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청소부 아저씨가 알려준 진짜 청소법
화요일 새벽이 밝았다. 어젯밤 지혁은 재미있는 체험을 했다. 상상으로 시작된 여행을 하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꿈이었는지 상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지혁도 확실하지 않았다. 마치 의식과 무의식 중간 지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계를 보니 5시 30분이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지혁의 몸에는 에너지가 넘쳤다. 지혁은 갑자기 카페에 출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샤워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길에 올랐다. 상쾌한 겨울 바람이 불고 있었다. 모든 것이 아직 잠든 새벽. 지혁은 이 새벽의 느낌이 좋았다.
카페에 들어갔다. 조용한 카페. 오픈 준비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내렸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3번 넣었다. 보통은 시럽을 넣지 않지만 오늘은 시럽을 넣고 싶었다. 부드러운 갈색 크레마가 가득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온 몸에 행복이 가득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커피를 들고 지혁은 자신의 카페 창가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다보니 추운 겨울에 거리를 청소하고 있는 청소부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지혁은 바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더 내렸다. 설탕을 챙겨가서 아저씨께 건냈다.
“사장님. 커피 한 잔 드세요.”
“어이쿠~ 왠 커피랍니까?”
“아~ 제가 저기 앞에 카페를 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보여서 커피 한 잔 가져왔어요.”
청소부 아저씨는 지혁이 내민 커피를 웃으면서 받았다.
“그럼. 조금 쉬고 일을 할까요. 커피 감사해요.”
지혁이 준 커피를 받은 청소부 아저씨는 자리에 앉았다.
“요즘 장사는 어때요?”
청소부 아저씨의 질문에 지혁은 청소부 아저씨의 질문에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 대한 대답을 하기로 했다.
“점점 잘 되고 있어요.”
“젊은 친구가 성실해서 잘 되겠네.”
“감사합니다.”
“저는 이 일하기 전에 대기업에 한평생 있었어요. 그러다가 한 6개월쯤 그만두었는데 너무 좀이 쑤셔서.. 아는 친구한테 말했더니 이 일을 한 번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안내켰는데 사람이 일이 있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4개월 쉬고 친구한테 다시 말했더니 이 일을 알려주더라고요. 해보니까 생각보다 재미있고 좋아요. 우리 일이 용역이라서 새벽부터 일을 하거든요. 저는 이게 단순 작업이라서 좋아요. 제가 전에 했던 일은 책상에 앉아서 머리를 쓰는 일이라서 머리가 엄청 빠졌는데, 이건 그냥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하면서 청소하면 되는 거잖아요. 운동도 하고, 돈도 주고, 하루의 균형도 잡아주고! 이런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오전에 이 일 끝나고 나면 수영장 가서 수영도 하고, 배우고 싶었던 일도 하고.. 정말 요즘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어요.”
생각지도 못한 청소부 아저씨와의 대화였다.
“그럼. 커피 한잔 값으로 내가 젊은 사장님께 재미있는 청소법 하나를 알려드릴께요.”
“청소법이요?”
“네. 제가 청소부잖아요. 하하하.”
청소부 아저씨의 말에 지혁도 청소부 아저씨가 앉아 있는 보도블럭 옆에 앉았다.
“청소는 무엇인가를 정리정돈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럼요?”
“진짜 청소는 그 장소가 좋아지게 만드는 것이에요.”
“그 장소가 좋아지게 만드는 것라고요?”
“만약에 우리 젊은 사장님 운영하고 있는 저 카페를 청소한다고 해봐요. 물론 매일매일 쓸고 닦겠죠. 쓰레기도 버리고 말이죠. 그리고 정리정돈을 할꺼에요. 그렇죠?”
“그렇죠.”
“하지만 그건 진짜 청소라고 할 수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진짜 청소를 할 수 있죠?”
“우선 하루 날을 잡아서 큰 박스 3개를 준비하세요.”
“큰 박스 3개요?”
“네. 큰 박스요. 그리고 그 박스 3개에 이렇게 각각 써보세요. 1번 박스에는 ‘좋아’ 2번 박스에는 ‘싫어’ 3번 박스에는 ‘모르겠어’ 라고 말이죠. 그 다음에는 모든 물건을 한 곳에 모아두는 거에요. 서랍에 있던 물건을 다 빼야 돼요. 말 그대로 모든 물건을 다 뺀 후에 진짜 청소를 시작하는거죠.”
청소부 아저씨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선 물건 하나를 집어 보는거에요. 그리고 나서 마음에 떠오르는 기분을 느껴보는거죠. 만약에 어떤 물건을 집었는데 마음 속에 ‘좋아’ 라는 기분이 떠오르면 그 물건은 1번 ‘좋아’ 박스에 넣는거에요. 그리고 다른 물건을 또다시 손에 집어보는거죠. 만약 그 다음 집은 물건이 ‘싫어’라면 그 물건은 2번 ‘싫어’박스에 넣으면 되요. 그렇게 하나씩 모든 물건은 자신의 기분에 따라서 분류 하는거에요. 어떤 물건들은 ‘좋아’도 아니고 ‘싫어’도 아닌 ‘모르겠어’라는 기분이 떠오를꺼에요. 그런 물건들은 3번 ‘모르겠어’ 박스에 넣으면 되는거죠.
이렇게 하면 카페 안에 있는 물건들은 3가지로 분류될꺼에요. 좋아, 싫어, 모르겠어. 로 말이죠. 모든 물건이 분류 되었으면 ‘싫어’박스에 있는 물건은 가차없이 버리면 되요. 그리고 ‘좋아’박스에 있는 물건들을 자리에 배치하면 되죠. 문제는 ‘모르겠어’ 박스인데 이 박스는 시간이 조금 필요해요. 한 일주일 정도 어디에 묵혀 두세요.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또다시 날을 잡고 이 ‘모르겠어’ 박스를 쏟아보세요. 그리고 다시 동일한 분류 작업을 하는거죠. ‘좋아’ ‘싫어’ ‘모르겠어’ 이렇게 여러 번 ‘모르겠어’ 박스에 있는 물건들이 다 분류될때까지 작업을 하는거죠. 그러면 결국 카페에는 ‘좋아’박스에 있는 물건들만 남게 될 꺼에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이론상 싫어와 모르겠어라는 물건이 없을테니까 제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가득찬 카페가 되겠네요.”
“그렇죠. 그게 중요해요. 진짜 청소를 하고 난 다음 카페에는 우리 사장님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차 있겠죠. 좋아하는 의자, 좋아하는 책상, 좋아하는 책들, 좋아하는 소품들로 가득차있을꺼게요. 그렇다면 그 공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지겠죠.”
“그렇겠네요.”
“그리고 그 다음부터 그 공간에 들일 물건을 살 때에는 미리 이 세가지 분류 작업을 해보는거에요. 어떤 물건을 사기 전부터 말이죠.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가득찬 공간을 만드는 것! 저는 이게 진짜 청소라고 생각해요. 어때요? 그럴 듯 하죠?”
청소부 아저씨는 웃으면서 지혁에게 말했다.
“저도 한 번 그렇게 청소를 해봐야겠어요. 감사해요. 사장님.”
지혁도 웃으면서 감사를 표했다. 카페에 들어오고 나서 강쌤의 말이 떠올랐다.
‘나에게 필요한 방법들이 나를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