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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롥호롞 Jan 01. 2020

끼 부림이란 김치찌개 속 설탕과 같다.

흔히 ‘여우 같다’는 말과 관련이 있는 말 중에 ‘끼 부린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끼를 부린다는 말은 사적인 것을 2순위에 두고 하는 말이나 행동과 같은데, 곧 우선순위가 되는 다른 목적으로 2순위인 사적인 목적을 가리고 있는 상태로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대할 때 한 가지의 주된 목적을 갖고 대하는데, 사적인 것이 목적이면 사적인 목적이 뚜렷하게 말하고 행동하거나, 공적인 것이 목적이면 공적인 것이 뚜렷하게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끼 부린다’는 이 사이의 해당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과 같다. 즉 완전히 공적이지도 않고, 완전히 사적이지도 않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어떤 사람이 의도를 가지고 끼를 부린다면 ‘끼 부린다’가 아니라 ‘수작’ 혹은 ‘작업’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은근히 끼를 부리는 사람을 ‘여우 같다’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여우 같은 사람이 끼를 부리는 것이 공적인 것에 가려져 잘 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분명히 뭔가를 하고 있기는 한데, 그게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김치찌개를 먹는 사람들이 김치찌개에 설탕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저 맛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김치찌개를 먹는 사람들은 보통 그 안에 들어있는 설탕 맛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감칠맛이 난다고 느낀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 어떤 이들은 ‘이상하네 분명 김치만 넣으면 이 맛이 안 나는데 왜 이러지?’라고 느끼고는 하는데, 이것이 바로 둔감한 이들은 끼 부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끼 부리는 것을 눈치채고 ‘쟤 여우네’라고 말하게 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김치찌개에서 김치의 강렬함이 설탕의 단맛을 묻히게,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여우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우선순위인 목적을 통해서 사적인 목적을 잘 감추고, 소량의 설탕이 김치의 맛을 살려주듯, 감춰진 사적인 목적을 통해서 사적이지 않은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필이 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해야 할 때 정말 도움을 받는 것만 생각하거나 혹은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과 잘 되고 싶어서 쓸데없는 도움을 구하곤 한다.  


그러나 끼를 부리는 것은 혼자 해도 되지만 누군가 도와주면 좋은 애매한 상황에서 도움을 구하는 것과 같다. 


즉 도움을 받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상태에서 도움이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사람에게, 나를 좋아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으로 도움을 구하는 것이 끼를 부리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누군가를 대한다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내가 가진 매력이 어필이 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내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은 은근히 느껴지니 말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매력이 어필이 된다는 말의 의미는 좋은 의미로 '애매하게 신경이 쓰인다'는 의미와 같다. 즉 그 사람에게 내가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 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적인 목적은 너무 감춰져도 안되고 너무 드러나도 안된다. 그저 우선순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량의 사심이 말과 행동에서 흘러나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마음이 진지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 진지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에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 


표현이란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끼를 부리기에 적합한 마음의 상태가 아니면 끼가 부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내가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고 있으며 그래서 내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그 사람과 어떻게든 잘 되고 싶다면 끼를 부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의 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김치 맛이 너무 강하거나 설탕 맛이 너무 강한 김치찌개처럼 좋아하는 것이 너무 티가 나거나 아니면 관심이 1도 없는 사람처럼 말하거나 행동하게 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내가 지금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며, 도움을 꼭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한다면 나도 상대방도 내가 도움을 구한 것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고 반대로 내가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한다면 상대방이 내 마음을 다 알아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도움을 받아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은 상황에서 약간 호감도 있고 도움도 구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가볍게 도움을 목적으로 다가간다면 자연스럽게 끼가 부려지게 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적인 마음도 내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알게 모르게 말과 행동으로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이 전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꽃과 같아서 가려져 있어도 향기로 자신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확실하게 말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혀 어필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우 같은 사람들은 굳이 표현하려고 하지 않아도 꽃의 향기처럼 마음이 어느 정도는 자연스레 겉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감으로 안다. 그래서 실 생활에서 이 부분을 잘 활용하는 것이고 이것을 끼를 부린다고 말하는 것이다.  


꽃을 직접 보지는 못해도 주변에 꽃 향기가 나면 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말이나 행동, 태도에서 어느 정도는 드러나기에 알게 모르게 상대방은 내 마음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내 주변에 괜찮아 보이는 어떤 사람이 겉으로 보기에는 나에게 전혀 관심 없는 것 같고 그래서 나와는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겉으로 티는 나지 않지만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고 느낌상 왠지 그 사람이 내게 호감이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지면 어떨까? 


그럼 나는 그 사람이 궁금해지고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왜 그렇게 말했는지를 계속 생각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사람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나쁘게 보지 않기에 자연히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이나 좋은 점들을 많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미 좋아하고 있는 상태가 되어 있는 것이다. 


끼를 부린다는 것은 이런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끼를 부리고자 한다면 내 마음에서 우선순위가 되는 공적인 목적과 사적인 목적이 6:4 혹은 7:3 정도의 비율로 맞춰진 상태에서 상대방을 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한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은근히 내가 가진 사심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애매하게 신경이 쓰이게 되는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왠지 느낌상 관심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여기서 공적인 일에 대해서 도움을 받는 것을 예로 들기는 했지만 좀 더 일상적인 부분으로 말을 한다면 가령 카페에 맘에 드는 사람이 있을 때, ‘나는 커피를 먹으러 가는 것이 목적인데 우연히 맘에 드는 사람이 그 카페에 있는 것뿐이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 내가 카페에서 커피를 먹거나 혹은 다른 어떤 일을 하는 것이 1순위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호감이 가는 이성이 있어도 자연스럽게 1순위인 목적으로 인해서 내 사심이 가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심이 완전히 가려지지는 않게 되기 때문에, 은은하게 관심이 있다는 느낌은 풍겨내게 된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끼를 부리는 것의 원리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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