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술을 마시며 최고의 날들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파티를

by 낭만히피

그래, 실컷 젊음을 낭비하려무나. 넘칠 때 낭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건 아니란다.


-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절대 저게 호스텔 일리 없다 하며 지나쳤던 바로 그곳이 그렇게 애타게 찾던 ‘조지아 유스호스텔’이었습니다.

굳게 닫쳐져 있는 이 빗금 모양의 철장 문은 벨을 누르면 안에서 열어줘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여느 호스텔처럼 ‘들어오세요’ 하며 활짝 열려 있는 문이 아니었지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간판도 없는 호스텔의 철문 옆 작은 벨을 누르자 회색 스웨터를 입은 아저씨가 문을 열어줬습니다. 정말 여기가 호스텔이 맞냐고 재차 물어야 했지요. 아저씨는 선한 미소를 지으며 맞다고, 잘 찾아왔다고 고개를 끄덕여 환영해 주었습니다. 회색 스웨터를 입은 선한 미소의 주인공 ‘야곱’은 이 호스텔의 주인장입니다. 그는 배낭을 내려놓는 저에게 따뜻한 커피부터 한잔 타 줍니다. (이 커피가 얼마나 맛있었는지에 관해서는 거듭 말해도 무방할 겁니다. 제가 호스텔에 있는 내내 야곱은 수시로 커피를 타 줬고 후에는 방법을 물어 제가 직접 타 먹기 시작했는데 커피가 이렇게 맛있는 이유에는 놀라운 비법이 숨겨져 있었죠!) 그리고는 계단을 올라 이층으로 갔습니다. 작은 더블 룸으로 추정되는 방이 있고 그 바로 옆으로 다인실 룸이 하나 붙어 있는데 이 방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1. 채광 없음.

2. 침대 간격 사이가 매우 좁음.

3. 엉덩이가 바닥에 닿을 것 같은 매트리스.



그러다 보니 여행자들은 답답하고 캄캄한 방에 있기보다는 아래층 작은 로비에 모여 때로는 삼삼오오 때로는 다 함께 담소를 나눕니다. 그러다 저녁을 해 먹고 그러다 티브이를 보고 그러다 술을 마시고 그러다 춤을 추고 그렇게 파티가 시작되는 거죠!


선한 미소의 소유자인 우리의 주인장 야곱은 식탁 위에 와인이 비어있는 걸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설탕은 전혀 넣지 않았지만 달콤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던 이 와인은 야곱이 직접 담근 것으로 그 자부심이 대단했죠. 와인에 대해 얘기할 때만큼은 웃음도 사라지고 강하고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습니다.


“이것이 최고다!”


그렇습니다. 그 최고의 것을 밤마다 마시며 우리는 매일매일 최고의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숙소에 머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2,3년이 넘는 긴 여행을 하는 장기 여행자들이었고 중앙아시아를 지나 온 자전거 여행자들도 꽤나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바로 여기만큼 쉬어가기 적당한 곳은 없었을 겁니다. 특히 자전거 여행자들은 하루 종일 달리다가 거리에서 밥 해 먹고 텐트 치고 잠을 자고 그러다 혹 마을을 만나면 신세 도 좀 지어가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도시에 와 저렴한 숙소를 찾으면 열흘이고 보름이고 쉬어 가곤 합니다. 그동안 쌓인 피로도 좀 풀고 다시 달릴 새로운 에너지도 만드는 거죠. 우리는 으스대며 여행담을 늘어놓지 않았습니다. 그냥 마구마구 놀았습니다. 몸도 머리도 마음도 텅텅 비우고 마구마구. 그러다 무심코 툭툭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기도 했죠. 그렇게 툭 작은 이야기를 건넨 친구는 빨간 점퍼를 입은 ‘코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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