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는 사람이 갖고 있는 욕망은 무한하지만 욕망을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주어진 자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으로 어떻게 하면 가장 만족을 얻을 수 있을까?’를 연구한다.
사랑에 있어서도 이와 동일하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있어서 내가 갖고 있는 시간, 조건,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했을 때 상대방이 느낄 수 있는 만족도가 가장 높아질 수 있는가? 혹은 내가 갖고 있는 시간, 에너지, 조건을 어떻게 활용했을 때 상대방에게 내가 가장 매력적으로(가치 있게) 느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상대방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 에너지, 자원은 무한하지 않으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즉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있어서 남들과 달리 하루에 40시간씩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어서 뭔가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한정된 시간, 에너지,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때 내가 주는 사랑이 상대방에게 가장 가치 있게 여겨질 수 있을까? 를 고민하면서 사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주는 사랑의 가치는 내가 가진 매력의 가치, 곧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선호하는가? 에 따라서 우리에게 물건의 가치가 다르게 매겨질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에 따라서 내가 주는 사랑의 가치 또한 달라지게 된다.
즉 상대방이 나를 매력적으로 느낀다면 동일한 사랑을 줘도 사랑을 크게 느끼게 되지만, 상대방이 나를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끼면 동일한 사랑을 줘도 사랑을 많이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막연히 마냥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상대방이 나를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게끔, 나를 가치 있게 만들면서 사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너무 상대방만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도 가치 있게 여겨질 수 있어야 나도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유익이 된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여기서 한계란 무언가 하나를 추가하고 보탠다의 의미를, 효용이란 만족을 의미하며, 체감이란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즉 한계효용 체감이란 목이 마른 사람이 물 한 잔을 마셨을 때는 만족도가 높지만 물을 계속 마시게 되면, 물 한잔이 주는 만족도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 말해서 내가 누군가에게 마냥 잘해주게 된다면, 내가 주는 사랑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가치가 줄어들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 내게 사랑을 받을 때는 만족스럽게 느끼지만 내가 주는 사랑이 쉽고, 흔하며,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이 된다면 점점 만족을 덜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있어서 밀당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주는 사랑이 언제나 받을 수 있는 흔한 사랑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희소성을 갖고 있어야 상대방이 내가 주는 사랑을 가치 있게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물보다 다이아몬드를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이유는 물은 흔하고 다이아몬드는 희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막 한가운데 버려져 물을 찾고 있다면 그 순간 우리에게는 물이 다이아보다 더 비싸고 가치 있게 느껴질 것이다. 사막 한가운데서의 물은 훨씬 필요하면서 다이아몬드만큼 희소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관점에서 내가 상대방에게 주는 사랑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언제나 받을 수 있는 거라고 느껴지게 되면 내가 주는 사랑은 상대방에게 흔한 물처럼 가치 없게 여겨질 수 있지만, 사랑을 적당히 조절하면서 줄 수 있다면 사막에서의 물처럼 상대방에게 가치 있게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자존감이 낮은 이들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마냥 맞춰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언제든지 원하면 원하는 만큼 쉽게 가질 수 있는 흔한 물과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물론 물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물이 없다면 사람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물의 필요성, 중요성만큼 물을 가치 있게 여기지는 않는다. 꼭 필요한 물이지만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물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보석은 꼭 필요하지는 않다. 우리는 보석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하고 중요한 물보다 별로 필요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보석을 훨씬 가치 있게 여긴다. 보석은 좋아하는 마음에 비해서 쉽게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상대방에게 언제나 맞춰주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상대방에게 중요한 사람일 수 있고, 꼭 필요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가치 있는 사람은 아닐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쉽게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잘해주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아도 언제나 원하는 만큼 자신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나라고 여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이유로 마냥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것보다는 때때로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마냥 맞춰주는 사람의 사랑은 흔하게 느껴지지만 때때로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사람의 사랑은 쉽게 얻을 수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내가 누군가를 정말 너무 사랑하고 있다면 그리고 내가 상대방에게 계속 사랑받고 가치 있게 여겨지기를 원한다면, 때때로 내가 원하는 것이 상대방이 원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달리 말해서 적절하게 나빠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너무 사랑을 많이 줘서 내가 상대방에게 덜 매력적인 존재로, 그리고 내가 주는 사랑이 점점 빛이 바라져가지 않도록 말이다.
<참조 : 미시경제학 - 서승환 지음, 홍문사, p4, p8, p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