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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맷돌 Apr 28. 2022

빨강 카네이션

부모의 날

  작은 애가 어버이날에 선물한 카네이션 화분은 두 개다. 분홍빛 흰꽃은 내게, 빨강 꽃 카네이션 화분은 애아빠에게 주었다. 내 거는 처음 볼 때부터 꽃송이가 몇 개 없었다. 색도 진하지 않고, 누가 봐도 저렴해서 샀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작은 애는 엄마가 맘이 편해서 뭐든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용돈은 내가 주고 있었고 학비는 애아빠가 주었다. 남편은 작은 애에게 돈이 들어갈 때는 늘 부담 주는 말을 하였다.


 "이번에 시험 잘 봤냐? "


머뭇거리는 작은 애를 보며 나는 급하게 돌아서는 모습을 바라본다. 애아빠가 눈치를 주니 작은애가 눈치를 보게 돼 있다. 바쁜 학사일정과 시험기간임에도 이번에도 어김없이 작은 애는 선물을 준비했다. 또 선물을 고르느라 얼마나 머리 회전을 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바쁠 텐데 선물까지 준비하고 힘들었겠다."


별말 없이 방으로 아빠를 찾아간 작은 애 멈칫멈칫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들고 쇼핑백에 든 선물을 내민다.  


"돈 좀 있나 보다 이런 것도 다 사 오고"


남편은 꽃이 든 비닐 포장보다 분홍 도자기에 폼나게 들어있는  화분 비교해본다. 늘 작은 애는 귀여운 카드에 감사인사가 들어있었다. 나도 쇼핑백을 받았다. 그 안에는 자일리톨껌 한 통, 노란 호박즙 두 팩, 미니 초코 네 개. 12개짜리 초코빵 상자로 구성돼있었다. 화분도 내가 좋아하는 분홍색 화분을 염두하고 고른 것 같았다. 한 가게에서 다른 타입을 산 걸 보면 저렴하게 몰아준 느낌이다. 두 개의 화분 중 빨강 카네이션 꽃화분은 진하고 화려해서 생색을 낼 만했다. 내 생각에도 늘 결과 중심이고 목표지향적인 남편에게 당장 보기 좋은 선물을 해야 좋아할 것 같이 여겼다.


  내 화분의 꽃은 며칠을 못가 시들고 잎과 가지가 마르기 시작했다. 그와 반대로 남편의 화분에서는 빨강 꽃이 계속 꽃망울을 터트렸다.


"내 꽃은 오래 사는데 명화 씨 거는 죽었네!"

"내 꽃에 물을 안 주고 자기 것만 물을 주니까 그렇지!"

"아닌데. 똑같이 물을 주었는데.*

"처음부터 냇 게 상태가 당신 거보다 안 좋았어."


나는 시들은 꽃이지만 물을 계속 아침, 저녁으로 분무를 했다.

나는 왜, 죽었을까 화분을 살펴봤다. 물이 빠져나갈 화분 구멍이 아예 없었다. 겉만 번지르르한 분홍빛 도자기 화분은 분홍 카네이션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판매하는 사람도 이 5월 어버이날에 얼른 팔아버리고 말면 그뿐. 그 이후 꽃의 생사에는 관심도 없었을 거였다. 이벤트는 늘 그런 식이다. 한 번의 화끈한 축하에 뒤풀이는 어찌 되든 각자의 몫이다.


  몇 주후 기숙사에서 집에 돌아온 작은 애는 시들은 화분을 발견하고 화분에 분무를 한다. 선물은 주는 사람 맘이지만 주고 나면 내 마음을 두고 온 거 같다. 내 경우에는 급해서 전날 조카 졸업식에 가져갈 장미 다발을 30,000원에 사 가지고 갔는데  막상 졸업식 당일 학교 근처에서 파는 꽃은 저렴하 그럴듯했다. 오히려 냇 게 가격 대비 생색이 나지 않았다. 전날부터 신경 쓰며 꽃을 급하게 구하러 간 게 후회가 되었다. 받는 사람도 썩 좋아하는 거 같지 않참석할 것 같지  않던 사람까지 꽃다발을 내미니 수고한 보람이 아갔다. 며칠 후 내가 선물한 꽃다발이 있는 친정집에 갔다가 처치 곤란하다고 엄마가 말했다.  내가 준 꽃이 선반 위에 방치된 느낌이다. 필요하면 가져가라는 말은 내가 꽃을 좋아하는 줄 아니까 한말이었지만 기분은 울적했다. 역시 이벤트는 간단하게 왔다 갔다는 인상만 주면 되는 거였다.


  내가 준 선물이 맘에 들어서 잘 보이는 곳에 있으면 필요한 것을 줬다는 만족감이 왔다. 그런데 다른  곳에 집중하느라 관심 작은애가 준 화분에서 멀어졌다. 남편은 두 개의 화분을 진열해 뒀고 물을 주니 내 것도 주겠지 하고 말았다. 며 칠 되니 물을 안 준 거처럼 시들었다. 작은애는  꽃 구석구석 눈을 맞추며 살려보겠다고 투지를 보였다. 내 거는 그렀다고 해도 애아빠의 빨강 카네이션까지 잎이 마르고 있었다. 늘 공짜 선물은 받을 땐 기쁘받고 나면 어디 있는지 모를 때가 더 많다. 애아빠도 내 것 보다 자기 이 오래간다고 자랑하더니 그 경쟁심도 내 꽃이 죽고 나니 시들해져 물을 주는 것을 잊어버렸다. 선물 받은 당사자가 관심 없어졌는데 선물 준 작은 애는 오히려 물만 줬으면 살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정성이 통한 것일까 빨강 카네이션이 꽃이 계속 핀다.


  남편은 매일 운동삼아 산을 다니느라 집에서 애들하고 많은 대화를 하지 않다.

그동안 작은 애가 꽃에 아침마다 물을 뿌려주고 꽃을 피게 하려고 노력한 걸 알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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