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애가 어버이날에 선물한 카네이션 화분은 두 개다. 분홍빛 흰꽃은 내게, 빨강 꽃 카네이션 화분은 애아빠에게 주었다. 내 거는 처음 볼 때부터 꽃송이가 몇 개 없었다. 색도 진하지 않고, 누가 봐도 저렴해서 샀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작은 애는 엄마가 맘이 편해서 뭐든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용돈은 내가 주고 있었고 학비는 애아빠가 주었다. 남편은 작은 애에게 돈이 들어갈 때는 늘 부담 주는 말을 하였다.
"이번에 시험 잘 봤냐? "
머뭇거리는 작은 애를 보며 나는 급하게 돌아서는 모습을 바라본다. 애아빠가 눈치를 주니 작은애가 눈치를 보게 돼 있다. 바쁜 학사일정과 시험기간임에도 이번에도 어김없이 작은 애는 선물을 준비했다. 또 선물을 고르느라 얼마나 머리 회전을 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바쁠 텐데 선물까지 준비하고 힘들었겠다."
별말 없이 방으로 아빠를 찾아간 작은 애가 멈칫멈칫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들고 쇼핑백에 든 선물을 내민다.
"돈 좀 있나 보다 이런 것도 다 사 오고"
남편은 꽃이 든 비닐 포장보다 분홍 도자기에 폼나게 들어있는 내 화분과 비교해본다. 늘 작은 애는 귀여운 카드에 감사인사가 들어있었다. 나도 쇼핑백을 받았다. 그 안에는 자일리톨껌 한 통, 노란 호박즙 두 팩, 미니 초코 네 개. 12개짜리 초코빵 상자로 구성돼있었다. 화분도 내가 좋아하는 분홍색 화분을 염두하고 고른 것 같았다. 한 가게에서 다른 타입을 산 걸 보면 저렴하게 몰아준 느낌이다. 두 개의 화분 중 빨강 카네이션 꽃화분은 진하고 화려해서 생색을 낼 만했다. 내 생각에도 늘 결과 중심이고 목표지향적인 남편에게 당장 보기 좋은 선물을 해야 좋아할 것 같이 여겼다.
내 화분의 꽃은 며칠을 못가 시들고 잎과 가지가 마르기 시작했다. 그와 반대로 남편의 화분에서는 빨강 꽃이 계속 꽃망울을 터트렸다.
"내 꽃은 오래 사는데 명화 씨 거는 죽었네!"
"내 꽃에 물을 안 주고 자기 것만 물을 주니까 그렇지!"
"아닌데. 똑같이 물을 주었는데.*
"처음부터 냇 게 상태가 당신 거보다 안 좋았어."
나는 시들은 꽃이지만 물을 계속 아침, 저녁으로 분무를 했다.
나는 왜, 죽었을까 화분을 살펴봤다. 물이 빠져나갈 화분 구멍이 아예 없었다. 겉만 번지르르한 분홍빛 도자기 화분은 분홍 카네이션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판매하는 사람도 이 5월 어버이날에 얼른 팔아버리고 말면 그뿐. 그 이후 꽃의 생사에는 관심도 없었을 거였다. 이벤트는 늘 그런 식이다. 한 번의 화끈한 축하에 뒤풀이는 어찌 되든 각자의 몫이다.
몇 주후 기숙사에서 집에 돌아온 작은 애는 시들은 화분을 발견하고 화분에 분무를 한다. 선물은 주는 사람 맘이지만 주고 나면 내 마음을 두고 온 거 같다. 내 경우에는 급해서 전날 조카 졸업식에 가져갈 장미 꽃다발을 30,000원에 사 가지고 갔는데 막상 졸업식 당일 학교 근처에서 파는 꽃은 저렴하고 그럴듯했다. 오히려 냇 게 가격 대비 생색이 나지 않았다. 전날부터 신경 쓰며 꽃을 급하게 구하러 간 게 후회가 되었다. 받는 사람도 썩 좋아하는 거 같지 않았고 참석할 것 같지 않던 사람까지 꽃다발을 내미니 내 수고한 보람이 날아갔다. 며칠 후 내가 선물한 꽃다발이 있는 친정집에 갔다가 처치 곤란하다고 엄마가 말했다. 내가 준 꽃이 선반 위에 방치된 느낌이다. 필요하면 가져가라는 말은 내가 꽃을 좋아하는 줄 아니까 한말이었지만 기분은 울적했다. 역시 이벤트는 간단하게 왔다 갔다는 인상만 주면 되는 거였다.
내가 준 선물이 맘에 들어서 잘 보이는 곳에 있으면 필요한 것을 줬다는 만족감이 왔다. 그런데 다른 곳에 집중하느라 관심은 작은애가 준 화분에서 멀어졌다. 남편은 두 개의 화분을 진열해 뒀고 물을 주니 내 것도 주겠지 하고 말았다. 며 칠 되니 물을 안 준 거처럼 시들었다. 작은애는 꽃 구석구석 눈을 맞추며 살려보겠다고 투지를 보였다. 내 거는 그렀다고 해도 애아빠의 빨강 카네이션까지 잎이 마르고 있었다. 늘 공짜 선물은 받을 땐 기쁘나 받고 나면 어디 있는지 모를 때가 더 많았다. 애아빠도 내 것 보다 자기 것이 오래간다고 자랑하더니 그 경쟁심도 내 꽃이 죽고 나니 시들해져 물을 주는 것을 잊어버렸다. 선물 받은 당사자가 관심 없어졌는데 선물 준 작은 애는 오히려 물만 줬으면 살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정성이 통한 것일까 빨강 카네이션이 꽃이 계속 핀다.
남편은 매일 운동삼아 산을 다니느라 집에서 애들하고 많은 대화를 하지 안 않다.
그동안 작은 애가 꽃에 아침마다 물을 뿌려주고 꽃을 피게 하려고 노력한 걸 알 턱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