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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라도봄 Jul 03. 2024

초등 단원평가로 키워보는 메타인지

비전문가지만 엄마의 사랑과 철학을 담아서.

* 생각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나.

* 생각에 대한 생각.

이것이 메타인지(metacognition)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도 정확한 정의라고 생각해요. 단어 그대로 풀어보자면 meta는 '상위의, 초월한'이란 뜻이고 cognition은 인지를 뜻하지요. 아이를 키워본 엄마라면 수도 없이 들어봤을 메타인지. 그런데 들어는 봤지만 어떻게 그것을 키울지는 막막하신 학부모님들을 위해 초등생부터 어느 가정에서나 단원마다 보는 단원평가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봅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같은 정기시험은 초등학교에서 사라졌지만 대부분 담임선생님들이 주요 과목, 혹은 수학만이라도 단원 평가를 합니다. 알림장에 단원평가가 예고되면 그 전후로 아이들의 메타인지, 즉 자신의 시험 준비 상황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해봅니다. (질문들은 그 아래와 같은 의도를 저는 담지만 아이는 모르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이지요.) 다만 엄마의 질문은 다정한 관심이어야지, 차가운 추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 맞다! **아, 내일 수학 단원평가지?"

: 내일 시험이 있다는 건 알지? 엄마도 기억하는 거니깐 너도 신경 써야 하는 거야.


"몇단원이더라? 그 단원은 무슨 단원이야?" 

: 얼마 전까지 배운 단원의 제목과 내용 정도는 기억하고 있지?


"내일 잘 볼 것 같은 느낌이야? 그 단원에서 특별히 어려웠던 건 없니?" 

"몇 점 받을 수 있을지 미리 맞춰볼까?"

: 단원의 내용을 확실히 알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건 무언지 한번 생각해 보렴.


*주의사항 1*
이런 대화를 하면서 '내일 시험인데 공부 안 하니?'라든가 '80점밖에 못 받을 거 같은데 공부 안 할 거야?', 혹은 '너 몇 점은 자신 있는 거야?'와 같은 아이를 압박하는 대화는 피해야 메타인지를 키우기 위한 대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긴장을 유발하고 부담이 느껴지면 아이는 편하게 자기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기 힘들어집니다. 장난 섞어 "아, @@@선수 이번 경기, 아니 이번 단원평가는 몇 점 정도 예상하십니까?"처럼 가볍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단원평가 때 한 번만 하고 끝날 훈련이 아니라, 단원평가마다 해볼 훈련이므로 이번 단원평가 점수만을 위해서 감정을 드러내진 마시기 바랍니다.


평가 전날 이런 질문들은 아이들로 하여금 내가 이 단원을 잘 아는가를 한번 돌아보도록 해주겠죠. 물론 아직 어리니 자신 있다고 하고도 잘 못 보고, 잘 못볼 거 같다고 하고 잘 보기도 합니다. 80점을 예상하고 100점을 맡기도 하고 95점을 예상하고 70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시험 본 날 또 이런 질문을 합니다.

"시험은 예상대로 본 거 같니? "

: 몇 점이야? 보다 아이의 부담이 덜 하도록 어제 예상이 맞는지만 확인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단원평가를 본 날은 점수를 모르고 귀가합니다. 시험을 보고 점수를 예상해 보는 과정은 더 메타인지를 작동시키기 적절한 상황입니다.


*주의사항 2*
여기서 역시 아이를 취조하거나 심문하듯 물으면 안 됩니다. 표정도 최대한 담담해야겠지요. 시험 점수가 안 좋을 때 엄마의 표정이 굳거나 화가 난 듯하면 아이는 자신의 시험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화를 풀어 줄 변명거리를 생각하게 되니깐요. 엄마가 점수에는 무심한 듯, 너에겐 관심이 있는 듯 물어봐야 아이들이 솔직하게 여러 이야기를 해요. 예를 들어 아이가 잘 봤다고 하고 70점이라고 하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럼 그걸 왜 잘 봤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며 그 또한 생각의 기회가 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긴장도 안 하고 열심히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엄마가 내 공부의 완성도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아이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점수가 나오면 시험 전날, 시험직후의 예상과 맞추어봅니다. 차이가 얼마 안 나면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시고요. 차이가 많이 났다면 같이 생각해 보면 됩니다. 뭘 착각해서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왔을까? 혹은 못 나왔을까 함께 분석해 봅니다. 이 또한 진짜 덤덤하게, 절대 혼낸다는 느낌도 칭찬한다는 느낌도 들지 않도록 노력해 보아요.

 

시험이 어렵거나 쉬웠다. / 내가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 난 원래 천재다. / 아는 데 실수했다. /찍은 것도 맞았다. 등등 아이들은 사실 별거 아닌듯한 답들을 하죠. 그래도 좋아요. 한번 잘 본 아이가 스스로를 천재라고 대답을 하더니 그다음은 못 봤다면 다시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고요. 충분히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무언가를 노력 없이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엄마의 생각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아는 데 실수했다.'는 말에는 그 실수가 어떤 실수인지 아주 자세하게 복기하도록 하고 그런 실수가 한 번이면 괜찮지만 두 번이면 계속 반복될 수도 있으니 조금은 신경 써야 한다는 것도 가볍게 알려주고요.


그리고 아무리 못 봐도 혼내지는 않지만 틀린 것과 찍어서 맞은 것들은 확실히 알고 넘어가도록 해요. 요즘은 단원평가지를 배부해주지 않아서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또한 훈련의 기회가 됩니다. 잠시라도 시험지를 받으면 어떤 문제의 어떤 부분을 틀렸는지 기억해 오라고 하고 그게 무슨 문제였는지 알려달라고 해요.


큰 아이는 6학년까지도 아니 중학생인 지금도 수행평가든 정기고사든 묻지 않아도 틀린 거 술술 말합니다. 제가 야단치거나 잔소리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깐 그렇겠지요? 물론 저도 안타깝고 한마디 하고 싶을 때가 부지기수지만 그렇게 하면 다음의 이런 대화를 기약할 수 없기에 허벅지 꾹 찌르며 참습니다. 잔소리대신 아이에게 '점수가 깎였어도 배운게 있네'라고 하며 보살레벨을 한 단계 올리는 거죠. 그리고 사실 엄마에게 이야기하는 그 과정만으로도 아이는 복습이 되고 복기가 되는 걸 노리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저희 아이들 초등학생 때는 수학학원도 안 다니고 선행도 안 해서 겨우 이런 방식으로 어떤 특별한 경쟁력을 지니게 될 거라는 기대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적어도 두 아이 모두 시험이 예고되면 단원평가 문제집이라도 스스로 풀고 가는 나름의 준비를 합니다. 큰아이는 6학년 1학기 첫 단원평가 전날 제가 회식을 하느라 못 챙겼는데도 혼자 집 앞 서점에 가서 단원평가 문제집을 사 오고 그걸 풀어놓고 자더라고요. 풀기만 하고 채점은 안 해봤다는 게 정말 황당하긴 했지만 그것 또한 교육의 기회잖아요? 혼내지 않고 야단치지 않고 핀잔대신 다정한 말로 일깨워 보는 거죠.

"강아, 열심히 풀기만 하고 채점 안 하면 뭘 틀렸는지 몰라서 시험에 같은 게 나와도 또 틀리게 되지 않을까?'

"하하 그러네. 괜히 고생만 하고 가는 거네."


초등 6년간은 어떤 과목을 잘하는 것보다 '싫어지거나 질리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잘 못하는데 좋아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적어도 싫어지고 질리지 않게는 엄마가 노력할 수 있는 점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싫지 않고 질리지 않았다면 잘해보고 싶을 때 아이 자신만의 동기로 즐겁게 달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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