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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괭이네 집 Jan 25. 2020

그녀가 아직 '아미'가 아니었을 때

너의 덕질일기9

그녀의 덕질에서 가장 빛나는 영역은 방탄소년단이다. 현재는 아미와 러비를 겸직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덕력의 본류는 아미. 그러나... 처음부터 그녀가 아미였던 것은 아니다.


바야흐로 아직 덕후가 되기 이전, 그녀는 자칭 타칭 모쏠이었다. 슬프게도 이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자신은 쭉 모쏠일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는 그녀. 그러나 엄마는 너무나 속상하다. 


'아... 딸아, 부디 연애도 해라. 엄마 아빠도 둘이 데이트 좀 하자. ㅠㅠ'


이런 엄마의 속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었건만 자신만의 철벽을 쌓던 그녀. 이처럼 그녀는 '남자 보기를 돌같이' 했던 것이다. 


도대체 왜? 왕년에 소개팅부터 미팅까지 완벽하게(?) 섭렵했던 엄마의 근심 걱정은 커질 수밖에...ㅠㅠ


바야흐로 사춘기의 진정한 묘미는 '첫사랑'이 아닌가? 요즘 애들 다 한다는 연애는 고사하고 썸은커녕 짝사랑도 미동조차 없던 그녀를 보며,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까 싶어 걱정도 많았다.


그런 그녀에게도 봄날은 왔다. 그녀가 마음에 담은 첫 번째 스타는 박보검!!! 로맨스를 연구하겠다는 핑계로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있던 엄마 옆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을 퐁당퐁당 보던 그녀였건만... 어느 날부터인가 홀로 정주행을 시작하더니, 본방사수는 물론 재방에 VOD까지 보겠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마냥 기뻤다. 우리 딸이 드디어 소녀가 되었구나. 감격에 젖어 남편과 맥주 한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수다를 떨기도 했다. VOD 정도야 월정액 결제로 간편하게 반복 시청이 가능하니 정말이지 저렴한 덕질 라이프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인가 보다. 박보검을 파던 그녀의 관심은 그의 절친인 방탄소년단의 뷔로 넘어갔고, 마침내 정국이에게 꽂혀 아미가 되었다. 아이돌 덕후의 진상을 몰랐던 나는, 기쁘게 박수를 쳤다. 그러다 망했다.


그녀가 아직 아미가 아니었을 때, 그때호시절이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 집 시청 채널은 참으로 다양했다. 드라마, 뉴스, 예능, 시사... 어느 것이든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집 채널은 사실상 하나이다. 오직 음방(음악방송) ㅠㅠ


슬프게도 모든 좋은 것들은 언제나 너무 빠르게 '과거'가 된다. 오늘도 난 이렇게 그녀를 통해 또 하나의 진리를 배웠다. (선택의) 자유는 있을 때 지켜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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