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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Apr 16. 2023

인연 맛집 브런치

구독, 댓글 그리고 만남

오는 인연 막지 않고 가는 인연 붙잡지 않는다는 것이 내 삶의 모토는 아니지만,   어디서든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편이다.

 물론 마음까지 터놓는 깊은 친구는 소수지만.


그래도 브런치에서까지 인연이 만들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작년 아들을 따라간 스코틀랜드에서

제스혜영 작가님을 만나 브런치에서는 물론 카톡으로 간간이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것이

늘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https://brunch.co.kr/@gracehseo/70


그런 인연이 또 있을까 했는데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감동적인  책의 출간 작가인 전지은 작가님과도  

브런치  친구가   줄이야.

작가님이 미국의 간호사로 근무하며 겪은

병원 환자들의 사연들이  하나같이 짧은 드라마

처럼 슬프고 감동적 이어서 읽는 족족 하트와 댓글로 내 마음을  남겼다. 

그러다 댓글로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됐고 브런치가 중개한 이메일로 연락처를 나누었다.

한국에 오시면 꼭 연락해서 한번 보자고.


강릉을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늘 같은  리조트로

 가족 여행을 다녔는데  마침 전작가님의 고향도

 강릉이라고 하니 그 장소에 특별한 의미가

더해졌다.

작년 6월, 첫 만남을 가졌다.  

그것도 부부동반으로.

일요일   아침  8시 조금  넘어 출발해서

강릉에서 제일 유명한 순두부집에서 만났는데

  첫눈에 금방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다. 

네 명이 마주 앉아 식사를 했는데 워낙 상냥하고

외향적인 작가님 덕분에

별 어색함 없이 밥 먹고 대화를 나누었다.

(실은 전작가님과 내가 즐거웠고 작가님의 부군님과 우리 남편은 조금 어색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걸었던 인목항의 푸른 바다는  

바로 일주일 전에 다녀온 바하마의 바다보다

시원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바닷가를 걸어 쫀득한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먹고  바다가 보이는 작가님 아파트에서 커피 타임을

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벌써 10개월 전의 일이다.


지난6월과 /  올해 2월의 강릉바다


그리고 얼마 전  2월,   또다시 강릉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비싸도 꼭 한번 타보고 싶었던

프리미엄버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발을 쭉 뻗고 180도 누워 음악을 들으며 가다 보니 금세 강릉역!


어머니 면회를 마치고 픽업을 나온 작가님 차를

타고 또다시 바닷가로 달렸다.

두 번째 만남이라 수다의 주제는 거칠 것이 없었다.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수다를 실컷 주고받고 작가님의 제의로

아르떼뮤지엄을 방문했다.

얼마만의 문화생활인지~^^

비용은 작가님의  초대권!(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별생각 없이 갔던 나는 그곳에서 미디어아트의

절정을 체감했다.

각각의 방에  꽃 ㅡ별 ㅡ태양 ㅡ바다 ㅡ폭포 ㅡ천둥 ㅡ동굴 등의 주제로  아름다운 빛의 아트로 황홀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제 끝인가 하고 나오니 세계의 명화들이 시시각각 바뀌며 화룡정점을  이루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감탄과 놀람 속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마지막의 티 바(tea bar)에서의 꽃잎 가득한 딸기차의 맛은 떠올리면 아직도  혀끝이 달다~



다음 행선지는 바닷가가 보이는 작가님의 아파트,

작가님의 첫사랑이야기와 맛난 저녁 식사,

내게 생긴 집안 일로  1박을 못하고 온 것이 한이다.

바다가 보이는 식탁에서 와인과 안주와 수다를

했어야 했는데 아쉽게 또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며칠 전, 안타까운  강릉 산불 소식에 바로 작가님 생각이 났다. 연락을 드리니 작가님 계신

인목항은 무사하다 하신다. 불타버린  폐허가

마음 아픈 와중에 그래도 참  다행이다.



내가 젤 좋아하는 싸리작가님의 글들

브런치에서 맺은 인연은 또 있다.

고양이 봉봉이와 밍뚜를 키우며 일어나는 일상을 예쁜 그림과 간결한 글로 연재하시는 싸리 작가님의 브런치는  크림이를 입양한 지 얼마 안 되어

구독하게 됐다.

'아파도 내 고양이 1,2,3 '시리즈부터 보게 되었는데 봉봉이의 신부전 투병일지를 담담하게 그려냈지만 간결한 멘트 속 작가님의 슬픔과 고통이 그대로 느껴져서였는지 나는 펑펑 울기도 여러 번이었다.

봉봉이와 밍뚜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녀의 그림과 글에서 담담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번져 나온다.

특히 봉봉이의 투병 일지는 그림 속에 한마디 글 속에 그녀의 눈물이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밍뚜가  구내염 때문에  그루밍을 못하는 봉봉이를 위해 대신 그루밍을  해준다는 이야기는  슬픔과 

감동의 절정이었다.  동물은 사랑스럽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가르침도 준다.

이후  싸리작가님과도  브런치 댓글을 주고받으며 만난 일은 없지만 친근해져 갔다.

(저만 그런 건 아니죠?)

많은  고양이가 신부전으로 고생하다 떠난다는 것도 작가님의 글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얼마 전 우리 크림이가 처음 신부전 진단을 받고

어쩔 줄 모르고 슬픔에  잠겨있을 때 가장 먼저 생각이 났었다. 친절한 작가님께서 브런치를 통해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연락처를 주셔서 카톡을 주고

받았다.


싸리 작가님은 크림이의 상태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응원해 주시면서  케어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나눠주셨다.

덕분에 신장배려 츄르,  필건(알약먹이는 주사기), 약사발, 나비침, 주사기, 수액을 데우는 싸개까지 샀다.

우왕 좌왕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꼭 필요한 것을 구매할 수 있었으니 크림이는 복이 많은 냥이임에

틀림없다.

중간중간 봉봉이에게 하셨던 처치나 케어방법도

다 알려주셨다. 크림이가 많이 안정이 되면 식사를 청할 생각이다. 아직 만나 뵙진 못했지만  만난다면 역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싸리작가님!  건강해질게요~^^  ㅡ크림올림



글을 읽으며 알게 된 누군가의 생각, 사연 그리고 마음에 깊이 공감하면서 구독을 하고 하트를 누르고 댓글까지 나누다 보면 '글벗'이 되고 나아가

이런 인연까지도 맺게 되다니 다시 생각해도

 고맙고 신기한 브런치다.

꼭 만나지 않더라도 글을 통해 시간과 생각, 정을 나누는 브런치, 인연 맛집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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