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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May 21. 2023

우연이 아니었다.

크림이가 내게 온 이유

사람과의 관계는 둘로  나뉜다.

인연과 악연.

처음엔 모든 게 필연처럼 다가오지만

지나고 보면 인연인지 악연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내 선택이 작용했으므로 악연이라고 남 탓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연은 추억하고 악연은 잊는  수밖에.


크림이가 별이 된 후 나는  왜 크림이가 우리 집에 왔을까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크림이를 파양  남편의 후배는,  평소 친분도 없었고 어느 날 어떤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고양이 얘길 주고 받았을 뿐이었다.

그는 크림이 포함 두 마리 냥이를 키웠는데

파양 의사를 밝히자  분양자가 크림이는 거부하고 크림이 형제만 데리고 갔다는 것이다.

남은 한마리의 고양이를 빨리 내보내고 싶은 사람과 마침 고양이 유튜브만 보며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던 랜선 집사의  만남  또한 운명이었겠지 싶다.


나는 처음엔 외동이었던  강아지 쿠키의 입장에서 고양이 입양을 반대했지만  남편은  자기가 고양이 아빠한다고,  쿠키랑 문제가 생기면 연구실에 데리고 서라도 키운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 후 남편은 마음을 다시 바꿨다.

생명 하나를 또 들이는 책임감이 너무 무거워

후배에게 사과의 뜻을 담아 거절했다는 것이다.

(내심 고양이를 기대했던  나와 내 딸 그리고 우리 언니는 아쉬웠지만)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나나 했는데,

겨우 입양처를 찾고 한숨 돌린 후배가 다급했던지  쿠키와 문제가 생기면 되돌려 받겠다며 하루 이틀만이라도 고양이를  데리고 있어봐 달라고 간청했다.


자라 집에서 파양 당하고

분양자에게도  버림받고

그리고 와라 마라 변덕을 부리던 예비주인에게

수난을 겪다가 마침내  만나게 된 크림이었.


하지만 우리 집에 온   험난한? 과정이 돌아보면

집사를 선택하는 우리 크림이의 빅픽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가 집사를 택하는 거란 얘기는 틀리지

않았다.

우리 집에 온 첫날부터 6개월된 아기냥이 크림이는  가족 모두는 물론 쿠키까지도 두근두근  설레게 했으니까.


첫 눈에 반했던 크림이와의 첫 날.머리에  하트모양의  진한 무늬가 있었다...


설사 쿠키와 맞지 않았대도  굽이굽이 돌아돌아

겨우 우리 집에 온 이 어린 생명을  어떻게 또 내보낼 수 있었을까.

편으론 크림이가 발톱 한번 내밀지않고  하악질도 안하고 순하고 착하게 군 것도 또 버림받을까봐 그런건 아니었는지 가슴이 아린다.

어쨌든  우리 언니와 조카들  그리고 서로 바빠 일 년에 몇 번  얼굴 보기 어려운 두 오빠 들까지  크림이를 보기 위해 드나들었고, 쿠키와 크림이의 하모니를 보고 싶어하는  친구들 언니들도 우리집에

오고 싶어했다.

크림이는 비로소 수난 시대에서  전성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나 역시 생전 안 하던 청소를 하고 상차림(다 샀지만)을 하며 손님을 맞았다.  

세어보니 다섯 팀의 손님상을 차렸었고 이는

즐거운 추억과 기억으로 남아있다.

  

크림이와의 인연을 생각하다 보니 크림이는 우리 집을 부득불 선택해서 나와  (나의 부재 시엔 )

 우리 엄마와 언니,조카들 까지 충실한 집사로  

부려 먹었다는 생각이 들면 희미하게나마  웃음이

난다.


크림아♡

네가 우릴  간택해서 집사부려먹어 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더 오랫동안 봉사할 준비가 됐었는데 ㅠㅠ)

그러고 보니 너를 들이고 너와 쿠키가 잘 지내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브런치도 시작했지.

정말 우리 크림이는 복덩이었어.

네 덕분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너와의 짧은 인연

 고맙고  감사해.


지금은 네가 마지막 고양이라고 생각하지만

너처럼 누군가 또 막 밀고 들어오면 어쩌면 좋을까.

고양이와의 인연은 내 맘대로  정하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우리 크림이 잘 지내지? 거기선 건강해라 아가♡

나중에 꼭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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