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 다시 말해서 내가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기분이 나빴는지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내가 기분 나빴던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며, 내가 좋았던 말이나 행동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내가 기뻤던 말이나 행동을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어떤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잘못된 이해를 갖고 있으면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학대받으면서 자라왔다고 해보자. 이 경우 학대를 받으면서 자라온 사람은 학대를 받으면서 경험한 기뻤던 경험과 슬펐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쉬운데, 곧 매일 10대씩 맞으면서 자란 사람이 어느 날 1대만 맞아서 사랑을 느꼈다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데 있어서도 ‘1대 정도는 때릴 수 있지’, ‘1대 정도는 맞을 수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 10대씩 맞는 사람이 1대만 맞으면, 기분 나쁘거나 슬프기보다는 9대를 맞지 않아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랑의 표현이 1대만 때리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대를 때려야 하는데 1대만 때렸으니 분명 기분이 좋을 거라고, 사랑을 준거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집에서 늘 폭언을 들으면서 자라온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늘 나쁜 말을 하다가 가끔 칭찬을 해주면서 사랑을 줬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늘 폭언을 들은 사람은 가끔 폭언이 아닌 칭찬이나 인정하는 소리를 들을 때 사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나는 내가 느낀 좋고 나쁨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쉽다는 것이다.
착한 사람, 즉 표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누군가의 요구에 가능한 최선을 다해서 순종하는 삶을 살아온 이들은 착해서, 시키는 대로 해서 인정받고 기뻤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냥 잘해주는 사람 곧 마냥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해주려는 사람이 되기 쉽다. 그렇게 해서 사랑받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말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때 사랑받는 것을 생각하면서 사랑을 준다. 어찌 보자면 사랑받기 위해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나는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사랑하는 건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받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사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내게 사랑을 주지 않는다면 사랑받지 못함으로 인해서 힘들어하게 될 것이다. 즉 아무리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사랑받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사랑받기 좋은 방법, 곧 ‘이렇게 하면 나를 사랑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사랑하게 된다. 즉 상대방에게 마냥 잘해주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마냥 잘해주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받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마냥 잘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에게 마냥 잘해주게 되면 사랑받게 되기보다는 도리어 소홀하게 여겨지기 쉬운데 그것은 마냥 잘해주는 것이 상대방에게 나를 사랑해줘야 할 동기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받고 싶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아무리 매력이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사랑을 주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반대로도 동일한데, 곧 상대방의 입장에서 내가 굳이 사랑을 주지 않아도 원하는 만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사랑을 줘야 할 동기가 약하기 때문에 굳이 많은 사랑을 주려고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내가 누군가를 만나는데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내가 사랑을 주건 주지 않건 늘 동일한 사랑을 내게 준다고 해보자. 즉 내가 어떻게 하든 마냥 잘해준다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내게 마냥 잘해주는 사람에게 사랑받는 만큼 사랑을 줄 수 있을까?
내가 사랑을 많이 준다고 더 사랑을 받게 되는 것도, 내가 사랑을 적게 준다고 사랑을 덜 받는 것도 아닐 경우, 우리는 많이 사랑하려고 하기보다는 적게 사랑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래도 동일한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것은 인적자원관리의 차원에서 동기부여를 잘할 수 있는가? 동기부여를 할 수 없는가? 에 따라서 생산성이 달라지는 것과 원리적인 측면에서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가령 어떤 회사가 능력보다 연공서열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면 성과를 중심으로 하는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 회사보다는 개개인의 노동 생산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성과를 내도 제대로 보상받을 수가 없으며, 성과를 내지 않아도 오래 잘 버티면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회사가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똑같은 임금을 준다고 해보자. 열심히 노력한 사람과 대충대충 한 사람, 성과를 많이 낸 사람과 성과가 없는 사람이 모두 평등하게 동일한 임금을 받게 된다면 회사의 생산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열심히 노력한 이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인식해서 열심히 일하지 않게 될 것이고, 열심히 일하지 않은 이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남들과 똑같은 임금을 받기에 굳이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회사와 직원의 관계를 마냥 사랑해주는 사람과 그 사랑을 받는 사람에 대입해보자.
조금 차갑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는 직원들을 관리하는 경영자이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관리하는 직원이라고 생각해보자. 이때 내가 주는 사랑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임금으로, 내가 받아야 하는 사랑은 직원으로부터 받기를 기대하는 업무 성과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나는 지금 직원의 업무 성과가 어떻든 동일한 임금을 제공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보자. 이럴 경우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나는 직원에게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받을 수 있을까?
열심히 일을 해서 많은 성과를 내도, 대충 시간 때우면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해도 동일한 임금을 주게 된다면 나는 직원에게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성과를 내려는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냥 잘해준다면 소홀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어떤 회사가 열심히 일해서 많은 성과를 낸 사람에게는 많은 보상을 주고, 성과가 적은 사람에게는 적은 보상을 주게 된다면 그 회사는 높은 생산성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많은 성과를 내게끔 동기부여를 해주기 때문이다.
즉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 있어서 마냥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 에 따라서 사랑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사랑을 받는 데 있어서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사랑을 주는 정도를 조절하게 될 경우 상대방에게 나를 사랑해야 하는 동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사랑받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이라는 말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이고 또 사랑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노력 없이 쉽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에 사랑을 주고받는 것 또한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랑을 주고받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물론 내가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사랑의 수준이 크지 않다면, 그래서 나를 많이 사랑하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다고 여긴다면 굳이 사랑을 주는 데 있어서 잘 주거나 못주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사랑을 많이 받기 원한다면, 사랑함으로써 큰 만족감을 얻고자 한다면 사랑을 주는 데 있어서도 좀 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그냥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잘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경험을 토대로 막연하게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랑을 줄 때 사랑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사랑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방식으로 사랑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말하자면 마냥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반응이나 태도에 따라서 사랑을 주는 정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쪽이 사랑을 받는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랑을 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게끔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주지 않으면 사랑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느껴지게끔 사랑을 주는 쪽이 사랑을 받는데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참초
<인적자원관리 – 임창희, 비앤엠북스, p147, p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