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은 없었다.

오답의 굴레에서 벗어난 한걸음

by 신수현

일곱 형제가 모여있는 작은 사회, 그 안의 업적

우리 집은 7남매가 함께하는 북적이는 세상이었다. 각자 나름대로 부모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쓰던 그 속에서, 네 명은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로 꼽혔다. 그들이 받는 우등상은 부모님께는 자랑스러운 성적표이자 훈장이었고, 집안 분위기는 자연스레 그 ‘똑똑한’ 아이들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나는 그 네 명에 끼지 못했다. 늘 중간 어디쯤에서 숨을 고르던 아이, 상장 하나 없는 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목소리를 잃었다. 부모님조차 내 고민을 믿기보다 ‘똑똑한 언니’에게 물어보라며 등을 떠밀었다. 나라는 존재는 숫자와 등수 뒤에 가려져 뒷전이 되었고, “너는 잘 모르니까”, “언니 말을 듣는 게 낫다”는 말들이 보이지 않는 낙인이 되어 내 판단력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의 생각을 의심하는 법부터 배웠다.



결정장애라는 이름 뒤에 숨은 의존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나를 ‘결정장애’라 불렀다. 하지만 그것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었다. 내 생각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깊은 불신이 만들어낸 후천적 장애였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나는 ‘나보다 똑똑하다’고 여겨지는 타인의 손을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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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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