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온 May 07. 2024

세이노가 만난 허무

<세이노의 가르침> 서평




이 책은 저자 세이노의 과거 글을 모아 재구성한 책이다


세이노는 상당한 자산가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모든 부자가 세이노처럼 유명한 건 아니다


세이노가 다른 점은 그가 쌓아 올린 경제적인 부만큼이나 축적된 그만의 뚜렷한 가치관일 것이다



자, 이제 세이노의 가르침을 만나보자. 언제나처럼 서평 마지막엔 세이노를 뛰어넘을 것임을 미리 말해둔다. 



세이노 역시 하고 싶은 것이 많았고 소유의 삶을 추구했다 


그의 비범한 성공의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썩 좋지 않은 출발선에서 시작한 그의 삶이지만 오히려 그 결핍 때문인지 그에겐 남들보다 건강하게 유지된 인간 고유의 생각 회로가 작동하고 있었음에 주목하게 된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큰 기대 없이 펼쳐든 책이었지만, 인간 고유의 생각회로가 가져온 비범한 성공을 만나게 될 줄이야...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인간 고유의 생각 회로는 책 <인간의 학습법>에서 말하는 메타 사이클에 해당한다 


인간은 누구나 지식을 소화하는 생각 회로 즉 메타 사이클을 타고나며 이것이 인간의 고유 역량이고 존재 이유가 머무는 곳이다


인간의 이 위대함이 안타깝게도 잘못된 교육과 학습과정에서 대부분 망가진다


그 이후 이어지는 재미없고 불안한 삶은 소확행 따위로 만족해야 한다


 


그런데 저자는 꽤 온전한 생각 회로를 구동하며 살아온 해피가이인 듯하다


다만 그의 가르침 역시 독소가 숨어 있고 독자들은 그 한계까지 함께 인식할 때 책을 완전히 소화하고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부자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몸소 실천하며 가르침을 주고 있다. 되새길 만한 중요한 몇 구절을 소개한다



왜 사람들은 일을 재미나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일을 완전히 알려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문직 종사자들도 면허증이나 자격증 하나를 따면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다”


 

결국 어떤 일에 대한 재미는 그 일에 대하여 얼마나 관심을 쏟고 관련된 지식을 얼마나 많이 갖고서 경험하는가에 따라 좌우되는 문제이다”

 


“부자들은 초기에 무슨 일을 하든 우선은 그 일의 구조 전체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흡수하고 경험을 하다 보니, 점점 더 많이 알아가게 되고 더 많이 알기에 재미도 느끼고 돈도 벌게 되니 즐거움도 배가 된다”


 



이처럼 일의 재미는 어떤 일이냐가 아니라 그 일을 완전히 알고자 하는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자신만의 적성이 따로 있다는 착각, 그 적성을 찾기 위해 허비되는 시간들... 책은 어떤 일에서도 재미를 얻고 성공할 수 있는 핵심 비법을 전한다


 


저자는 교육을 학교에서 받은 게 아니라 일과 현장에서 스스로 학습한 사람이다.


다음은 그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공부하였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시적 결과를 외부에서 찾지 말고 내부에서 찾아라. 왜 상을 누군가로부터 받으려고 하는가. 훌륭한 화가는 자기 그림이 마음에 들 때까지 붓을 놓지 않는 법이다. 스스로 흡족할 때까지 공부하고 노력하라. 스스로 얻게 되는 뿌듯함, 내가 여기까지 알게 되었구나 하는 벅찬 기쁨, 이런 것들을 소중히 여길 때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무슨 걱정거리가 있건 그것을 종이에 적어 보라. 틀림없이 서너 줄에 지나지 않는다 그 몇 줄 안되는 문제에 대해 10분 안에 해답이 나오지 않으면 그것은 당신으로서는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 아니다.”



“고민과 문제를 혼동하지 마라. 고민이 어떤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고민은 중지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 그대로 실행하라.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면 무시하라. 고민하나 안 하나 결과는 똑같지 않은가. 그러므로 고민은 10분만 하라”


 


스스로 흡족할 때까지 물고 늘어지며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려고 했을 저자의 진지한 노력이 눈에 선하다. 문제와 함께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벅찬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저자에겐 외로움, 고민, 스트레스 이런 것들은 좋은 친구이자 생각의 재료였으리라. 


 


또한, 자신의 고통과 문제에서 시작하는 인간 고유의 생각 회로를 돌리는 일은 반드시 혼자여야 가능하다.


저자는 이 회로의 작동으로 벅찬 기쁨을 느끼는 경지에 이르렀으므로 그가 정의하는 ‘외로움’은 당연히 이러했다. 




“우리가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노라고 굳게 결심한 이후 우리의 발길을 가장 방해하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외로움이다. 어떤 목표를 향하여 정진하는 과정을 이미 시작하였거나 시작하려 한다면 고독과 외로움을 친구로 삼아라. 외로움의 고통을 즐겨라 그 고통을 없이 부자가 되는 테크닉을 나는 모른다”


 


그러나 저자 역시 인생에서 허무를 만난다.


저자처럼 건강한 생각 법과 가치관을 가진 경우라도 욕망의 결과는 늘 그러하다


원하던 모든 것을 이룬 그는 더 이상 갖고 싶은 것이 없어지고 우울증을 겪기도 했으며 줄어든 감탄을 고백한다


 


“더 이상 소유하고 싶은 것이 없을 때 부자는 허탈해진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30대에는 처음으로 벤츠도 샀다 그 당시에는 수입 자동차 세금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었기에 상당한 돈이 소요되었다 그런데 막상 그 차의 뒤좌석에 처음 앉고 나서부터 몇 개월간 우울증에 시달렸다.


왜 내가 우울증에 걸렸을까? 더 이상 갖고 싶은 것이 없어졌던 것이다.


아주 부자가 되었을 때 가장 나쁜 점은 감탄이 사라진다 현재 시점에서는 나이를 더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감탄이 더욱더 사라진 듯싶다.”

 


“부자로 사는 삶만이 유일한 삶의 형태로 숭배되어선 안된다 삶의 형태에 우열은 없으며 모든 것은 각자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어쩌면 욕망을 제어하고 쾌락을 멀리할 수 있는 저자였기에 이런 고비를 직면하게 되었던 것일 수 있다.


비록 현실적인 욕망을 추구한 삶이었지만 그는 주어진 일 속에서 가치관도 함께 성장하는 나름 의미 있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덮친 우울감은 그에게서 감탄을 앗아갔다


 


왜일까?


 


저자는 성공을 위한 노력을 강조하면서 ‘긴장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긴장감을 잃지 마라 긴장감이 있다면 싫은 것을 오랫동안 억지로 하여도 탈이 나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것은 당신 정신 상태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식으로 자기 자신에게 배수의 진을 치라는 뜻이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육체의 건강을 우선으로 친다고? 안 말린다.


그러나 그 튼튼한 몸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 그 육신의 존재 이유를 한 번쯤 생각하여 보면 어떨까? 그저 오래 살기 위해서?"


 


이처럼 저자는 무엇이건 그 존재 이유가 무시되는 맹목성의 끝이 무엇인지 그  위험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저자가 추구한 ‘경제적 부’라는 것 역시 그것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이며, 그것이 우울증이라는 경보음이다. 매 순간이 경이로워야 할 인생이 우울해진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이다. 


그의 거침없는 가르침은 여기에서 멈춘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성공의 끝에 허무가 있음을 경험한 것, 


어쩌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이 이 대목이 아닐까 한다.


 


현명한 저자는 이 마지막 문제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지금은 어떠한 마음으로 노년의 삶을 맞이하고 있을까. 


현실에서 고통과 함께 성장하는 법을 알고 있던 그라면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그리고 남은 삶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간파하고 이미 실행 중일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 Unsplash의 Zac Durant




매거진의 이전글 깨달음으로 가는 사다리, 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