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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의 힘 Feb 14. 2023

의치한 진학이 목표라면 조기유학은 '독'이다

<부녀가 함께 지방에서 의치한 가기> 바로가기

의치한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40대에 의대, 50대에 한의대에 입학한 신입생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서울대보다는 의치한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 지는 이미 오래. 의치한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즉 소위 ‘SKY’라는 웃지못 할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다.     


실제로 2023학년도 수시모집에서 SKY 합격자 2,206명(서울대 138, 고려대 1,241, 연세대 827)이, 정시에서는 906명(서울대 104, 고려대 343, 연세대 459)이 등록하지 않았다.


이들 중 자연계열 대부분이 의약학 계열로 진학했다는 것이 입시전문가의 분석이다(종로학원).   

   

의치한에는 이처럼 최상위권 학생이 몰려들고 있다. 심지어 40, 50대의 직장인도 뛰어들 정도다. 의치한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 수가 한정된 배타적 면허일 것이다.      


국가고시를 통해 면허를 획득하면 졸업과 동시에 전문직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지고, 이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욕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이러한 현상이 바람직한지 여부는 차치하고 사회경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당분간 의치한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는 의치한 입시, 무엇보다 본인에게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시로 할지 아니면 정시로 할지, 수시로 한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이 맞을지 학생부교과전형이 맞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 밖에 ‘세특’이라고 불리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입학 전 조기유학은 어떨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한 번쯤 자녀의 조기유학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언어 습득은 물론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국제적 인재로 성장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 어렵다는 수능 영어에 도움이 되는 것도 한 몫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여러 제약으로 인해 생각만할뿐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그럼에도 실제로 자녀의 조기유학을 실행에 옮기는 학부모들이 있다. 이들은 대개 자녀 교육에 열정적이며, 의치한 진학에도 관심이 크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자녀의 조기유학이 한국에서의 의치한 진학에 도움이 될까?


정답은 ‘단연코 절대 아니’다.


의치한 진학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면 조기유학은 답이 아니며 가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역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수험생끼리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그에 상당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늦어도 중학교부터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대입을 위해서는 선행 학습이 매우 중요하다. 유학기간에는 선행 학습을 상상할 수 없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언어도 익혀야 한다. 물론 교우관계도 쉽지 않다. 즉, 미래 경쟁자들이 의치한이라는 목표를 위해 경주할 때 조기 유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정착하기 위해 하루하루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선행 교육보다 사실 더 큰 난관이 있다. 바로 정규교육. 국어와 수학에서의 정규교육 부재는 쉽사리 극복하기 힘든 난제다.

     

딸은 중학교 1학년 1학기만 마치고 고등학교 입학 직전까지 미국에서 생활했다. 당연히 제대로 된 국어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러기에 딸에게 있어 국어 공부는 마치 뜬구름 잡기식이었다. 특히, 한자어에 취약해 가끔은 시험을 잘 본 건지 못 본건지조차 가늠이 안되기도 했다.      


다행히 국어 내신은 학교에서의 수업과 학원에서의 공부로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능에서의 국어라는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수학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학교의 수학 수준은 한국보다 매우 낮다. 2개 학년 위의 수학 수업을 수강할 정도였지만, 딸은 한국 고등학교에서 수학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처음으로 치른 시험에서 3등급의 성적을 받은 것이다. 이후 피나는 노력으로 내신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역시 수능에서 크게 고전했다.      


국어와 수학이 불리한 대신 영어에서 강점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맞다.


영어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딸은 사교육 한 번 없이 고등학교 내신 및 수능에서 1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물론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엄청난 노력의 결과다.      


하지만 수능에서 영어는 다른 주요 과목에 비해 그 영향력이 미미하다. 영어는 한국사, 제2외국어, 한문과 함께 절대평가 과목이다.      


상위 4% 이상만 1등급이 주어지는 국어, 수학, 탐구 과목과 달리 영어는 90점 이상만 획득하면 된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전체 응시생의 7.83%가 영어 1등급을 받은 이유다.


2등급까지 확대하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누적 상위 11%까지 2등급을 받는 다른 주요과목과 달리 2023학년도 수능에서 상위 26.5%가 영어에서 2등급을 받았다.


다시 말해, 수험생은 안정적으로 영어에서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영어의 강점이 주는 장점이 수능시험에서 만큼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러기에 의치한이 목표라면 조기 유학은 답이 아니다. 오히려 독에 가깝다. 


물론 조기 유학 시점에 따라 유불리에서 조금씩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중학교 입학 직전 한국에 돌아온 아들은 국어와 수학에서 딸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한 듯 보인다(딸의 말을 빌자면 아들은 원래 공부를 안 하기에 부담도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고등학교 입학 직전 한국에 돌아온 딸의 사례가 가장 불리한 조건인 듯하다.      


이 글은 자녀의 조기 유학을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다. 현실적인 사례를 보여줘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참고로, 아이들과 아내를 포함한 우리 가족 모두는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미국에서의 경험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만큼 조기 유학에는 장점이 많다(이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올릴 예정이다).


다만, 한국에서의 의치한 진학이 가장 중 큰 목적이라면 조기 유학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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