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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Dec 30. 2022

마지막 영업일, 회사의 모습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 봅시다.


한 해의 마지막 영업일. 회사에는 아침부터 또 긴급한 일이 떨어졌다. 오늘 오전에 마치기로 했던 일들도 쌓여 있는데, 또 이 부서 저 부서를 오가야 해결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나는 오후에는 휴가를 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후에 퇴근해서 바로 고향인 부산으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 오전까지 제시간에 이 모든 일을 마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러워졌다.


일주일 내내 거의 내 자리 옆에 붙어있다시피 한, 타 부서 차장의 또 다급한 요청이 오늘따라 짜증스럽다. 나는 최대한 기분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내 목소리에 살짝 묻은 감정을 분명 눈치챘을 테다.


다른 건으로 다급하게 전화 온 외국인 직원의 요청 전화에, 차근히 의견을 설명해 보지만, 오늘따라 둘의 소통은 쉽지 않다.


오늘 오후 두 시에 긴급하게 회의가 잡혔단다. 법무팀장인 나도 출석하라는 부대표님의 요청이 있었지만, 오늘 오후에 휴가라는 사정을 설명하고 법무팀원을 회의에 대신 보내기로 했다. 전화 속 부대표님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묻어난다.



모두가 어수선하고 바쁜 오전이 지나가면서, 그래도 급한 일들이 하나씩 마무리되어 간다. 긴급한 건들을 가져온 부서들에 전화를 걸어 일이 잘 해결되어가고 있다는 확인까지 마쳤다.


점심식사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서 사무실에는 몇 명 남아있지 않다. 나는 사무실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오늘 일찍 퇴근하게 되었다고, 새해 복 많이 받고 내년에 보자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건넨다. 인사를 받은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리며 내년에 보자는 말로 화답한다.


세밑이 다가오는 사무실은 무언가를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가득했다. 하지만, 마지막 영업일, 사무실의 분위기는 새로운 영업일에 대한 설렘이 연말 압박의 자리를 빠르게 채워가고 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1년에 한 번 하게 되는 인사가 마치 주문이 된 것 같다.


새해 복 많이 받고 내년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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