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의 기본은 자신의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랑받기 위해서 밀고, 맘에 들지 않지만 당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당기고 싶기 때문에 당기고, 상대방을 밀어내고 싶기 때문에 밀어내는 것이 밀당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짧은 문장으로 밀당에 대해서 접하고는 ‘밀당이 별거 아니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밀당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자신의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하기만 하면 밀당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마음을 아는 것과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을 쉽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며, 또한 자신의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잘 표현하지 못한다. ‘혹시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했다가 내가 쉬워 보이면 어쩌지?’, ‘마음을 표현했다가 무시받으면 어쩌지?’, '관계가 나빠지면 어쩌지?'등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보다는 적당히 감추고 적당히 아닌 척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 마음은 ‘좋아서 당긴다’, ‘싫어서 밀어낸다’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즉 ‘좋지만 혼자 있고 싶어’, ‘좋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싫은 것도 아니야’, ‘싫은데 밀어내고 싶지는 않아’와 같이 큼직큼직하게 양 극단을 왔다 갔다 거리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게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 우리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밀당을 잘한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의 이런 사소한 변화들을 캐치해서 그것을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서 잘 인식하지 못하며 설령 자신의 마음을 인식한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는 확실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또한 잘 알지 못한다.
내가 내 마음의 상태를 확실하게 알아야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어떤 식으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데, 자신의 마음을 아예 모르거나 혹은 어렴풋이 알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또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하면서 살아가기보다는 학습된 말이나 행동을 바탕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과 상관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법을 익혀서 내가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만약 내가 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소홀하게 여기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나는 밀당을 잘할 수 없고 또 밀당을 좋게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적절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상관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올바르다고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밀당을 잘할 수 없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밀당이라는 것은 윗사람의 연락을 늦게 받거나, 일부러 약속시간에 늦게 가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이 원하는 나로 살아가는 것을 원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달리 말해서 내가 나일수 없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살아가는 것을 올바르게 여기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사실 밀당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단어 중에 하나가 바로 ‘개성’이라는 단어다. 개성은 내가 하는 밀고 당기는 행동을 '그럴만해'라며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개성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를 남과 구분해주는 조건, 혹은 내가 나일수 있게 만드는 조건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개성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개성 곧 다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만 적은 사람들만이 자신의 다름을 겉으로 드러내 보일 뿐이지만 말이다.
밀고 당기는 것이 효과적이려면 내가 하는 밀고 당기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그럴만해’라고 느껴져야만 한다. 즉 ‘이 사람의 이런 말이나 행동은 당연해’라고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내가 하는 밀고 당김이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운동선수가 운동선수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나 음악 하는 사람이 음악 하는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하나같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달리 말해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드러나 있는가? 에 해당하는 말이나 행동은 하나같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내가 나다운 사람이 될수록 다른 누군가의 관계에서 내가 하는 밀당이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자연스러우면 자연스러울수록 내가 하는 밀당이 밀당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