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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유 Jul 15. 2022

안녕 내 근육들아, 그동안 무심해서 미안해

무병장수의 핵심은 '근육'

내 어릴 적 별명은 '차돌멩이'였다. 차돌처럼 단단하게 생겨서 붙여진 별명이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실제로도 체력이 좋아 며칠밤을 새도 끄떡없었다. 

한 때 선망했던 여리여리, 호리호리한 몸매는 아니었다. 살이 적당히 있었지만 탄탄해 실제 몸무게보다는 덜 나가 보였다. 40세가 넘어가면서 살금살금 군살이 붙었어도 무슨 자신감인지 몰라도 그 군살이 지방이 아닌 근육이라 굳게 믿었다. 

근거 없는 믿음이 깨진 건 4년쯤 전이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 커뮤니티 헬스장에 인바디 측정기가 있었다. 자신 있게 인바디에 올라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근육량은 내 나이 또래 평균 범주에 아슬아슬 턱걸이로 들어갔고, 체지방량이 장난이 아니었다. 체지방률이 무려 35%에 육박했다. 이건 몸이 근육이 아닌 지방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때부터 체지방량의 변화를 자주 측정했다. 체지방은 정말 끈질겼다. 일주일 내내 덜 먹고 열심히 운동해도 3% 이상 줄지 않고, 어떤 때는 체중은 1kg 정도 줄었는데 오히려 체지방량은 는 적도 있다. 

큰 변화가 없자 의욕이 나지 않았고, 꿈쩍 않는 체지방률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였다. 점점 체지방을 없애겠다는 의지는 흐지부지되었고,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에는 아예 운동도 안 하고, 만사가 귀찮아져 몸을 방치했다. 코로나 2년 동안 체중이 3kg 정도 늘었으니 보나 마나 체지방은 더 늘었을 것이다. 지금은 무서워서 감히 인바디 측정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근육'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몇 년간 꾸준히 병원 원장님들의 칼럼을 윤문해주는 일을 하는데, 요즘 부쩍 근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칼럼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관절 병원 원장님들이 관절을 보호하려면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내용이 주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관절뿐만 아니라 전신건강 모두에 근육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식으로 범위가 확대 중이다. 진료과목과 상관없이 의사 선생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근육의 중요성을 피력하니 자연스럽게 근육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근육에 대한 관심이 컸다. 


무엇보다 근육이 감소할 때 나타나는 증상들이 예상 밖이었다. 전문의들이 말하는 근감소증의 증상을 정리해보면 대락 다음과 같다. 


1. 많이 자도 이전보다 쉽게 피곤하다.

2. 이전보다 허리가 더 아프고, 다리가 더 당긴다.

3. 건망증이 심해져 자꾸 깜빡깜빡한다. 

4. 계단을 오르기가 힘들다.

5. 걸음걸이 속도가 늦어졌다. 

6. 움직이기 힘들고, 무리하면 숨이 차다. 

7. 다리가 쉽게 붓는데 병원에서는 정상이라고 한다. 


허리가 아프다는 것 외에는 근감소증과 바로 연결 짓기 힘든 증상들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 7번을 제외한 모든 경우에 다 해당되었다. 50대부터는 근육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드니 정말 실감이 났다. 


오랜만에 근육 건강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는 의욕이 솟았다. 약 20여 년 동안 각종 건강서적을 만들다 보니 웬만한 의학정보는 다 익숙했다. 그것도 한방과 양방을 모두 아우르면서 더 이상 내 흥미를 자극하는 건강정보가 없었는데, 근육이 불을 질렀다. 물론 이 전에도 근육을 모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보니 지극히 피상적인 수준이었다. 


나는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어야 받아들이는 편이다. 요 며칠 집중적으로 근육을 공부하면서  왜 근육이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근육을 늘릴 수 있는지를 비로소 알았다. 역시 어설프게 아는 게 아예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쁘다. 앞으로 제대로 알고 자꾸 줄어드는 내 근육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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