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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볼까 합니다 Aug 22. 2023

고양이는 일반쓰레기야

23년 초 겨울

 점심 약속을 위해 차를 뺐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후진을 해서 주차금지 푯말을 세워놓아야 할 것 같았다. 일요일이라 돌아왔을 때 주차할 곳이 없을 것 같아서. 평소 같으면 바로 앞으로 갔겠지만. 뒤로 후진. 차가 빠진 자리에 푯말을 세워놓으러 가다가 누워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아직 덜 자라 귀엽고 작은 고양이가 누워있었다. 너무 곤히 뜬 눈으로 누워있어 장난을 거는 것처럼도 보였다. 너 여기서 뭐 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아직 떠있는 눈, 하얀 장갑을 낀 것 같은 작은 모아진 손 그 안에 보들 거릴 것 같은 손바닥. 또는 발바닥. 한참이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고여있는 물조차 얼어버린 겨울은 작은 고양이가 견디기엔 너무 추웠나 보다. 엄마는 어디 갔니 작은 고양이야. 죽은 지 얼마 안 됐는지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치워줄 수 없어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밥 다 먹었어?”

“왜?”

“내가 죽였는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차 밑에 고양이가 죽어있어”

“알겠어”


 나는 작은 고양이가 치워지는 짧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기다리다 차를 몰고 밥을 먹으러 갔다. 삶은 유한하기에 아름다울까 내 인생에서 몇 번의 죽음과 또 마주해야 할까. 저렇게 죽어버릴 바엔 태어나지 않는 게 행복한 걸까. 길고양이는 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까. 한 번쯤은 행복했을까. 배고팠을까. 웃어본 적 있을까 작은 고양이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준 적 있을까. 작은 고양이의 부모는 슬퍼하고 있을까. 이미 슬퍼할 수 없이 멀리 가버렸을까. 고양이는 고양이별로 잘 떠났을까. 그곳은 춥지 않을까. 삶은 아름다운가. 나는 고양이에게 미안해야 할까.


 아기 고양이의 흔적은 쓰레기봉투에 들어가 소각되거나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어 폐기될 것이다. 삶은 아름다운가. 삶은 쓰레기인가. 저 고양이는 이제 누가 기억해 줄까.


 친구에게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었다. 친구가 죽은 고양이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물어봤다.


“동물 사체는 일반 쓰레기야”


 밥은 맛있었고 누구보다 배부르게 먹었다. 고양이는 더는 생각나지 않았다. 미안해야 했다. 나는 살아있지만 쓰레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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