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소원을 비는 법

Faith(신앙)

by 권동환

사람들은 간절하게 원하는 소원이 있으면 항상 신을 찾는다. 하느님, 부처님은 기본이고 때로는 공자, 맹자까지 찾는 사람도 있다. 어젯밤, 스린 야시장에서 현지인 친구 이루가 알려준 대만의 사원 문화는 그러한 사람들의 심리로 탄생한 종교적인 문화였다. 그는 대만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낮에 꼭 용산사를 방문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했다. 다른 사원보다 용산사라는 사원이 사원 문화를 이해하기 쉽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용산사는 불교와 도교 및 각종 토속신앙이 어우러진 사원이다. 28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사원으로서 타이페이를 대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공간을 방문하기 위해 분주한 아침을 시작했다. 가볍게 바오즈(만두)로 아침 식사를 해결한 뒤, 용산사로 가기 위해 MRT를 탑승했다.

영험하기로 소문난 용산사에는 신비로운 일화가 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연합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용산사는 민간인들의 대피소로 이용되었다.

1945년 6월 8일, 경내로 한가득 모여든 사람들 틈으로 평소에는 없던 모기떼가 나타났다. 어쩔 수 없이 모기떼를 피해 사람들은 사원 밖으로 나갔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말이다.

그날 밤, 연합군은 용산사에 폭격을 가했고 사원의 일부와 관음보살이 모셔진 중전이 파손되었다. 하지만, 아주 신기하게도 관음보살상은 아무런 피해 없이 그 자리에 있었고 모기떼를 피해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단 한 명의 피해자가 없었던 이 사건으로 인해 용산사는 소원을 들어주는 사원으로 유명해졌다. 나 역시 그런 사실 때문에 빌고 싶은 소원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용산사역 1번 출구로 나오자 멀리서도 한 눈에도 용산사를 알아볼 수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웅장했다. 정문을 통해 입장하자 바글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행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원에 조성된 인공 폭포의 물줄기를 잠시 감상한 후, 나 또한 줄을 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에서 나눠주는 향을 받았다. 용산사는 다양한 종교의 색채와 100여 명의 신을 모시는 독특한 곳인 만큼 고유의 기도 방법도 존재했다. 우선, 용산사 오른쪽 입구에 나눠주는 향에 불은 붙인 다음,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고 마당에 있는 향로에 꽂았다.

마지막으로 반달 모양의 나뭇조각, 즈자오 2개를 집어 들어 던져야 했다. 이때 모든 것이 결정된다. 두 개의 나뭇조각이 서로 다른 방향이 나오면 염원했던 소원이 이뤄지고 같은 방향이 나온다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서로 같은 방향이 나온다면 다른 방향이 나올 때까지 계속 던지면 된다는 것이다. 운이 좋게도 내가 던진 즈자오는 한 번에 2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왔다.


점괘를 받기 위해 통 안에 있는 나무 막대기를 뽑았다.

막대기에 적힌 숫자를 외운 뒤, 점괘가 있는 서랍으로 향했다. 한자로 가득한 점괘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서랍 옆쪽에 마련된 영문으로 된 책자로 해석을 할 수 있었다. 점괘가 나쁘지 않았다.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는 소원을 가슴 깊이 품고 희망을 가지는 순간이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보니 두 눈을 꼭 감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100여 명이 넘는 각종 신이 존재하는 용산사에서 간절하게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마음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이란 누구나 간절한 소원을 하나씩은 품고 살아가니까 말이다. 그저 그런 관광지로 치부하기엔 대만 사람들에게 너무 신성한 공간인 사원. 용산사에서 머무는 동안 절실하게 기도를 하는 그들의 얼굴 표정 속에서 신앙심과 사원 문화를 이해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