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빠! 어디가?를 보고 있다.
MBC에서 2013년쯤에 했던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보고 있다. 요즘 학원이 휴강이라(ㅠ.ㅠ) 수업을 못해 시간이 많은데,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고 너무 힐링되어 결국 POOQ에서 본격적으로 보고 있다. 예전에는 무작정 재미있다~하며 봤는데 몇 살 더 먹고 보니 아빠들의 노고도 보이고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도 잘 보인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요즘 의도적인 장면들이 꽤 있는 것 같아서 안 보게 되는데, 아빠 어디 가는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프로인 것 같아서 좋다. 뿐만 아니라 시골 생활의 향수를 느끼게 해 줘서 더더욱 힐링된다.
우리 아빠는 황토집 마니아
아빠가 한창 황토집에 빠져있었다. 그 덕에 우리는 주말에 뚝딱 뚝딱 같이 만든 황토집에서 주말을 보냈었다. 티비도 없고 화장실도 간이 화장실. 아궁이에 불을 때면 거의 찜질방이 되고, 벽지 대신 신문지를 바른 황토집에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누워 놀던 생각이 난다. 아궁이에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 먹고, 염소와 닭 모이를 주고 산을 뛰어다니던 기억은 참 따뜻하다. 팔팔 끓은 솥에 닭 하나 넣고 푹 고아서 다 같이 백숙을 뜯어먹고, 뜨뜻한 황토집에 누우면 스르르 잠이 온다. 뜨거운 바닥 덕에 땀을 흘리며 깨면 밖으로 나가는데, 그때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에 땀이 식고 푹 잔덕에 개운한 기분이 든다.
아빠 차는 싼타모
싼타모의 뒷좌석을 다 눕히면 편안한 침대가 된다. 의자 밑에 신발을 다 넣어놓고 차에 누워 차박을 한다. 지금 유행하는 차박을 우리는 그때도 했다. 사람이 없는 강가에 차를 대놓고 흐르는 물소리를 듣노라면 어떤 ASMR도 비교가 안된다. 그때는 작았으니까 강의 물살이 엄청 세게 느껴졌는데, 기둥 같은 아빠를 잡고 있으면 세상 무서울 게 없었다. 강에서 그물이나 낚시 가지고 작은 고기를 잡으면, 강가에 돌로 만들어둔 작은 어항에 둔다. 어느새 보면 잡아둔 빠져나가고 없지만 이미 잡았을 때 기분 좋았으니 빠져나가도 크게 슬프지 않았다. 다슬기도 잡고 어떨 땐 올챙이도 잡고, 지금은 보기 어려운 도롱뇽 알을 볼 때도 있다. 순대같이 생긴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예쁜 돌을 발견하면 소중하게 들고 와서 보관했던 기억도 난다.
외할머니 집은 완전 시골
증평읍에서 인삼과 고추 농사를 하시던 외갓집. 낡은 기와집에 푸세식 화장실이었는데, 푸세식 화장실에서 똥 싸면 냄새가 정말 지독하다. 할머니는 연신 파리채로 파리를 잡으시고, 사촌들끼리 파리 잡기 대회를 열기도 했다. 할머니 집에 가면 친척들이 다 같이 고추를 따러 가는데 그때 타는 트럭 뒷좌석이 정말 놀이기구 못지않게 좋았다. 그 오픈카(?)를 타고 가는 추억이란ㅎㅎ아마 타본 사람은 공감하는 짜릿함일 것이다. 그렇게 고추 따기를 할 때 고추의 상태가 괜찮은지 아빠에게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아빠는 모르는 게 없었다. 열심히 땀 흘리고 비닐하우스에서 먹는 콩국수는 다신 맛볼 수 없을 것이다.
아빠 어디 가를 통한 내 추억여행
아빠 어디 가를 보면서 이 아이들이 주말마다 아빠랑 여행 간 것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나는 아빠와 했던 모든 시간이 따뜻함으로 기억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보면서 '와 나도 저랬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아빠가 만드는 야매 요리까지 닮았다. 매번 해주는 엄마 요리보다 가끔 먹는 아빠의 특제 고추장 라면이 얼마나 맛있던지. 나도 아이를 낳는다면 아빠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세상에서 제일 든든하면서도 친구 같고, 누구보다 시간을 많이 보내는 아빠. 평일에는 힘들더라도 주말에는 온전히 같이 하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