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꾸밈말 3
툭툭. 빗방울이 떨어진다. 나는 날씨가 제대로 미쳤다며 눈살을 한번 찡그린 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아들을 데리러 나섰다.
차에 타자마자 축구화를 벗으라고 일러뒀건만 결사코 반대하며 끝끝내 버틴 아들은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시간차를 두고 조금 늦게 현관문에 들어선 나는 코끝을 찌르는 발냄새를 인지함과 동시에 그 근원지를 찾아냈다. 발목 부분이 동그랗게 말려들어간 채 발랑 뒤집어 까진 아들의 양말이었다. 살짝 젖은 잔디밭을 놀란 염소 마냥 뛰어다녀인지 뇌관을 타고 들어가 뉴런을 흔들어 놓는 발냄새의 기세가 막강했다. 그 덕에 나는 눈이 풀리고 입이 풀렸다. 할 말을 잃어버린 것이다.
꼬질꼬질
너털너털 거실로 들어선 엄마가 자신을 찾기 쉽도록 인도하는 것일까? 아들은 자신이 지나간 흔적들을 티셔츠, 바지, 팬티 순으로 나열해 두었다. 뒤태를 드러내거나 혹은 속내를 내보인 그 천조각들을 보자마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리곤 '이걸 주워 말아'망설이다가 단호하게 놔두기로 했다. 심호흡도 여러 번 하고 마음을 다스려 보았지만 나는 무언가에 발끈한 듯 샤워를 마친 아들이 나오기가 무섭게 야단을 쳤다. 이렇게 꼬질꼬질한 옷들을 바닥에 널브러뜨려 놓으면 어떡하냐고, 왜 엄마를 힘들게 하냐고 말이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들눈에는 눈물 한 바가지가 그렁그렁이다. 그 모습을 보자니 안쓰럽고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기에 엄마 목소리가 너무 커서 놀랐냐고, 엄마가 갑자기 괴물처럼 변해서 그러냐고 물었다. 그런데 아들이 그런다.
이거 꼬질꼬질한 거 아니야. 열심히 한 거야.
아들의 말을 듣고 나도 같이 울고 싶었다. 내가 어른이 맞나 싶었다. 내 마음이 너무 꼬질꼬질해서 바로 닦아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