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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표 Oct 13. 2024

중년의 창업 - 창업가 vs 기업가

창업가와 기업가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업가는 아이디어 실현, 초기 팀 구축, 제품 시장 적합성(PMF, Product Market Fit, 혹은 MFP, Market Product Fit) 찾기에 집중한다. 대개 수십 명, 많아야 100명 정도의 조직을 이끈다. 반면 기업가는 조직 구조화, 대규모 운영,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에 초점을 맞춘다. 1000명이든 10000명이든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창업가다. 지금 하는 일이 그렇고, 앞으로의 목표도 그렇다. 10명 안팎의 팀을 꾸려 제품-시장 적합성을 찾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손익분기점을 넘는 게 목표다. 물론 회사가 의도치 않게 크게 성장할 수도 있겠지만, 기업으로 가는 여정에는 관심이 없다. 내 성향 때문이기도 하고, 그만한 시간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앞에 언급한 일들만 제대로 해낸다 해도 수년은 족히 걸린다.



문제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시작된다. 창업자인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생긴다. 이를 해결하려 전문가를 영입하면 조직은 더 커진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10년, 아니 20년이 더 넘게 걸릴 수도 있는데 40대 후반에 창업한 내게 그런 시간도 없을 뿐더러 개인적으로 관심도 없다.



스타트업 선배들이 말한 것처럼, 스타트업은 임시 조직이라 믿는다. 나는 세계 최강의 임시 조직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PMF 혹은 MPF를 찾고,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모든 걸 쏟을 거다. 약간의 매출 성장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만약 회사가 수백 명 규모로 커져야 한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더 잘할 회사에 넘기거나, 더 나은 사람을 대표로 앉힐 수도 있다.



내가 창업가라 생각한다고 해서, 마치 기업가보다 더 못한 것으로 생각하면 곤란할 뿐더러 창업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게 더 중요하다. 내 역할은 아이디어 실현, 초기 팀 구축, 제품 시장 적합성 찾기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창업가의 모습이고, 이 역할을 다하는 게 결국 더 큰 가치를 만들 거라고 믿는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창업가가 되고 싶은지, 아니면 기업가가 되고 싶은지 꼭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둘 다 가치 있는 길이지만, 필요한 능력과 마음가짐이 다르다. 그리고 본인이 뭘 원하고 잘하는지 정확히 알면 알수록 그만큼 성공에 가까워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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