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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Feb 29. 2024

재활, 희망과 설렘이 느껴지는 말

팀라이트의 재활을 꿈꾸며

힘줄과 인대의 차이를 아는가? 힘줄은 근육과 뼈를 연결해 주는 섬유조직이고 인대는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해 주는 섬유조직이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서 가장 두꺼운 힘줄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뒤꿈치에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요즘 내 최대 관심사는 재활이다. 작년 12월에 아킬레스건이 끊어져서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에는 매일 같이 인체의 신비를 경험했다. 우리 몸에서 가장 두꺼운 힘줄이 얼마나 쉽게 끊어질 수 있는지 경험했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면 종아리를 움켜잡아도 발목이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한쪽 다리를 10일만 못 써도 양쪽 다리 굵기가 달라지는 것을 보았고, 근육이 빠진 종아리가 말라비틀어진 홍시처럼 축 처지고 흐물거리는 걸 보았다. 2주 반깁스, 4주 통깁스를 거치고 나면 발목이 굳어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다시 전처럼 걷기 위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재활. 하얀 병실과 환자복이 떠오르는, 어쩐지 건조하고 딱딱하고 차가운 단어. 그런데 이 말을 '다시 활동함'으로 풀어쓰고 보면 희망이 느껴지고 설레기까지 한다. '다시'에서는 설렘이 '활동'에서는 활기가 느껴지니 말이다. 매년 꽁꽁 언 회색빛 땅이 녹고 초록잎이 나는 걸 보면서 봄을 느꼈는데, 올해는 내 발목의 가동 범위가 늘어날 때마다 내 몸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걸 느낀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끊어진 아킬레스건을 이어 붙이고 굳은 발목을 재활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살다 보면 다시 시작할 수 없어서 아쉬운, 돌이킬 수 없어서 슬픈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된 갈등과 그로 인해 멀어진 마음, '언젠간 해야지'하고 마음만 먹고 있다가 흘려보낸 세월, 우연한 선택이 불러온 커다란 재앙 같은 것들. 사랑도 일도 관계도 재활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다. 리는 그동안 글로, 강연으로, 책으로 선하고 강한 영향력을 나누는 기쁨을 누렸다. 와 너,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잠시 멈춰 보려고 한다. 어딘가 끊어지거나 부러진 건 아니지만 숙고 끝에 멈춤이 필요한 때라는 결정을 내렸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아니, 돌아오기는 할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희망한다. 팀라이트가 멈춤의 시간을 보내고 재활할 수 있기를. 시즌 2의 막을 올리면서 지금 이 순간을 추억할 수 있기를. 다치고 굳은 발목은 저절로 다시 움직이지 않는다. 적절한 치료와 운동을 병행해야 조금씩 나아진다. 팀라이트에게도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면 방법은 당연히 글쓰기일 것이다. 그게 가장 팀라이트 다우니까. 우리는 글쓰기가 가진 힘을 믿으니까.


그동안 함께해 주신 팀라이트 작가님들, 그리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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