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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좋은사업가 Aug 21. 2021

회사를 키울 것인가 아이를 키울 것인가

사업하는 엄마입니다

나는 아이 둘을 가진 사업하는 엄마이다.
2년 전까지는 평범한 직장 7년 차 김대리였다.


20대 중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10년 후에는 내 사업을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7년간은 퇴근하면 놀기와 쉬기에 바빴다. 구체적인 사업을 구상한 적도 없었다. 아! 동대문에서 처분 불가한 옷을 잔뜩 떼어 어찌할지 몰라 중고나라에 헐값 처분한 적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퇴사를 해야겠다는 확실한 동기가 생겼다. 회사생활에 대한 분노… 그때부터 나는 회사 몰래 투잡 준비를 했다.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며 바람피우는 기분이었지만 믿음직스럽지 않은 연인을 계속 바라보다가 차이느니 내가 차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정신과 약을 처음으로 처방받아봤다. 온몸의 근육이 긴장되고 심장이 계속 두근거리고 분노로 가득 찬 하루를 더 이상 버틸 멘탈이 없었다. 이게 내 회사생활이었다.


4~5개 정도의 아이템들을 시작했다 접었다를 반복했다.

남편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사업 놀이를 한다고 했다. 귀엽게 바라봐 주었다. 수익이 안 났으니까… 물론 모든 자본과 투자는 내가 가진 자금으로 충당했다. 크게 잘되지도 크게 망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때 임신 중이었고 헤어질 연인을 억지로 만나는 그런 회사생활과 첫 아이라 너무나 조심스러운 임신 과정을 동시에 겪으며 버텼다. 아무 대책 없이 퇴사를 하는 건 지는 것이라는 오기도 발동했었다. 잘돼서 당당하게 퇴사해야지! 어떠한 외부의 압력도 내 인생을 망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임신 막달이 되었고 출산휴가를 떠나며 어떻게든 사업을 성공시켜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이가 100일이 되자 나는 멈췄던 사업 놀이를 다시 시작했다.

방향성을 잡기 시작했고, 2개의 사업을 제외하고 모두 정리했다. 6개월간 월 1000만 원의 수익이 지속되자 나는 회사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다.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육아를 핑계로 퇴사를 했고 그로부터 1년 뒤 직원 2명, 나만의 사무실을 갖게 되었다. 얼마 전 첫 번째 직원이 입사한 지 1년이 되었다. 회사를 성장시킨 소중한 직원이다.


그리고 나는 2차 도약을 해야 할 이 중요한 시점에 둘째를 갖게 되었다. 아이가 생기는 건 신이 내린 축복이다. 나와 사랑하는 남편의 유전자를 닮은 아이가 전적으로 부모에 의존한 채 누워만 있다가, 기어 다니다가, 걸어 다니고, 좀 컸다고 의사표현을 하는 그 순간들… 어느 한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나는 여자로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 내 인생에 나 말고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조건 없이 희생해본 순간이 있을까 싶다. 이기적인 내 자신이 참 많이 변했다. 물론 아직도 성질이 급하고 많은 수양이 필요하다.^^ 하하


병원에 가서 둘째를 처음 확인하고 임신 확인증을 받아서 돌아왔다. 사실 두렵다.

사업과 아이 둘 육아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사업은 이제 성장을 막 해야 하는 시점인데 입덧 3개월 지장 없이 잘 버틸 수 있을까. 매달 나가는 월급, 임대료 등 비용들을 걱정하지 않을 만큼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지금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는 이슈를 다 해결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하지. 걱정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하 …. 당분간은 고객사와 직원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한다. 나의 걱정과 불안함이 전달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가야 할 것 같다.


첫째는 때를 많이 부리는 2살이다. 동생이 생겼다고 하면 슬퍼하거나 질투를 느끼겠지. 배가 불러오면 얘기를 해줘야지,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하는데 잘하고 있는 건가. 돌아다니면서 먹는데 식습관은 괜찮은 걸까 내가 놓치고 있는 육아 교육이 있나. 우리 아이 정서는 안정적일까, 더 많은 경험과 추억을 남겨야 하는데… 항상 부족한 엄마인 것 같아 미안하다. 그런데 둘째라니. 엄마 역할 잘할 수 있을까.


사업을 키우면서 남편의 희생도 많았다.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


정말 생각이 많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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