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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민 바리스타 Jan 26. 2022

5-5 잠들기 전의 상상 여행

5-5 잠들기 전의 상상 여행     


강쌤네 작업실에서 돌아온 지혁은 마음 한 켠의 어떠한 것이 변화된 것을 느꼈다. 잠들기 전 지혁은 모든 것이 감사로 다가오는 체험을 했다. 이 추운 날 누울 수 있는 침대가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했다. 오래써서 낡기는 했지만 그래도 포근한 이불이 감사했다. 머리에 딱 맞는 베게가 감사했다. 적당한 온도의 방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오늘의 만남들이 감사했다. 지금 너무 편하게 누울 수 있는 이 몸이 있음에 감사했다. 편안하게 숨쉬는 공기가 있음에 감사했다. 지혁은 잠시 눈을 감고 이 감사함을 음미했다. 그리고 가만히 혼잣말을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깊은 평안이 온 몸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지혁은 진짜 원하는 것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생각은 곧 창조라는 강쌤의 말이 같이 떠올랐다.      

지혁은 먼저 사람들이 가득 찬 카페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신의 상상 속에서 사람들은 편하게 앉아서 의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다음에 지혁은 오감을 통해 그 상상 속에 생생함을 더하기 시작했다.     

‘어떤 음악이 들릴까?’

지혁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자 상상 속의 장면에서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인디 음악들과 팝송으로 이루어진 곡들이었다. 지혁은 그 음악들 중에서 한 곡을 정하기로 했다. 그러자 지혁이 좋아하는 영국의 가수인 에드 시런의 ‘퍼펙트’라는 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향이 날까?’

질문을 던지자 커피 향이 나기 시작했다. 감미롭고 달콤한 커피향이었다. 지혁은 상상 속의 장면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떤 소리가 날까?’

아까 흘렀던 음악 위로 커피 글라인더의 작동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원두가 갈리는 소리와 글라인더에서 포타필터로 커피를 담는 소리, 그리고 커피 머신의 소리가 들렸다.     

‘온도는 어떻지?’

적당한 온도가 몸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열어놓은 문으로 봄바람이 들어왔다. 가벼운 바람이 뺨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 상황이지?’

그러자 상상 속에서 2명의 여자 고객님들에게 주문을 받고 있는 지혁의 모습이 보였다. 지혁의 뒤에는 같이 일하는 바리스타가 보였다. 여자 고객님들은 라떼를 주문했고, 지혁은 그 주문 받은 라떼를 함께 일하는 바리스타에게 가르쳐주면서 만들고 있었다.     

‘나는 어떤 기분일까?’

이 질문을 던지자 지혁은 정말 그 속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생생하게 지혁의 앞에 펼쳐졌다. 침대에 누워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상상이라고 느껴질 만큼 생생했다. 지혁은 바쁨 속에서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는 평안함과 일을 사랑할 때 느껴지는 만족감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분을 충분히 느낀 후 지혁은 또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 다음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혁이 이 질문을 던지자 장면이 바뀌었다. 커다란 강단이 지혁의 앞으로 펼쳐졌다. 지혁은 진홍색 커튼 뒤에 서 있었다.     

‘여기는 어디지?’

그러자 지혁의 머릿속에 강의장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생각과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이제 서지혁 작가님을 모시고 강연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힘찬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박수 소리와 함께 지혁은 무대 앞으로 걸어나갔다. 스포트라이트와 무대의 공기가 느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혁의 앞에 앉아 있었다. 상상 속에서 지혁은 꿈과 인생에 대한 주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고양감이 느껴졌다. 지혁의 강의에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도전을 받는 모습들이 보였다.     

또다시 장면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는 배가 보였다. 크루즈 배였다. 그 배에 있는 선실에서 바다를 보고 있는 지혁이 보였다. 석양이 지고 있는 바다였다. 바다 바람의 향이 느껴졌다. 객실의 발코니에서 지혁은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제 질문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장면들이 바뀌고 있었다. 이 장면들은 하나의 이미지들로 시작했다. 그 이미지를 보고 지혁이 그 안으로 들어가면 그것은 영상으로 변하였다. 어떤 영상들은 매우 생생했고 디테일 했다. 어떤 영상들은 하나의 장면으로만 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수많은 이미지와 영상들이 지혁에게 다가왔다. 그 안에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도 있었다. 이 장면들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야기와 이야기가 논리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지만 상상 속에서 그것은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지혁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나무로 지어진 저택이었다. 벽난로가 타고 있었다. 나무 타는 냄새가 느껴졌다. 지혁의 발 밑에는 커다란 개 2마리가 잠을 자고 있었다. 지혁은 개 2마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지혁의 주변에는 멘티들이 둘러 앉아 있었다. 이 장면 속의 지혁은 이미 할아버지였다. 따뜻해보이는 스웨터를 입고 멘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장면 속에서의 멘티들은 지혁에게 많은 질문들을 했다. 그 질문들에 대해 지혁은 지혜로운 대답들을 해주었다. 둘러앉은 멘티들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20대 청년, 그리고 다양한 연령 때의 사람들이 있었다. 지혁은 멘티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들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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