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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민 바리스타 Jan 26. 2022

6-2 원하고 바라는 것을 만드는 상상법

6-2 원하고 바라는 것을 만드는 상상법   

  

다음 주 쉬는 월요일. 지혁은 청소부 아저씨가 말해준 대로 정리와 청소를 했다. 오픈하고 나서 처음 해보는 대청소였다. 안에 있던 책상과 의자를 밖으로 모두 빼고 카페에 있던 물건들을 한가운데 모았다.     

정말 많은 물건들이 나왔다. ‘언젠가 필요하겠지..’라고 생각한 물건들부터 ‘이건 왜 샀지?’라고 생각이 드는 물건들도 있었다. 물건을 정리하는데 반나절이 걸렸다. ‘싫어’박스에 있는 물건들을 버리는 마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훵한 느낌의 카페를 보고 있다가 지혁은 벽 유리창에 책장을 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고객들이 너무 개방되어 있는 유리창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몇 번 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전부터 알고 지내는 목수 아저씨께 전화를 했다. 목수 아저씨는 지금 현장이라서 끝나고 와서 봐준다고 했다. 오후 3시쯤 목수 아저씨가 카페에 왔다. 지혁은 목수 아저씨께 유리창에 책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돈에 여유가 없어서 저렴하면서도 카페가 넓어 보이게 만들고 싶다고 말을 했다. 목수 아저씨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싱크대를 짜는 MD판으로 책장을 만들면 되겠다는 말을 했다. 색은 하얀색으로 하면 좁은 공간이 넗어보일꺼라고 말을 하셨다. 지혁이 견적을 물어보니 재료비와 인건비까지 30만원 정도면 가능할꺼라고 하셨다.     

그 다음 주 월요일. 지혁은 다시 카페에 있는 모든 책상과 의자를 밖으로 내놓았다. 목수 아저씨가 자재를 트럭에 실고 왔다. 창틀에 딱 맞게 자른 싱크대 MD판으로 책장을 뚝딱뚝딱 만들었다. 만드는 김에 지혁은 자신의 작업 책상도 하나 같이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목수 아저씨는 흔쾌히 남은 자재들로 작업 책상을 기존의 바에 덧붙여서 만들어주었다.     

오후 5시쯤 작업이 끝났다. 지혁은 남아서 톱밥들과 먼지들을 제거하고 청소를 마져 끝냈다. 이제 ‘모르겠어’ 박스에 있는 물건들도 다 정리를 한 상태였다. 집에 가지고 있던 책들을 카페에 가져왔다. 가득차지는 않았지만 책장으로 된 창이 있으니 그럴싸해 보였다.     

모든 정리를 끝내니 밤이 되었다. 집에 가기 전 지혁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렸다. 잠시 앉아서 카페를 둘러 보았다. 전보다 훨씬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책장을 보다가 지혁은 문뜩 ‘카페에서 새벽에 독서모임을 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대학생 때 서울에서 본 독서모임이 떠올랐다. 그곳은 매주 토요일 아침 7시에 독서모임을 하는 곳이었다. 지혁도 몇 번 참석한 적이 있었다. 매주 책을 한 권씩 읽고, 카페에 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읽은 책을 서로 나누고.. 그렇게 책을 읽다가 그 모임 안에서 작가들이 나오고.. 마치 ‘잉클리즈’처럼 말이다.     

암시라는 뜻의 ‘잉클리즈’는 지혁이 좋아하는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인 C.S.루이스와 <반지의 제왕>의 작가인 J.R.R. 돌킨이 함께 만든 모임이었다. 193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이 모임이 없었다면 어쩌면 <나니아 연대기>와 <반지의 제왕>은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전에 강쌤과 이야기하면서 지혁은 자신 안에 있는 몇 가지 꿈의 씨앗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랜드마크 문화카페’를 만드는 것이었다. 처     

음의 이 꿈은 막연한 하나의 단어였다. 지혁이 요즘 깨닫는 것은 단어로 된 꿈은 아직 심겨지지 않은 씨앗이라는 점이었다. 그 씨앗이 심겨지기 위해서는 그 씨앗이 나무가 되었을 때의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이었다. 이미 이루어진 장면을 그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 안에 들어가서 오감을 통해 먼저 체험을 하고 나면 그 다음에 방법들이 지혁에게 찾아오기 시작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마치 워프하듯 말이다. 방법은 알 수 없지만 그 곳에 분명히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혁은 잠시 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원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마치 창조를 하는 창조주처럼. 상상하는 장면 하나하나를 디테일하게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공간에 이미 독서모임이 시작되었다고 생각을 했다. 책상을 한 곳으로 모으고 그 주변에 의자들을 놓았다. 곧이어 상상 속에서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갑게 인사를 했다. 지혁은 사람 숫자에 맞게 커피를 내렸다. 20개의 잔을 놓고 20개의 샷을 내렸다. 곧이어 독서모임이 시작되었다. 모두 행복해하는 표정이었다. 상상을 끝나면 지혁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모임이 끝나고 나서 나는 어떤 말을 들으면 좋을까?’

이 질문을 던지자 상상 속에 있던 사람들은 지혁에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이 카페가 우리 동네에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덕분에 일주일을 살 힘이 생겼어요. 감사해요.”

“토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이런 말을 들으면 내 기분은 어떨까?’

질문을 던지자 온 몸에 행복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미 그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혁은 원하고 바라는 것에 집중하는 상상을 하면서 그것이 기도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꼭 신께 드리는 말만이 기도가 아니였다. 기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었다. 기도의 언어는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는 얼마나 많은 기도를 드렸던가.. 내가 원하는 것보다 원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깨닫게 된 지혁이었다. 생각하는 것이 창조하는 것이라는 강쌤의 말이 조금 더 선명하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원하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지혁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원하지 않는 상황에만 집중을 했었다. 이제 지혁은 원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원하는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독서모임에 대한 상상을 끝내고 눈을 떠보니 여자 3분이 문 앞에 서있었다.     

“저기요. 오늘 영업 안하나요?”

사실 쉬는 날이었지만 지혁은 환한 얼굴로 문을 열어드렸다.     

“음~ 사실 휴무일이기는 하지만 여기까지 오셨으니까 우선 들어오세요.”

“와~ 감사해요.”     

여자 3분은 카페에 들어왔다. 지혁보다 누나 뻘로 보이는 분들이었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길을 걷다가 카페가 보여서 들어왔다고 한다. 지혁은 왠지 이 분들이 우연히 카페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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