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롥호롞 Jan 11. 2020

털털한 여자는 왜 매력적으로 느껴질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여자에 대한 이미지 안에는 털털함이 들어 있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자는 털털해서는 안돼’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여자’하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털털하지 않은 이미지의 여자라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자’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털털하지 않은 남자보다는 털털한 남자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물론 이것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자는 털털해야 옳아’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남자’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털털하지 않은 남자의 모습보다는 털털한 남자의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근래에 들어서 ‘남자는 어떠해야 하는가?’, 혹은 ‘여자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으며 ‘어떤 이미지의 여자가 옳은가?’, ‘어떤 이미지의 남자가 옳은가?’와 관련해서 사람들마다 옳고 그름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갖고 있겠지만, 우리가 무엇을 옳고 그르다고 여기는지와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성별에 대한 이미지는 꽤나 보수적이다. 


달리 말해서 ‘남자’했을 때 화장하는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고, ‘여자’했을 때 담배 피우는 여자를 떠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화장하는 남자의 존재나 담배 피우는 여자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것도, 그것이 옳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이 무엇을 하던 그건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성별과 관련된 이미지와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탈무드에서는 '이상적인 남자는 남자의 강인함과 여자의 부드러움을 함께 갖고 있다'라고 말한다. 성별을 바꿔서 말하면 '이상적인 여자는 여자의 부드러움과 남자의 강인함을 함께 갖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태초의 인간은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으며, 그런 이유로 남자에게도 여성성이 여자에게도 남성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진화론적으로 이야기해본다면 태초의 세포에게는 성별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단지 진화의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성별이 나뉘게 되었을 뿐이며, 그런 이유로 남자에게도 여자의 세포가, 여자에게도 남자의 세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가 태어나게 된 과정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남자로 인해서 태어난 것도 여자로 인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며 남자와 여자로 인해서 태어나게 되었음 생각해볼 때 우리가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상관없이 모든 남자에게는 여성성이 없을 수가 없고, 모든 여자에게는 남성성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여성성이 없는 남자와 남성성이 존재하지 않는 여자의 이미지를 이상적인 남자와 여자로 여겨왔었다.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 혹은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정해 놓고 자연스레 ‘남자와 여자는 달라’라는 생각을 해왔다는 것이다.  


사회가 단숨에 변하지 않고, 개개인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 가치관들은 단숨에 달라지지 않는다. 100년 전 한국인이 갖고 있던 가치관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100년 전 개개인이 갖고 있던 성별에 대한 이미지 또한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무엇을 옳다고 여기는지와 상관없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어떤 성별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 때는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바로 전 세대의 사람들이 갖고 있던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나와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이질적인 존재의 남자 혹은 여자의 이미지를 말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이성을 볼 때 기본적으로 ‘이 사람은 나와 잘 통할 것 같아’라는 생각보다는 성별에 따른 차이만큼 ‘이 사람은 나와 달라’라는 생각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남자가 여자를 볼 때, 그리고 여자가 남자를 볼 때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성에게 차이점이 아닌 공통점을 어필할 수 있는 남자나 여자는 좀 더 쉽게 이성에게 호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나와는 달라’라고 느끼는 무수한 이성들 사이에서 홀로 ‘이 사람은 나랑 좀 통할 것 같아’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니 말이다. 


보통 남자들이 털털한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털털함 때문이 아니다. 어떤 여자에게서 나타나는 털털함이 매력적이라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털털한 여자라면 좀 더 자신을 잘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고, 만나면 잘 통할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섬세하거나 자신을 어느 정도 가꾸는 남자가 여자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가꾸는 것이 매력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섬세하거나 자신을 가꾸는 남자라면 어느 정도 자신과 잘 통할 거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성과 첫 만남의 자리에서 가장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은 ‘우리는 다르지 않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우리는 잘 통해’라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 애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뒤에 어느 정도 마음의 문이 열린 상태에서 비로소 상대방과 내가 다른 부분, 나만이 갖고 있는 부분을 어필을 하게 되고는 한다. 


그러나 내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약해서 남자다움이나 여자다움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고, 그런 모습들이 일상 속에서 드러나게 된다면 굳이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어도 쉽게 주변의 이성에게 ‘이 사람은 왠지 나랑 잘 통할 것 같아’라는 느낌을 안겨줄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서 만남의 난이도가 좀 더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말은 일반적으로 소개팅 자리에서 만남이 성사되는 과정을 그저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비슷한 점을 어필하고 마음의 문이 열리면 다른 점을 어필하는 것을 일상 속에서 한다는 것이다. 


운동하는 사람이 음악 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있어서 자신을 어필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나도 음악을 좋아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상대방이 갖지 못한 것, 하지 못하는 것을 어필한다면 ‘매력은 있지만 나랑은 너무 달라’ 혹은 ‘매력 있지만 나랑은 안 맞을 것 같아’라고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나와 상대방의 다른 점도 공통점을 느껴야 수용해줄 수 있다. 즉 이해받고 공감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겨질 때, 나와 다른 점들이 매력으로 느껴지게 된다는 것이다. 


털털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남자다움에 해당하는 이미지와 같다. 달리 말해서 털털한 여자는 이성에게 자연스레 닮은 점을 어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남자나 여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 남자다움이나 여자다움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때, 탈무드에서 말하는 좀 더 이상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이성에게 좀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남성성만 갖고 있는 존재도 여성성만 갖고 있는 존재도 아니며, 남성성과 여성성을 같이 갖고 있는 존재이니 말이다. 






<참조 : 탈무드 잠언집 - 마빈 토카이어 지음, 현용수 편역, p248~249, 동아일보사> 

<참조 : 탈무드의 지혜 -  마빈 토카이어 지음, 현용수 편역, p250, 동아일보사>

매거진의 이전글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