔을 비워내고 있었다. 그냥 나도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 순간에, 이제는 연락을 하지 않는 정말 가까운 사이였던 친구가 생각났다. 카페서 울던 나를 보며 말없이 같이 울어주었던 친구. 왜, 갑자기 떠올랐을까.
말갛던 눈이 빨갛게 변해버린 것은 한순간이라 막을 수 없었다. 뒷일을 생각하며 고심하거나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말을 하는 편인 내가 친구의 불쑥 터져 나온 눈물처럼, 불쑥 말을 했다. 나 내일 갈까?, 친구는 어젯밤 내가 가고 나면 혼자 있는 시간이 무서울 것 같다고 했다. 우연히도 2년 전 친구 집에 왔을 때도 친구가 많이 힘든 일이 있었다. 그때의 친구 모습이 잠깐 겹쳐졌다.
우리가 큰 한솥에서 나누어 먹은 칼국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오랜만에 마신 막걸리 한 잔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칼국수를 나누어 먹듯이, 막걸리 잔을 부딪치며 들이켰듯이 감정을 같이 나누었다. 나눌 수 있어서, 조금이나마 나누어져서 다행이었다.
아점으로 칼국수를 먹고 세네 시간 뒤 버스터미널로 가기로 했던 나는 터질 것 같은 배로 친구 집으로 돌아갔다. 내 짐만 도로 내려놓은 뒤 우리는 다시 집을 나섰다.
우리는 절에 가기로 했다.
친구가 절하는 것을 따라 하며 친구에 대해 생각했는지 친구의 언니에 대해 생각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에 대해 생각했던 것도 같고. 절이 이렇게 몸과 마음을 다해 생각하는 행위였구나. 마음이 금방 몽글해져 신기했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우리는 절에 간 것과 무관한 이야기들을 하며 밥을 먹고 티격 대다 웃고 불쑥이 생각하며 그렇게 그날을 지냈다.
서울을 떠나며 나를 위해 말없이 울어주던 친구를 생각했다. 그 친구가 보고 싶었다. 말보다 같이 울어준 그 마음이 위로가 되는 거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네가 어떤 마음으로 울었는지는 몰랐다. 다시 한번 고맙고, 미안하고, 슬펐다.
나는 친구가 언니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틀 내내 언니를 생각하고 울어 준 그 마음은, 누구보다 언니가 잘 알 테니깐. 고마워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