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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변 LHS Mar 14. 2023

콧구멍이 가득한 일상

어느 날부터, 글을 쓰기가 싫어졌다.

내 휴대폰에는 셀카가 가득하다. 계산된 각도에서 찍은 내 모습에는 심지어 콧구멍도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콧구멍도 없는 사람인양, 피부가 맨들맨들해 보이는 조명 아래에서 찍어서, 나는 항상 그런 피부로 살아가는 것 같은 모습만을 골라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한다. 마치 나의 모습에는 항상 그늘진 부분이 하나도 없는 양. 콧구멍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 양.  


요즘 ‘일상의 주석’이라는 매거진에 글을 쓰는 것이 점점 부담되고 싫어지길래, 왜 그런가 하고 고민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의 내 글은 셀카를 많이 닮아 있었다. 내 경험들 중에 맨들맨들한 생각들과 경험들만 모아서,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들을 쓰다 보니, 나는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시선이 연민이나, 동정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무의식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콧구멍이 없는 글을 쓰고 있었다. 맨들맨들한 셀카를 찍는 심정으로 일상의 글을 쓰는 것은, 꼭 무슨 업무를 처리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나 혼자 보기 위해서 일기를 쓸 때는, 아무 부담이 없었다. 혼자만 보는 그 글들에는 수많은 콧구멍들이 있어서, 들숨과 날숨이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글 곳곳이 그늘과 콧구멍들이었다. 마스크에 가려져 있었을 것 같은 그늘과 콧구멍을 드러내는 것은, 일종의 해방이었고 나른한 하품처럼 시원했다.


앞으로는 내 글에 더 많은 그늘과 콧구멍을 더 많이 담아보아야겠다. 나의 하찮은 콧구멍을 모두에게 자랑할만한 용기가 잘 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내보이며 얼마나 웃기냐고 낄낄대다 보면 다시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워지지 않을까. 미리 경고하자면, 사실 내 일상은 하찮은 질투, 배부른 권태, 속좁은 이기로 가득하다. 그런 일상을 더욱 가감 없이 내보이고 낄낄댈 수 있을 용기가 쉬이 날지 모르겠지만, 그 용기 있는 자조를 갈구해 본다.


사실 그런 콧구멍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내 콧구멍을 찍어 올리듯 일상을 쓴다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콧구멍을 가지고 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실된 일상의 주석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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