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저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길 위의 사람들 <아날로그 중국> 5

by 낭만히피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붙

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요? "

- 얀 마텔 <파이 이야기>




조지아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열흘 정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슬슬 중국 구경이나 할까 싶습니다. 파키스탄을 갈 수 없다고 머리를 휘날리며 달려와 소식을 전했던 동양 남자 토니와 함께 중국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가깝게는 7시간 멀게는 스무 시간 넘는 거리를 슬슬. 아니, 실은 지옥 같은 하드 시트 기차(말 그대로 딱딱한 좌석, 85도 경사의 등받이를 갖추고 있으며 성인 두 명 반 정도가 탈 수 있을 것 같은 적당한 너비의 좌석에 살을 부대끼며 사람 셋이 다정하게 앉아가도록 만들어진 기차의 3등 칸)를 경험하며.

타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우리가 하드 시트를 예매한 것이 왜 숙소에서 엄청난 이슈가 됐는지.



중국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이 기차입니다. 바닥부터 천장, 화장실부터 짐칸까지 사람으로 가득 차 있던 기차 말입니다. 제 좌석으로 가기까지 5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많은 입석인 들을 뚫느라 한 시간쯤 걸렸었지요. 토니 보다 먼저 좌석에 골인한 제가 거의 다 온 그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토니! 저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둘 다 겨우 자리에 앉아 (이때 제 발 밑에 사람이 셋쯤 눕거나 앉아 있습니다.) 이 꿈같은 시간이 어서 지나가길 바라며 정신을 놓아버린 나를 토니가 미친 듯이 깨웠습니다.


“정신 차려요! 기차 안에서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빈틈없이 꽉 차 있던 그 많은 사람들 사이로 먹거리를 실은 카트기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이 장면은 정말이지 마술 같았습니다.

(이후 망각의 동물 토니는 티벳으로 갔습니다. 다시는 하드 시트 좌석을 타지 않겠다고 하늘과 땅에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며 얼굴이 벌게져 맹세하던 그 망각의 동물은 다시금 70시간이 넘는 하드 시트 기차를 타고 인사불성이 되어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수양해야 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화장실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색하고 조심스럽고 조금 부끄럽지만 전혀 설레지는 않던 그 낯선 화장실이요. 아무리 닫으려고 해도 문 따위는 없었던 바로 그 화장실이요. 그저 칸막이만 있던 다분히 집단주의 적인 곳. 우리는 조금도 숨길 것 없는 하나라는 인류애를 느낄 수 있던 바로 그곳. 볼 일 보는 당신의 모습도 봐야 하고 그런 나의 모습도 보여줘야만 했던 눈이라도 마주치면 수줍게 웃으며 “니하오”를 해야만 할 것 같던 그 화장실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똥 말리기


굉장한 것들을 먹고 경험하고 드디어.. 아아 드디어... 중국을 떠날 시간이 왔습니다.

자, 이제 저는 조지아로 가는 비행기를 탑니다!





글 : 히피

그림 : 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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