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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츄 Apr 26. 2024

참을 수 없는 내 사랑의 무게

죽어버린 그 화분들 중 하나가 되지 않을 것


그가 똑똑똑 노크를 했다. 문 앞에 서서 우리 잘 맞춰나가자라고 내게 뽀뽀를 하며 그가 말했다.

나는 입을 삐죽 내밀며 도와줘.라고 말하고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품에 안겼다. 머리를 그의 가슴팍에 푹 묻고는 앓는 소리를 했다.

그는 웃기다는 듯 뭘 도와줄까 어떻게 도와줄까 이렇게 얘기했던 거 같다.

나한테 표현도 많이 해주고 좋아한다고 해주고 그렇게 좀 해줘.

자기야 나만큼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뽀뽀하고 표현하는 이런 남자 또 없을걸? 이어지는 그의 대답은 나도 너무나 동의하는 바이다.


부족해. 더 해줘. 말했지만 사실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나를 안심시켜줘 였다.

그가 도와줄 수 없는 영역인 거 같기도 하다. 내가 정말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나는 연애만 안 하면 대체로 인간관계든 사회생활이든 잘하는 편인데.

너무 소중한 게 생기니 이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는 것 같다.


소파에 앉아 여전히 그의 품에 안겨 내가 말했다.

“나 오늘 아침에 침대에 누워서 내가 자기 방에 있는 식물들 같다는 생각을 했어. 화분들이 엄청 많잖아. 자기는 식물들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그중에 반은 죽어 있어. 그리고 자기가 말했지. 강한 애들만 살아남는 거라고. 나는 내가 충분히 강하지 못해서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생각했어. “

“그런 생각을 했다고? 표현이 남다르네. 재밌다. 맞아 나는 화분마다 똑같이 하는데 어떤 애들은 죽더라.” 그가 말했다.


며칠 전 우리 대화에서 그가 했던 말을 내가 의식하고 있었다.  

”그건 자기가 극복해야 돼. 자기한테도 나한테도 우리 둘 모두에게 안 좋아. “

너가 너무 좋아서 너 앞에 서면 내가 얼어붙는 거 같아라는 내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야 나도 극복하고 싶지 물론. 근데 내가 그렇지 못하면 어떡해?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 테레자의 사랑 방식이 생각났다. 어떤 남자에게도 정착하지 않고 가벼운 만남을 추구했던 사비나와 달리 테레자는 매 순간을 토마시를 위해 몸을 떨어야 했다. 테레자는 그 사랑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결국 남편이 된 토마시와 함께 무거움의 분위기 속에서 죽었는데 나는 어떻게 될까. 사실 나는 소설을 읽는 내내 테레자보다는 사비나 같이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삶을 그리고 사랑을 대하는 태도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나는 가벼움을 택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남자 만나보니 다 거기서 거기더라.’ 이렇게 말할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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