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학습을 이끈다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글쓰기가 왜 중요한지 묻는다면 한 문장 이상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글쓰기를 잘하면 학교나 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더 좋은 기회를 얻는 현실적인 이익을 먼저 떠 올릴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기대들은 훌륭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남에게 보이고 설득하기 위한 것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올바른 글쓰기 교육이다.
글쓰기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부터 올바르게 인식한다면 글쓰기를 훨씬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를 새롭게 정의해 보자.
글쓰기는 머릿속의 생각을 외부에 표현하는 것이지만 그 효과를 고려하면 머릿속의 생각을 교정하는 작업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글쓰기 전에는 이미 머릿속에 구성된 내용이 있어야 하며 이를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완성시키는 것이 글쓰기이다.
결과적으로 글쓰기의 결과물은 변화된 생각이다. 이런 글쓰기를 하고 나면 생각이 정리되고 성장하기 때문에 말도 더 정확하고 논리정연하게 할 수 있게 된다.
글을 쓰라고 하니 그제서야 생각해서 쓰는 것은 제대로 된 글쓰기가 되기 어렵다. 제대로된 충분한 학습과 사고 활동이 머릿속에 정립된 글 얼개를 중심으로 선행되어야만 글쓰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글쓰기 교육은 글을 쓰게 하는 게 아니라 글로 쓸 내용이 많은 사람을 만들어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왜 필요할까?
글은 남을 설득하기 위해서 쓰는 것만이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깊이 있는 학습을 하고 생각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다. 글쓰기가 학습과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미술 시간에 그림 그리는 법을 잔뜩 배웠는데 정작 그림은 그리지 않고 수업이 끝난다면 어떨까? 체육 시간에 배드민턴 하는 법을 설명 들었는데 배드민턴을 실제로 해볼 기회가 없다면? 당연히 체감하기 어렵고 뜬 구름 잡는 수업이 될 것이다.
예체능 수업의 경우는 실기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머리로만 배우고 끝나는 일은 거의 없다. 학생들이 그나마 예체능을 즐겁게 생각하는 이유도 이런 능동성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일반 다른 과목은 어떤가? 실기과목이 아니니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끝나도 되는 걸까? 그럴리 없다. 지적 소화를 위해서 학습자의 능동적 활동은 모든 학습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신체활동이 없는 과목의 경우에는 글쓰기가 바로 실기이다. 따라서 글쓰기를 생략하게 되면 소화의 과정이 생략되고 문제풀이용 학습에 그치는 것이다.
글쓰기는 학습 과정 전체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교육현장에서는 예체능 뿐만 아니라 나머지 과목도 다 실기 과목이라고 봐야 하며 글쓰기가 목표가 되도록 교육과정을 수정해줄 필요가 있다.
글쓰기가 목표가 되면 학습은 더욱 흥미로운 작업이 된다. 바로 글 얼개가 학습을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글쓰기의 필요성이자 역할이다. 학습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