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마음을 이루는 표정과 포옹으로 표현했다. 나 역시 격한 악수와 포옹으로 그 마음을 전달한 뒤, 우리는 목적지로 향했다. 스린역에서 우리가 만나기로 한 이유는 바로 스린 야시장을 가기 위해서였다. 스린 야시장은 타이페이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야시장이다. 1909년에 시작하여 100년이 훌쩍 넘은 역사를 품고 있는 뿌리 깊은 스린 야시장. 여행자에게는
설렐 수밖에 없었던 자극적인 타이틀이었다.
스린 야시장
해외여행에서 시장은 굉장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시장을 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쉽게 경험할 수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단연 최고의 구경거리는 야시장이다. 대낮같이 불을 켠 수많은 가게와 줄지어 선 사람들 사이에서 걷다 보면 색다른 볼거리를 발견하기 쉽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만큼 스린 야시장의 방문은 설렘 그 자체였다.
라오허제 야시장
“원래 스린 야시장보다는 다른 야시장을 많이 가는데, 오늘은 너를 위해 이곳을 왔어.”
야시장의 입구, 맞은편에 위치한 신호등에서 초록불을 기다리던 도중, 이루가 말했다.
“여기 말고 어디로 자주 가?”
“보통 대만 사람들은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야시장으로 많이 가거든. 스린 야시장은 도심 외곽 지역이라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는 일부러 찾아오지는 않아. 나는 라오허제 야시장이라고 타이페이서 두 번째로 큰 야시장 근처에 살다 보니 거기로 많이 가.”
“응? 그럼 거기서 보자고 그러지. 나는 어디든 괜찮은데”
“에이. 그래도 네가 우리나라 왔는데 타이페이에서 가장 큰 야시장을둘러봐야지.
라오허제는 다음에 또 가면 되잖아.”
이루는 여행 온 나를 배려해준 것이었다. 사실, 대만이 야시장 천국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지인들은 자신의 동네 주변에 있는 야시장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친구와 만남을 약속하면 가장 큰 번화가에서 만나는 게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스린 야시장에는 지글지글 고기를 굽거나 바삭바삭 튀긴 먹거리들로 가득했다. 맛스러운 냄새는 미각과 후각을 자극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났던 탓에 너무 배가 고팠던 우리는 스린 야시장의 지하로 곧바로 향했다. 지하에는 푸드코트 형식으로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는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있었다. 음식값도 한국과 일본에 비해 저렴했다.
배고픔 때문에 눈에 보이는 모든 음식들이 맛있어 보였다. 포장마차처럼 식탁과 의자가 갖춰진
가게에서 음식을 구매한 뒤,
우리는 식사를 시작했다.
“대만은 어떻게 야시장이 발달하게 되었을까?”
호기심 어린 질문을 이루에게 했다.
그는 명쾌하게 답했다.
“태국이든, 필리핀이든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야시장 문화가 있잖아. 덥고 습한 기후를 가진 나라들은 전부 야시장이 발달했지. 날씨 때문에 해진 이후 선선한 저녁에 활동하니까. 차이가 있다면 동남아시아의 야시장들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대만의 야시장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지.”
“하긴. 대만 사람들은 외식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긴 해. 저렴한 가격 덕분인가?”
“음.. 당연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나 가족 외식하기에 참 좋긴 하지.
근데, 대만 사람들이 외식을 많이 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어. 대만에는 부엌이 없는 집이 많거든.”
아시아에서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인 대만에 부엌이 없는 집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부엌이 없다니?”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생활문화일 거야. 그래서, 배달 문화가 발전한 한국과 달리 대만은 외식 문화가 번창했어. 삼시 세끼를 대부분 밖에서 해결하니깐. 무엇보다 대만은 음식이 다양하잖아.”
“맞아. 대만의 식문화는 동아시아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지. 그건 왜 그럴까?”
“일단, 복합적인 것 같아. 중국의 각 지방에서 이주해 온 중국인들, 대만을 지배했던 일본, 스페인, 네덜란드, 이 땅에 살던 토착민들을 바탕으로 현재의 식문화가 발달했어. 모든 발전은 사람 때문이잖아."
"배도 찼는데 디저트나 먹으러 갈까?"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야시장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가지각색의 빙수뿐만 아니라 별다른 가공을 하지 않은 전통적인 차 그리고 싱싱한 과일까지 디저트마저도 너무 다양했다. 목을 축이기 위해 과일 음료를 구매해서 근처에 있는 사원으로 향했다.
“시장 안에 사원이 있을 줄 몰랐는데. 신기하다. 사원이 많은 일본이랑 비슷한 것 같아.”
은은한 여운을 남겨주는 과일 음료를 마시며 말했다.
“타이페이 모든 야시장에서 사원을 찾아볼 수 있어. 사원 문화가 존재하거든.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고 그 덕분에 사원 근처에는 항상 상권이 형성됐어. 이것도 다 사람 때문이야.”
다채롭고 짙은 풍미가 풍성한 야시장의 중심에서 친구를 통해 대만을 쉽게 이해하는 시간은 현재 진행형이다. 궁금한 건 참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