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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롥호롞 Nov 17. 2019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표현하지 않으면 상처가 남는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저서에서 심리적인 외상 곧 흔히 말하는 ‘마음의 상처’를 받을 만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 상처를 받은 기억이 무의식에 자리를 잡은 채 오랜 시간 그 사람을 괴롭게 만든다고 언급했다. 


달리 말해서 상처를 받는 일을 경험했을 당시에 눈물을 흘리거나 혹은 화를 내는 등의 행위나 말로 적절하게 반응해 자극을 해소하지 않았을 경우, 그 사건은 억눌린 감정과 결합이 된 채로 강한 색조를 띤 채 사라지지 않고 무의식에 자리를 잡아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마음의 상처는 단순히 불쾌했던 강렬한 경험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개인의 성격적인 특징이나 그 당시 내 심리적인 상태에 따라서 별거 아닌 사소하게 느껴지는 일이나 사건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상처를 받고, 상처가 무의식에 자리를 잡은 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프로이트는 이와 같이 내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상처는 그 당시의 기억을 완전히 기억해내고 그 기억에 얽혀 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불러일으킬 수만 있다면, 그리고 자신이 그 사건으로 인해서 느낀 감정들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만 있다면 신기하게도 내면의 상처로 인한 증상들이 더는 나타나지 않게 된다고 언급했다. 


즉 적절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가? 표현하지 않는가? 에 따라서 상처를 입기도 하고 상처가 치유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자존감이 낮은 이들을 살펴본다면,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표현하는 듯이 보일지라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을 관찰해 본다면 마음의 깊숙한 부분은 드러내지 않은 채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되는 무난해 보이는 생각이나 감정만을 잘 표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해서 자신을 잘 표현하는 듯이 보이는 자존감이 낮은 이들을 살펴보면 마음의 중심 부분이 억압되어 있는 상태에서 마음의 바깥쪽 곧 내게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만을 잘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자존감이 낮으면서 자신을 잘 표현하는 듯 보이는 이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네가 자존감이 낮은 이유를 모르겠어.’라며 그 사람에게 내면의 상처나 혹은 사람들에게 쉽게 터 놓지 못하는 고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이니 말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겉으로 보기에 슬퍼 보이는 사람을 위로하며, 약해 보이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만약 겉으로 보기에 별로 슬퍼 보이지 않고, 별로 약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실상은 내면에 슬픔과 나약함을 감추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겉으로 티가 나는 사람보다 훨씬 더 위로가 필요하고, 도와줘야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 슬퍼 보이고 마음의 상처가 드러나는 사람은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 마음의 상처가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은 오롯이 혼자 자신의 문제를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라는 말에 대해서 ‘그럼 자신을 잘 표현하는데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왜 그런 거지?’라며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을 잘 표현하는 듯이 보이는 사람도 마음의 중심부는 드러내지 않은 채 마음의 껍데기만 표현하고 있을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가령 가족 문제로 너무 힘든 사람이, ‘드라마 내용 때문에 너무 슬퍼’라는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돌려서 표현하는 것은 결코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자신의 내면을 겉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슬프거나 기쁜 것, 혹은 무섭거나 두려움 등등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적절하게 외부로 표출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 사람들의 평가, 혹은 사람들로부터 내가 원하지 않는 반응이 나올 수 있음을 감안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내면의 깊숙한 곳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만들어서 표현하고 싶은 분함, 슬픔, 두려움, 기쁨, 시기나 질투, 좋고 싫음 등의 감정을 그곳에 집어넣은 채 뚜껑을 덮어버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나만 모른척하고 있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쓰레기는 제때에 치우지 않으면 악취가 나고 벌레가 꼬이며 훨씬 더러워지게 된다. 맛있는 음식도 제때에 먹지 않는다면 곧 상하게 되고, 쓰레기로 변하게 되듯이, 아무리 좋은 감정도 제때에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 감정은 내면의 깊숙한 곳에 남아서 내게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너무 사랑했던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이 오랜 시간 동안 내게 후회와 슬픔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참조 - 히스테리 연구 – 프로이트 지음, 김미리혜 옮김, 열린책들, p17,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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