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에서 겪는 우당탕탕 적응기
언론 고시 실패 후 꿈꿨던 맘을 접고 방황했다. 스스로 패배자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취업성공패키지라는 걸 들었다. 아르바이트나 공부 딱히 뭔가를 하지 않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좋다고 추천받아 신청하게 됐다. 매시간 강의를 듣고 발표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유익했다. 스스로 패배자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비슷한 사연의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다시 뭔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 경력단절로 새로운 방향을 잡으려는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장점과 잘 하는 것을 이해하며 할 수 있다고 희망 회로를 돌렸다.
긍정적인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그 무렵 웹에이전시 회사에 합격했다. 면접 시 이사와 본부장이 대외활동 내역과 글쓰기 수상내역을 좋게 봐줬다. 또 블로그 주소를 알려줄 수 있냐는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해 ‘블로그 강제 커밍아웃’을 해 버렸다. 사실 웹에이전시가 뭘 하는 회사인지는 잘 몰랐으나 당시 부장님께서는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글을 쓰 듯 홈페이지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아주 쉽게' 말씀하셨다. 합격이라고 합격증이라는 메일과 문자를 전달받고 만감이 교차됐다. 나도 이제 사회인인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안녕하세요. ㅇㅇ부 새로 입사한 땡땡땡입니다. 첫날에는 자리를 안내받고 각 팀을 돌며 나를 인사시켰다. 컴퓨터와 노트북 세팅해주는 기술팀 사원이 자리에 프로그램을 설치해 줬다. 처음이라 뭘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함께 일하게 될 사수는 업무에 들어가기 전 메일 계정이 나오자마자 중간 대행사와 클라이언트의 히스토리를 전달했다. 회사가 다 그렇듯이 삼일에서 오일 정도는 업무 파악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내가 처음으로 한 업무는 화장품 브랜드 회사의 운영 관리 업무였다. 브랜드에서 월 2회에서 3회 이벤트를 하는데 상품이나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 대행업체에서 자료를 주고 내용을 기획한다. 메일로 소통하는 건 기본이고 급할 때는 전화로 이야기한다. 외부 사람들과 소통도 중요하지만 내부 작업자들을 통솔하는 게 기획자의 역할이란다.
정확히는 이곳에서 나는 PL로 불렸다. PL은 프로젝트 리더로 특정 파트에서 실무를 리드하며 스케줄 관리나 인력관리, 커뮤니케이션 등 전반적인 걸 담당한다.
아무 것도 몰랐던 초짜인 내게 이벤트 스케줄 관리, 커뮤니케이션, 작업 현황 등을 체크하는 일 모두 내 몫이었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보드 작성부터 수정사항 정리, 이벤트 오픈 전 내부 테스트 등 해야 할 게 정말 많았다.
뭐가 우선순위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흐름을 알고 알아서 하는 데 꽤 오래 걸렸다. 당시 사수도 내게 ‘뭐부터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자신감은 없었지만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나는 본디 독립적인 성격인데 지금 하는 일은 여러 사람의 손길을 지나 오픈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정말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낀 셈이었다. 정말 단 하나도 모른 상태로 말이다. 웹 기획, 앱 기획 기획의 기짜도 모르는 상태에서.
같은 브랜드를 작업할 내부 작업자 디자이너, 코딩, 개발자와도 인사를 나눴다. 쭈뼛쭈뼛한 그때의 나는 작업자들과도 언제 어디서부터 소통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기획자는 전체 내용을 잘 이해해야 했다.
사수가 전화 업무를 시켰다. 사실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충 설명해주고 이러이러한 내용이 빠졌다며 자료 요청을 내게 시킨 것이다. 내용을 잘 모르니 스크립트를 읽듯이 말할 내용을 로봇처럼 읽었다. 사수는 몇 번이고 이해가냐고, 알겠냐고 다그치듯 말했다.
그럼에도 나는 모든 걸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사회생활은 정글이고 현실이다/ 돈을 쓰는게 아니라 내 가치를 쓰고 받아야 하는 을이다) 첫 직장이고 모든 게 배워나가는 과정이겠거니 하고. 그리하여 나는 모든 실무를 직접 피부로 부딪히며 배웠다.
낯선 시선과 무거운 책임감 사이…….
그렇게 시작된 내 회사 생활은 예상대로 우당탕탕의 연속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