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의심 증세 - 고열, 목 아픔, 그리고 기침
새로운 환경에서 하는 첫 시도는 늘 망설임이 따른다. 몇 주 전 서은이가 미열이 있을 때도 저번 주 새연이가 꽤 고열을 보여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애들을 키워보니 대부분은 해열제만 잘 챙겨 먹여도 아이들 스스로 잘 견뎌내는 데다가 싱가포르에서 병원 가는 게 그리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부터 서은이가 고열을 보였다. 18개월 때 열성 경련으로 앰뷸런스를 타기도 했고, 30개월 무렵에는 가와사키 병에 걸린 적도 있어 서은이가 열이 나면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 저번 주 새연이가 열이 있고 나서 설사를 하고 회복이 되니 서은이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거 같아 병원에 데려가지 않으려 했다. 새연이가 겪은 게 가벼운 장염 증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새연이는 해열제를 두세 번쯤 먹이고 유산균을 매일 먹였을 뿐인데, 며칠 만에 회복을 했다. 오늘 서은이가 열이 40도에 육박하고, 목이 아프다면서 기침을 하니 혹시나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닐까 싶어 소아과에 데리고 갔다.
유선상으로 병원에 증상을 이야기하고 병원에 가니 격리된 방으로 안내가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초기 증상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등록 서류를 작성하고 열을 재는 동안 간호사가 중국/한국에 다녀온 적은 있는지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자와 접촉하는 지를 물어봤다. 벌써 우리 가족은 이곳에 온 지 6주가 되었고, 다만 2주 전에 한국에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오셨다고 이야기하면서, 아무도 아픈 사람은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곧 의사가 들어왔다. 인도계로 보이는 분이었는데, 문진과 동시에 아이 등과 가슴을 청진기로 진찰을 하면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정확히 언제 들어왔는지 다시 확인을 했다. 고열에 목이 아프고 기침도 조금 있다고 하니, 인두염 검사와 독감 검사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평상시였다면 감기약 몇 개 처방을 했겠지만, 2주가 조금 안 되는 13일 전 한국에서 방문객이 우리 집에 왔고 같이 지내고 있다 하니 규정상 코로나 바이러스를 검사할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에?? 조금 황당했다. 물론 단순 감기와 같은 다른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정부 방침이 그렇다면서 보험이 없어도 검사비는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의사가 덧붙였다.
30분을 기다리자 방호복으로 무장한 요원들이 와 우리를 조금 더 큰 병원으로 이송을 했다. 그런데 오히려 더 큰 병원에 오고 나니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왜 이런 환자가 여기에 온 거지’란 느낌이었다. 예상대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는 규정대로 실시했지만, 서은이를 진찰한 소아과 전문의는 5일 동안 약을 먹으면서 집에 지내라고 했다. 만약 3~4일 뒤에도 열이 내리지 않으면 그때 다시 오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의사에게 처방전을 받아 약을 받으러 갔다. 검사비는 무료라고 했지만 약값은 얼마나 내나 걱정했는데, 무려 1.4불! 나중에 알고 보니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뿐만 아니라 Long Term Visa 소지자에게도 무료로 시행한다고 한다. 때문에 약값도 시민권자에 준하는 보조를 받아 1.4불만 낸 셈이다.
다행인 건 집에서 나오기 전 해열제를 먹인 덕분인지 해열제 복용 후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오늘 오전처럼 열이 더 오르거나 증세가 악화되진 않았다. 집에 와서 간단히 저녁을 먹이고 씻긴 다음 열을 재보니 37.8도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저녁을 먹고는 새연이처럼 설사를 했다. 새연이와 같은 증상인 거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며칠 더 지켜보면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결과도 받아봐야겠지만, 증세가 더 악화되지 않을 거 같다. 이제는 아이들이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