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운전을 한 지 이제 7개월이 넘어갑니다. 싱가포르에서 운전하는 것이 한국과 어떻게 다른 지 한 번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주행 차선이 왼쪽
다들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싱가포르 역시 일본이나 영국처럼 자동차는 도로 왼쪽으로 주행해야 합니다. 거의 대부분 한국에서만 운전을 했지만, 일본 여행 가서도 운전을 종종 했기 때문에 왼쪽으로 주행하는 게 그렇게 헷갈리지는 않았습니다. 큰 도로에서는 금세 적응하기 마련이지만, 이면 도로나 주차장에 들어가면 마음속으로 'Keep Left'를 계속 되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초반에는 오른쪽으로 주행하기 십상이지요. 교차로에서 좌회전이 아닌 우회전이 편한 거 보면 꽤 싱가포르에서 운전하는 게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2. 복잡한 도로
이게 무슨 말이냐 하실 분도 있을 건데, 차량 대수야 워낙에 적지만 도로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생각보다 네모 반듯한 도로가 별로 없고, 일방통행이 많아 특히 좌회전(한국으로 치면 우회전)할 때 무척 조심해야 합니다. 좌회전도 반드시 파란불 신호가 나와야 갈 수 있기도 합니다. 한국처럼 슬금슬금 좌회전하려고 나가다가 오른쪽에서 갑자기 나오는 차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답답하더라도 교통 신호는 절대로 준수해야 합니다.
3. 잘 발달한 도시 고속도로
도로는 복잡하긴 합니다만 도시 고속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어 먼 거리를 갈 때 굉장히 편리합니다. 시내 도로를 통해 10~20킬로를 이동하는 건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 됩니다. 이때 싱가포르 곳곳으로 이동시켜주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아이들 학교까지 지금 사는 곳에서 14킬로 정도 되고, 그중 절반 정도 거리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어느 시간에 가더라도 대략 20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시내 도로로만 이동하려 한다면 최소 10~20분은 더 걸리겠지요. 따라서 싱가포르 어디에 살더라도 오차드가 있는 시내에 차가 밀리지 않는다면 대략 20분 정도면 도착하게끔 도로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4. 운전이 서툰 운전자의 천국
워낙 차량 대수가 적고, 전반적으로 삶에 여유가 있다 보니 운전이 조금 서툴다 하더라도 싱가포르에서는 운전하기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싱가포르 운전자가 딱히 운전 매너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국처럼 공격적으로 운전하는 사람이 적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좀 천천히 간다고 클락숀을 울리는 일도 좀처럼 없습니다. 게다가 얌체 운전자도 적은 편이지요. 사실 어디 가도 20~30분이면 도착하니 얌체 운전을 할 유인이 적긴 하겠지만요.
5.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한 바이크
한국과 달리 바이크도 고속도로 운행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 고속도로를 올라 타 보면 정말 많은 바이크가 운행 중인 걸 볼 수 있습니다. 고속으로 운행해야 하는 고속도로에서 바이크는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가끔이나마 나는 사고를 보면 상당히 많은 경우 바이크와 자동차의 접촉사고인 걸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운전하다 보면 갑자기 저를 앞질러 가는 바이크를 보고 깜짝 놀라곤 합니다. 특히 비라도 오면 아무래도 접지력이 약한 바이크는 미끄러지기도 쉽겠지요. 특히 비 오는 날은 주의해야 합니다.
6. 넓은 주차 공간
한 대 당 주차 공간이 한국 대비 넓어서 자리만 있다면 주차 하기는 편합니다. 주차비도 서울이 비해서는 싼 편이라 부담스럽진 않습니다. 주차비가 비싼 오차드 시내라 해도 시간당 2~3 SGD 정도로 대략 2천 원 안팎입니다. 대신 한국처럼 물건을 사거나 상점을 이용하면 주는 무료 주차 쿠폰이 거의 없어 어디를 가던 주차비를 낸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주차장 구조가 좋지 않아 출구를 찾는 게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 왜 이런 곳에 주차 공간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많고, 전반적으로 주차 공간 배치가 효율적이지는 않습니다.
좌측통행에 익숙해지고, 다소 복잡한 도로에만 익숙해지면 운전이 조금 서툴더라도 싱가포르에서 운전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운전이 여유롭고 편한 싱가포르에서 운전하다 한국에 방문해 운전을 해보니 정말 힘이 들더군요. 그래서 싱가포르 차량 가격이 워낙 비싼 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