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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소장 Feb 23. 2022

'오래 사세요'에 대한 마음

엄마가 귀찮다.....

명절 후에 집단상담이 있었다. 3일간의 일정을 다 마치고 늦은 오후에 TV를 보고 있었다. 데이케어를 다녀오신 엄마는 이 시각에 웬일이냐며 소파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신다. "나이가 너무 들면 겉모습이 흉해져서 안 되겠더라, 95살까지만 살아야겠다"라고 하신다. 허걱! 지금도 90이신데..... 그럼 난 언제 자유로워지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남들보다 귀찮은 것을 잘 못 견디는 것 같다. 인내심이 좀 부족하게 태어난 것 같다. 어릴 때도 자꾸 귀찮게 하면 친구랑도 잘 안 놀았던 거 같다. 지금 남아있는 친구들은 나와 비슷한 독립적인 성향들이다. 그나마 내 아이들을 양육하면서는 덜 귀찮아하며 키웠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때도 업어달라고 하면 귀찮았던 기억이 있는걸 보면 나는 헌신성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아이들이 잘 자라 준건 나란 인격보다는 모성적인 본능의 힘이 키워준것 같다. 반면 우리 엄마는 모성도 모성이지만 헌신성과 인내심이 대단하시다. 엄마는 아이들도 많은데 뭘 해달라 하면 어느 것 하나 귀찮아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오히려 충분히 잘해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시는 이다.  


이렇게 엄마와 같이 살기 전까지는 내가 나이 들고 성숙해진 줄 알았다. 내 삶에서 귀찮니즘이 거의 사라져서 까맣게 잊고 지내온거 같다. 작은 아이가 사춘기를 지난후부터는 내손이 갈 곳이 별로 없었다.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이면 집안일하는 게  일상이었다. 힐링의 시간이었고 귀찮치도 않았다. 음식만들기도 재밌고, 빵도 만들고, 바느질도 하면서 이것저것 새로운 살림살이들을 즐기면서 살았다. 그런데 엄마와 살면서 귀찮아지는 마음이 자주 일렁이며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어쩌겠나. 이참에 묻어두었던 마음들을 살피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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