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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작가 선영 Mar 30. 2020

그림과 친구가 되세요

손이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 하세요


그림을 멀리서 보면 늘 흥분되고 무엇이든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의욕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그림 앞에 서면 금세 흥분을 잊고 또다시 그림과 실랑이를 하며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게 됩니다. 혼자 외롭게 캔버스 앞에서 장시간 그림을 그리다보면 그럴만도 합니다. 그림과 소통하지 못해 생겨나는 감정 겨루기인지 모릅니다. 그림과 호흡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니 그럴만도 합니다. 점점 방향성을 잃고 그림은 어디로 가야 할지 머뭇거립니다.

작가는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는다며 겨루기를 시작합니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휩쓸리는 경우입니다. 그리는 마음이 어디로 가야 할지 함께 계획하지 않았기에 생기는 외로움과 막연함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따라가는 여정은 그림에게도 불안하고 답답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게 유독 끌려다니게 되는 그림이나 어떻게 완성돼야 할지 고민이 되어 멈춰 세워지는 그림이 있습니다.      

그럴 땐 누구 하나가 이해하고 서로의 감정을 묻듯 천천히 기다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참지 못하고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양보하지 않고 쟁취하려 듭니다. 결국 서로의 마음이 상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림과 밀당하며 싸우는 격이지요. 그림과 싸우는 것도 감정이 앞서면 이성을 잃고 어떻게든 만들어 내겠다고 이기겠다고 몰아붙이게 됩니다.      

그림에게 끌려다닌 날에는 많은 시간 공을 들이지만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고 시간만을 보내기도 합니다. 몽땅 지우고는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하지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끝까지 고치려고 놓지 못해서입니다. 친구와 계속해서 감정싸움을 하고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과 같지요. 싸움 끝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토라진 격입니다. 심한 날에는 그림을 뜯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좋았던 감정을 정리하고 떠나 보내야합니다. 잘 못이라는 것을 알지만 서로 이해하지 못해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차라리 안 그리는 것만 못한 날이죠. 그림 앞에서 감정을 보이거나 내가 누구인지도 잊고 끌려다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왜 그랬을까 하고 마음 상해하며 그림에게 고개를 숙이고 맙니다. 툭하니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지나갔으면 그럭저럭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었을 것을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해 그릇친 일입니다.      

그림이란 파도가 밀려오고 빠져나가 듯 들어왔다 나갔다 유유히 손이 가는 대로 그려져야 편안한 작품이 됩니다. 작품과 싸우지 마십시오. 감정에 휘둘려 쫓거나 쫓겨 다니지 마십시오. 작업이 풀리지 않는다면 작품에게 잠시 시간을 두고 타협하십시오.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밀물과 썰물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호흡하세요. 그리고 그림과 하나가 되어 마음 가는 대로 그리십시오.      

한바탕 다투고 나서 밑천을 들어내고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사람 앞에서나 그림 앞에서나 다르지 않습니다. 싸우면서 그려낸 그림은 어떠한 감상자도 느끼기 마련입니다. 좋은 향기가 나기 쉽지 않습니다. 단 반드시 싸워야 한다면 그림을 포기해야 할 것을 염두에 두고 평정해야 합니다.      

넘어야 할 큰 산을 넘기 위해 큰 결심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림이 풀리지 않을 땐 잠시 멈추고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작가들이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작가가 이기는 결과를 얻어 낸다면야 더 큰 보상이 생기는 싸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통 일은 아닙니다. 그림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말입니다.      

그 리듬마저도 작가가 조율하며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업이 막히고 에너지가 소진되면 잠시 멀찌감치 떨어져 그림과 내 사이를 바라봅니다. 그림이 어떤 감정이고 어떻게 그려지길 바라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감지해야 합니다.

어떻게 그려지길 바라냐고 너 참 멋지게 탄생될 것 같다고 작품에게 친구처럼 응원해 주십시오. 내가 곧 너고 네가 곧 나이인데 불만이 있거나 힘든 것이 있으면 이야기 하라고 마음을 내밀어 보세요. 매일 그림과 대화를 해보세요. 생각을 물어주세요. 아이에게 친구에게 말해주는 것처럼 말이죠. 그림에 생명을 넣어 주는 것입니다. 어느 날 그림이 먼저 말을 걸어 올 것입니다. 난 네 기다림과 따뜻한 손길이 정말 좋아하고 말이입니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조용히 바라봅니다. 그림을 더 깊이 감상해 보세요. 마음을 기울여 보세요. 넌 어떤 꿈을 꾸니? 네가 원하는 것을 말 해봐. 어느 날 그림에게 끌려다니다가 멈추면 말이에요. 그림과 친구가 되세요. 그림과 함께 그림 여행을 나누세요. 그림은 작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닌 그림이 마음을 내주고 호흡하며 함께 키워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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