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후 잦은 출장으로 인해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거주'한다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1주는 싱가포르, 1주는 한국, 그리고 또 다른 2주는 다른 나라를 오간다. 예전보다 한국의 지인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되고, 회사 본사가 한국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주한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내 집 없이 늘 호텔에 머물며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와 달리 늘 바빠 보이고, 세련된 한국의 유행을 따라가기 어려워 내 나라임에도 소속감을 깊이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고 싱가포르에서 거주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체류 기간이 짧은 데다, 5년 넘게 살았음에도 편하게 이야기할 지인이 많지 않아 겉도는 느낌이 든다. 결국 한국과 싱가포르 어디에서도 온전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셈이다.
어떤 이에게는 이런 상황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다르다. 이런 상황이 익숙하고 마음이 편하다. 부모님 댁이나 처가보다 호텔방이 더 편하고, 거주자보다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두 도시를 오가는 것이 더 좋다. 마치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나는 두 도시에서 살지만 머무름을 운영하듯 한다. 거주보다는 동선과 시간표, 역할이 중요하다. "어디에 사는가"보다 "어떻게 움직이는가"가 내 삶의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