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 부림이란 표현하는 것보다 리액션이 더 중요하다.
사람들은 끼 부리는 것을 단순히 표현하는 것에만 연관해서 생각하고는 한다. 즉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끼를 부리는 데 있어서 어떻게 표현하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표현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라고 말할 수 있다.
달리 말해서 어떤 멘트를 던져야 나를 좋아하게 될까? 보다는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잘 반응해주는 것이 매력을 어필하는데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표현을 할 때는 상대방이 내가 하는 표현에 반응해주기를, 내가 하는 표현을 좋아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표현하게 되며 표현을 통해서 내가 가진 생각, 내 마음 곧 내 존재가 상대방에게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표현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표현한다는 것은 일종의 자아실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리액션이 좋은 사람,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표현을 잘 받아주는 사람은 그만큼 상대방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효과적으로 자극시킨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끼를 잘 부리는 사람이 갖는 매력이란 상대방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자극시키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끼를 잘 부리는 사람은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끼를 잘 부리는 사람은 연애 스킬이 굉장히 뛰어나서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단숨에 휘어잡을 수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반대로 상대방이 표현하고 싶게끔 만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을 잘 웃기는 사람보다는 잘 웃어주는 사람에 가깝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끼를 잘 부리는 사람과 끼를 잘 부리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끼를 잘 부리는 사람보다 끼를 잘 부리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끼를 잘 부리지 못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많이 표현하면서 속으로 ‘이 멘트는 먹혔다.’, ‘이 행동은 내가 봐도 괜찮았다’라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끼를 잘 부리는 사람은 상대방이 표현하게 만들고는 잘 웃어주고 잘 반응해준다는 것이다. 표현하는 상대방이 ‘이 멘트는 좋았다.’, ‘이 행동은 좋았다’라고 느끼게끔 말이다.
미팅을 하게 되면 많이 웃기는 사람보다 잘 웃어주는 사람이 더 인기가 있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것은 잘 웃기는 사람의 경우는 만나면 내가 그 사람의 말을 많이 들어주고 그 사람의 존재를 받아줘야 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잘 웃어주는 사람은 내 말을 잘 들어줄 것 같고 내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탈무드에 따르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말하기를 배우지만 침묵은 커서도 배우기 힘들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하며 남을 인정해주는 것보다 남에게 인정받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달리 말해서 사랑받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아도 사랑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남을 인정하려면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남을 인정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나를 초라하게 느껴지게 만들어서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도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과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서로 만나게 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많이 말하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많이 들어주는 관계가 되기 쉬운 것이다. 자존감이 낮으면 남을 인정하는 것보다 내가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해지니 말이다.
내가 나를 별로라고 여기고 있다면 누군가를 만나게 되었을 때,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적절하게 반응해주는 것보다 상대방이 내 말이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를 더 신경 쓰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반응하는가? 보다, 상대방이 내게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더 신경 쓰게 되면 그만큼 덜 매력적으로 여겨지기 쉽다. 나는 상대방이 잘 반응해줘서 만족감을 느끼는데 반해서 상대방은 내게서 만족감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서 나는 사랑을 느끼지만 상대방은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잘 반응하지 못하는데 상대방은 내 말이나 행동에 잘 반응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내게 맞춰주고 있으며 나는 많이 사랑하지만 상대방은 그만큼 나를 사랑하지는 않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사랑을 많이 느끼지만 상대방은 내게서 사랑을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개팅에서 나는 말하기만 하고 상대방은 잘 듣고 잘 웃어 주기만 한다면 내가 느끼기에는 상대방에게 내가 가진 매력이 잘 어필이 된 것처럼, 결과가 좋을 것처럼 느껴져도 막상 잘 듣고 웃어주던 사람에게서 에프터가 없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우리는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을 것 같고 내게 잘 반응해주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서는 사랑받기 어렵다고 느끼기 쉬워며 사랑받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에게서는 매력을 느끼거나 호감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을 높이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 이 말은 달리 말해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세상에 많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세상에 많지 않다는 것은 남을 인정해주는 사람보다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고, 잘 표현하는 사람보다 잘 반응하는 사람이 사람들 사이에서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말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잘 반응해주는 사람에 대한 수요는 많으나 공급은 적으니 말이다.
즉 내가 어떤 이성과 만나는 자리에서 말을 잘해서 매력적으로 느껴질 가능성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잘 반응해줘서 매력적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듣는 것보다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더 많고, 인정하는 것보다 인정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으니 말이다.
내가 끼를 잘 부리는 사람과 끼를 잘 부리지 못하는 사람을 각각 만나볼 수 있다면 끼를 잘 부리는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자꾸 말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끼를 잘 부리지 못하는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많이 듣게 되고 잘 반응해주려고 하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즉 끼를 잘 부리는 사람과 만날 때 더 재밌다는 것이다.
tv에서 뛰어난 MC들이 방송을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관찰해보면 그들이 말을 재밌게 하고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기보다는 잘 반응해줄 수 있는 사람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잘 반응해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진 매력을 더 잘 이끌어내고, 그로 인해서 전체적으로 방송을 재미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끼를 잘 부리는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끼를 잘 부리는 사람은,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말을 잘하는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어주고 재미없는 사람도 스스로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어준다. 표현을 잘 이끌어내고 잘 반응해주기 때문에 더 표현하고 싶게 만들고, 더 가까이 다가오게 만들며, 쉽게 호감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좀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여겨지길 원한다면 좀 더 들어주려고 하고, 좀 더 반응해주려고 할 필요가 있다. 만약 내가 잘 듣고 상대방의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리액션을 잘해줄 수 있다면 듣는 것과 반응해주는 것에 신경을 쓰기 전보다 훨씬 호감을 사기 쉬워지고 매력 어필이 잘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참조
<탈무드 잠언집 – 마빈 토카이어 지음, 현용수 편역, 동아일보사, P270~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