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왔숑'-신용카드, 어둠의 지배자

미뤄진 경고-다음 달 나에게 보내지는 결제의 무게

by 신수현

‘문자 왔숑’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지출의 감각


어느 평범한 오후, 카페에 들어서면 입안은 텁텁하고 몸은 조금 지쳐 있다. 키오스크 앞에서 무심코 스마트폰을 꺼내 몇 번 터치한 뒤, 단말기에 갖다 대면 경쾌한 ‘문자 왔숑’ 소리가 울린다.


결제 완료! 하지만 지갑 속 지폐는 줄지 않고, 가방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손에는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뿐. 통장 잔고는 그대로인데, 돈을 썼다는 느낌 대신 맛있는 커피를 얻었다는 만족감만 가득하다.


예전엔 지갑을 열고 지폐를 꺼내 상대방에게 건네는 그 순간, 뇌는 본능적으로 “이걸 정말 사야 할까?”라고 묻곤 했다. 실물 돈이 손을 떠나는 그 찰나에 우리는 지출의 현실을 마주했다. 하지만 지금의 신용카드는 그 고통스러운 순간을 완벽히 지워버렸다.



고통을 미루는 마법, 신용의 덫


신용카드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다. ‘지출의 배고픔’을 미래로 미루는 교묘한 마법이다. 현금을 쓸 때 느끼는 ‘소비의 고통’은 카드 결제 순간 마비된다. 카드를 긁는 순간, 돈을 쓴 게 아니라 물건을 가져올 권리만 행사한 듯 느껴진다.


실제 돈이 빠져나가는 건 한 달 뒤. 오늘은 여전히 풍족하고 여유롭다. 월급날은 멀고, 통장 숫자는 변함없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속인다. 신용카드는 시간을 공짜로 빌려주는 듯, 지금의 풍요가 영원할 것처럼, 다음 달의 내가 모든 걸 가뿐히 해결해 줄 것처럼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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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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