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손 교수님의 <MBTI 어디까지 사실일까?> 웨비나 후기
Prologue: MBTI는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다.
요즘 대화의 주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MBTI이다. 너 혈액형이 뭐야?라고 묻는 사람보다 너 MBTI가 뭐야? 혹은 너 I 지? 하고 묻는 사람들이 단연코 많아졌다. 그리고 MBTI에 질문을 받은 뒤 나 잘 모르겠는데?라고 대답하는 순간, 한물 간 사람 취급을 받거나 내 생각에 너는 I일 것 같아 등등의 판단을 받게 되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MBTI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나저나 MBTI가 믿을 만은 한 걸까?
나는 테이크루트의 이사 중 한 명이자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 부속 버나드 칼리지의 심리학 교수인 리사손 교수에게 물었다. MBTI 어디까지 사실인가요? 리사손 교수는 MBTI에 대해 논하기 전 메타인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했다. 즉, 메타인지가 있으면 학습이 잘 된다는 믿음이 퍼져 있는데 그 잘 된다 함은 학습을 빠르고 쉽게 해낸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밝혔다. 메타인지는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며 문제를 마주하고 길게 생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예시로 한 아이가 OO 하는 상황을 마주하자마자 "나는 OO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라고 말하고 있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양육자가 "우리 아이는 자신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으며 타고나기를 OO 하는 것을 싫어하고 힘들어한다"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 아이가 OO 하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리 어렵지 않게 이 아이는 나는 원래 이렇게 태어났다고 믿으며 학습할 기회를 놓칠 확률이 클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메타인지는 인지에 대한 인지이기 때문에 OO 하는 것을 마주하고 그것에 대해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진정한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빠르고 쉽게 "나는 ~한 사람이다"라고 결론짓는 것은 메타인지를 아예 시작하지 않은 것과 같다. 리사손 교수는 요즘 시대의 MBTI 맹신은 개개인이 마주한 문제를 회피하며 시작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기 위한 핑계를 찾도록 돕는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웨비나 요약
1. MBTI는 과학이 아니다.
- Oxford Reference에 따르면 MBTI의 유례와 산출 방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러나 리사손 교수는 각각의 항목이 왜 MBTI가 과학이 아닌지에 대한 이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1] 스위스 심리학자 Carl Gustav Jung(1875~1961)이 1923년에 처음 제안한 기능 유형 이론을 구현하기 위해 고안된, 특히 상업 및 산업 분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성격 설문지 중 하나입니다.
2] 미국 소설가이자 극작가 Isabel McKelvey Myers(1897~1980)와 그녀의 어머니이자 독학으로 공부한 미국 심리학자 Katharine Elizabeth Briggs(1875~1968)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으며, 이들은 1943년에 공동으로 초기 버전을 발표했습니다.
3] 모든 항목은 선호도 및 성향과 관련되어 있으며 총 16가지 유형을 산출...(중략)
- Oxford Reference 발췌 후 한국어로 옮김 -
=> 리사손: 칼 융은 32 가지의 성격 유형을 제시했다. 또한 성격 분류 시 서로 반대되는 성향으로 유형을 가르는 것은 학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MBTI가 칼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16가지의 성격유형을 산출했다는 것은 끼워 넣기 식 설명이며 과학적으로 충분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다.
2. 노력을 숨기는 시대의 도래
- 리사손 교수는 MBTI가 이렇게 대유행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타고난 것에 대한 비중을 높게 생각하는 경향이 생겨나면서 나는 원래 성공한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상황이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피나는 노력으로 무언가를 이루게 된 이전 세대에 비해 이미 모든 것이 갖춰진 환경에서 태어나 OO천재 등으로 불리는 아이들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한몫한다고. 후자의 경우 타고난 것이 현재를 좌지우지한다고 믿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실패가 분명한 도전 앞에서 '나는 I여서 혹은 E여서 ~을 하지 않겠다'는 핑계가 그럴싸한 이유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3. 척하는 사람들
- 위처럼 타고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항상 부족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크고 작은 성공을 거두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인 뒤에도 임포스터 증후군에 시달린다. 자신은 실제로 뛰어나지는 않았으며 척하는 삶을 살고 있고 언젠가 자신의 실력이 들통날까 봐 조마조마하는 것이다. 반대로 피땀 흘린 노력을 감추고 안 한 척하는 사람들도 많다. 밤새워 공부하고 등교한 학생이 너 얼마큼 공부했어?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 공부 하나도 안 하고 어제 일찍 잠든 거 있지라고 답한 뒤 성적을 잘 받아야 주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즉, 타고나게 공부를 잘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선 안 한 척이 필수인 것이다. 척하기 위해서도 MBTI는 안전한 핑곗거리가 된다. 나는 타고난 I (혹은 E)라서 잘할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또는 남을 믿게 만드는 것.
질의응답 요점들
1. MBTI는 재미의 영역에 제한되어야 한다.
리사손 교수는 MBTI에 대한 세세한 언급조차 꺼려했다. 메타인지 학자로서 인정할 수 없는 오류가 너무나 많으며 한 개인의 심리적 판단을 위험한 상황까지 몰고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MBTI는 한국에서 유난히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 중 하나이며 이는 결단코 전 세계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MBTI는 재미의 영역에 극히 제한되어햐 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2. 사춘기도 핑계다.
리사손 교수는 양육자로서 아이의 노력에 대한 결과가 기대치와 달라질 경우를 마주해야 할 때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만나는 대다수의 양육자들은 이러한 두려움을 '아이의 사춘기'라는 핑계로 마주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들을 '우리 아이가 사춘기라서'라고 표현하는 양육자들에게 사춘기는 없으며 불안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라고 말했다.
3. 내가 나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주어야 한다. 기회를 놓치지 말라!
결국 메타인지 전문가 리사손 교수가 말하고 싶은 것은 MBTI의 검사 결과를 도전을 회피하는 핑계로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와 경고였다. 삶이란 16가지 성격 유형 속에 나를 끼워 맞출 수 있는 정도로 간단한 것이 아니고 오직 지속적인 도전과 실패를 통해서만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이다. 세상의 사람들이 크고 작은 도전에 앞서 실패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금새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쓴소리를 한 것이다. 기회란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게 기회를 선물하자.
리사손 교수는 <메타인지 학습법>과 <임포스터>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왔다.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감정 앞에서 인지에 대한 인지(메타인지)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을 만날 기회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했다. 테이크루트의 <MBTI 어디까지 사실일까?> 웨비나는 2022년 12월 1일 미국 서부시 오전 9시에 주제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이 글은 웨비나를 바탕으로 하여 후기글 형식으로 작성되었다.
테이크루트에서 진행한 지난 웨비나의 후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확인해 주세요.
지난 웨비나 후기
https://brunch.co.kr/@sylviastudio/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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